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지향
22살, 제대 후 자취를 시작하면서 요리를 시작했다. 처음엔 김치찌개처럼 단순한 메뉴로 끼니를 해결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어떤 칼을 쓰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 후 본격적으로 요리를 취미로 삼기 시작하면서, 칼을 고를 때도 ‘취향’이 생겼다. 그리고 그 기준은 위생성과 절삭력이었다.
위생 취향: 일체형 스테인리스에 끌리다
처음 진지하게 칼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건 위생이었다. 자주 손에 닿는 조리도구인 만큼 물이 스며들 틈, 세균이 번식할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손잡이와 칼날이 이어진 ‘일체형 스테인리스 칼’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브랜드 ‘글로벌 나이프’였다. 날과 손잡이 사이에 이음새가 없으니 세척이 간편했고, 사용 후에도 찜찜한 느낌 없이 건조대에 바로 둘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깔끔해 보이는 외형이 아니라, 위생을 우선시하는 내 요리 취향과 잘 맞았다.
절삭력 취향: "스윽" 그 느낌에 중독되다
글로벌 나이프의 채소용 칼(G-5)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고기를 다룰 땐 좀 더 강한 절삭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기 전용으로 ‘에프딕 에르고 그립’을 들였고, 칼날 shape에 끌려 따로 데바칼(G-7/R)까지 장만했다. 이 데바칼은 고기 덩어리를 "스윽" 하고 밀기만 해도 잘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로웠고, 그 예리함이 주는 손맛은 단순히 도구 이상의 쾌감을 줬다. 자르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잘 잘라지는 감각’을 즐기게 해주는 도구였다고 할까.
특히 절삭력이 좋은 칼을 쓰면 식재료의 단면이 살아있다. 고기는 조직감이 덜 흐트러지고, 채소는 식감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요리에 있어서 절삭감은 곧 식감의 퀄리티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요리하는 시간이 훨씬 즐거워졌고, 결과물도 더 만족스러웠다.
취향이 된 기준: 위생성과 절삭력
요리를 잘하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믿고 쓸 수 있는 칼 한 자루가 주는 안도감이 크다. 팬션이나 에어비앤비에서 무딘 칼로 요리할 때의 불쾌감을 떠올려 보면, 잘 드는 내 칼이 주는 만족감은 확연히 드러난다. 내 입맛, 내 손맛, 내 방식에 맞는 칼을 갖고 있다는 건, 요리에 대한 자존감을 키워준다.
글로벌 나이프는 위생과 절삭력이라는 취향의 기준을 충족시켜줬다. 물론 더 좋은 칼은 많지만, 지금 내 요리 수준과 취향엔 딱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국산 브랜드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담아 헤리터 칼도 중고로 들였다. 목재 손잡이와 날 접합부가 있어 위생에는 조금 더 신경 써야 하지만, 절삭력 면에서는 글로벌 나이프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