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지향
엄밀히 말하면 이 글의 주인공은 버번이 아니라 테네시 위스키다. 하지만 테네시 위스키라는 명칭은 행정적 분류에 가깝고, 실제로는 일상에서 버번과 크게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기서는 편의상 '버번'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몇 해 전, 제주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미국 위스키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이었고, ‘잭다니엘스’라는 브랜드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 싱글몰트, 캐스크 스트렝스(CS), 버번과 테네시 위스키의 차이 등은 전혀 몰랐다. 말 그대로, ‘위.스.키’라는 단어 그 자체에 불과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술과 담배가 싸다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고, 진열대에 크게 자리 잡고 있던 잭다니엘스의 1리터 보틀이 눈에 띄었다. 지금이라면 검색부터 했겠지만, 당시에는 그냥 ‘크고 싸니까’라는 이유로 구매했다. 한 번 사면 무조건 마셔보는 성격이라, 숙소에서 바로 한 잔 따랐다. 하지만 기대했던 ‘달큰한’ 인상과는 달리, 뭔가 낯선 향과 묘한 꼬릿함이 느껴졌다. 내 입맛엔 그다지 맞지 않았다. 그렇게 병은 한쪽 구석에 놓인 채 잊혀졌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깊어졌고, 다시 그 병을 꺼내 마셔보게 됐다. 알고 보니, 그 제품은 잭다니엘스에서 드물게 출시한 싱글몰트 위스키였다. 미국 위스키에서 흔치 않은 스타일이라 희소성이 있었고, 브랜드 차원에서도 이례적인 시도였기에 새롭게 보였다.
하지만 맛 자체는 여전히 평범했다.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숙성’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런 배럴의 특징을 섬세하게 구분해내는 타입은 아니다. (※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란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진한 풍미의 셰리주 ‘올로로소’를 담았던 오크통을 말하며, 이 캐스크에 숙성된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견과류, 건과일, 약간의 스파이스 풍미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잡한 향보다, 단순히 ‘맛있다’는 직관적인 감각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위스키는 내 기준에 딱히 와닿지 않았다. 다만, 일반적인 입문용 싱글몰트보다 도수가 높은 45도라는 점은 장점이다. 단지 내 입맛에 맞지 않았을 뿐이지, 퀄리티가 낮다거나 마실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잭다니엘스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싱글몰트라는 실험적인 시도를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응원하고 싶다.
파이팅, 잭다니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