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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Mar 10. 2019

#3. 빌바오 효과

101번 글쓰기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두 달의 여름방학이 남아있었다. 여자 동기들은 진작에 취업을 마쳤다고 들었다. 남자 동기들은 인턴을 하고 있는 녀석들 반, 스펙을 위해 방학에 공부하는 애들 반. 나는 그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갔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잘할 자신은 있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차후에 구체적으로 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내가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의 북쪽길 초입에는 바스크 지방의 주도인 빌바오가 있다. 쓰러져가는 광산도시를 세운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빌바오가 있다. 빌바오에 뭐가 유명한지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 미술관에서 무엇을 전시하는지, 누가 지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기 위해 빌바오는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빌바오 효과의 핵심인 구겐하임의 매력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그니쳐의 마력인 것 같다. 어딜 가나 시그니처라고 하면 한 번쯤은 오감의 무엇이든 활용해 경험해 보고 싶다. 그런 구미가 당긴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알려준 Signature의 의미

워낙 개성 강한 구성원들이 모여있는 광고회사를 다니는고 있는 만큼 언제나 나만의 구겐하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몸에 구겐하임을 설계하고 지을 수 없는 노릇이기에 나를 누군가의 기억 속에 기억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나를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저는 까맣습니다." 부연설명은 이러했다. '까만 만큼 잘 돌아나니고, 그냥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힙한 곳, 소비가 많은 곳, 트렌디한 곳을 찾아다닌다.'는 식으로 설명하면서 지원하는 광고회사와의 Relevance를 엮어 냈다. 구체적인 대답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최소한 나는 면접관들의 기억에 남았고, 그 결과 합격해 광고회사를 다니게 되었다.(좋든 나쁘든..)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준비한다. 운이 좋으면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게 된다. "1분간 자기소개해보세요. 왜 이 회사에 오고 싶으시죠?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자신의 장단점을 말해보세요." 지금도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단 두 군데에서 면접을 봤기 때문에 더더욱 모르겠지만 위와 같은 질문이 일반적이라고 들었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기억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면접을 마쳤을 때, 나는 그들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류를 한 번 더 봐줄 테니깐. 그러려면 나만의 시그니쳐가 필요하다. 단점 같은 면을 장점으로 순화시킨 시그니쳐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은 준비한 만큼 평가받게 되지 않을까. 나만의 시그니쳐는 나를 기억하게 하고 궁금하게 한다. 기억되는 무언가가 되자.


단, 지원하는 회사와 Relevance(연관성)는 맞춰라. 쇠락하던 철광석의 도시, 빌바오에 세워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철재 외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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