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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Aug 20. 2024

#85. 집을 샀습니다 (1)

101번 글쓰기

집을 살 변심

사실 와이프랑 나는 집을 소유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괜시리 세금만 많이 내게 되고, 우리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묶이는 게 과연 올바른 소비인가'를 크게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전세로 계속 살아볼 생각이었다. 아이가 생기더라도 전세 혹은 월세로 살아 보자는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인구도 줄어들 텐데, 10년만 버티면 여기저기 집이 남아돌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서 아래 몇 가지 이유로 우리 부부의 계획이 달라졌다.

1. 주거안정의 본능
기존에는 '주거'에 대한 관점이 [누구와 함께]가 중요했다. 그래서 결혼을 결정했다. 결혼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니까. 아이를 갖는 결심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있어, 우리 부부에게 있어 '주거'라는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주거'를 어떤 형태로 소비하는 지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와이프와 '주거'의 관점이 완전 달라졌다. 우리야 성인이고 이사라는 것을 한 두 번은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겠지만, 아이에게 이사는 어쩌면 우주가 바뀌는 천재지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거의 안정이 우리 가족에게 줄 혜택을 생각하게 됐다. 옮기지 않는 삶이 주는 불확실성의 감소. 그리고 계획한 삶을 실현하는 작은 성취감들이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하지 않을까, 불안에서 멀어지는 삶의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주거'를 바라보는 관점을 [누구와 함께]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할 것이냐로 바뀌게 되었다. 전월세로는 주거의 지속가능성에 명확한 한계가 오기 때문에.


갑자기 생각이 바뀐 변덕에 대해서 명분을 인간본성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래 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러하다고 한다. (출처: 챗GPT)

1. 브로니스와프 말리노프스키 (Bronisław Malinowski) 

폴란드 출신, 영국에서 활동, 1884년 4월 7일 ~ 1942년 5월 16일 

대표 서적: 《서부 태평양의 원주민 (Argonauts of the Western Pacific)》

말리노프스키는 주거의 안정성이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과 사회적 역할을 강화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가족의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역할 수행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안전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주거가 안정적일 때, 가족은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보호받으며, 이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생존 본능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2.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Claude Lévi-Strauss)
프랑스 출시, 1908년 11월 28일 ~ 2009년 10월 30일

대표 서적: 《슬픈 열대 (Tristes Tropiques)》

레비스트로스는 주거의 안정성을 문화와 구조의 형성에 필수적인 요소로 보았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주거가 가족이 사회적 규칙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이는 인간 본성 중 하나인 사회적 유대를 강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정된 주거 환경은 가족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 마거릿 미드 (Margaret Mead)  

미국 출신, 1901년 12월 16일 ~ 1978년 11월 15일

대표 서적: 《사모아의 청소년기 (Coming of Age in Samoa)》

미드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특히 자녀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녀는 안정된 주거 환경이 자녀의 신체적, 정서적 안전을 보장하며, 이는 인간 본성 중 하나인 보호 본능을 충족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 HOUSE FOMO
나는 예외일 것 같았다. 영끌이라는 단어와 내 일상이 맞닿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고 집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시류에서 소외되는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올해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이라는 금융제도가 생기니 집을 사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어졌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서도 청약으로 아파트가 생긴 친구, 결혼하면서 집을 산 친구, 아이가 생기면서 집을 매매한 친구들이 생기니까 '나도..?!'라는 생각이 매매에 대한 강한 욕구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몇년간 이어지던 부동산 상승기가 잠잠해지던 작년 하반기 부터 올해 초반까지 내 나름의 계산에서는 집을 사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도 섰다.

즉 집을 사기에 좋은 금융제도의 실행, 여러 판단 속에 집을 사기에 적기라는 감, 주변에서 매매를 통해 1주택자가 된 친구들과 또 그 주변의 이야기들이 집을 사지 않으면 안되게, 매매에 대한 불안을 조장했다. 그래서 더욱 매매를 결심하게 되었다.

3. APPENDIX.
더군다나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인 삼전동 및 인근지역에 개발뉴스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사실 처음 매매를 결심했을 때는 구성남을 집중적으로 고려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제한이 9억 이하의 주택에 최대 5억 대출이라서 송파구에 자리잡은 삼전동 내에서는 빌라나 나홀로 외에는 매물이 없었다. 100세대 이상의 단지는 기본 10억 이상이다 보니 대출 조건에 맞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삼전동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해서 4년 째 살면서 이 동네를 떠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직주접근성 우수하고, 주변에 생활인프라 풍부하고 사통팔달한 교통의 편의성, 다리만 건너면 대치동이 있는 교육접근성 등. 그리고 무엇보다 삼전동 자체의 개발호재들. 모아타운 소식에 들썩이는 동네, 위례신사선이 지나갈 동네, 근처 학여울역 인근 공터에 제2의 코엑스가 생긴다는 썰 등 이 동네에서 몸테크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우리는 실거주 수요이기 때문에 이런 뉴스들은 참고사항일 뿐이긴 하지만 나빠진다는 뉴스들 보다는 좋은 뉴스거리들이 있는 동네라는 점에서, 이 동네에 터를 잡아볼 결심이 더 굳어져갔다.

집을 매매 하는 것이 얼마나 큰 도박인지 집을 사는 과정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나름 맞벌이로 4년 정도 살면서 약 2억 가량의 현금을 모았다. 그럼에도 집을 살 때는 30% 수준 정도만 내돈이고 나머지는 대출로 감당했다. 만약 우리 부부 중 한 사람만 직장을 잃거나 퇴직한다면 가정경제가 무너질 수 도 있다. 최근 들어서 다시 집값이 전고점을 경신하다는 소식이 이어지지만 혹여나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럼에도 위에 여러 이유들로 나와 와이프는 집을 살 결심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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