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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Feb 07. 2021

#32. 코르도바

101번 글쓰기

섭씨 40도의 여름 중턱


무어인들의 도시

스페인은 한때 유럽의 한 나라가 아니라 페르시아의 속국이었던 적이 있었다. 무어인들이라고 했는데. 그라나다, 코르도바가 이 무어인들이 세운 도시였고, 이곳의 궁궐들은 본래 스페인에서는 볼 수 없는 돔형식의 건축물들이기 때문에 지금도 스페인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지금은 코로나로 끊겼겠지만.)



아무튼 그라나다의 알함부라와 어깨를 나란히, 아니 그 이상으로 견줄수도 있는 대성당이 코르도바에도 있다. 이름은 메스키타. 모스크의 스페인어라고 한다. 메스키타를 돈 주고 보려면 몇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관람일 오전 8시 반 이전에 입장하면 무료로 둘러 볼 수 있다. 다만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 자유로운 여행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코르도바의 낮기온을 생각하면 8시반이 대수가 아니다. 그 보다 이른 새벽에라도 보는 것이 훨씬 이득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른채, 동양인들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만 맹신한채(메스키타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메리트는 덤) 찾은 코르도바에서의 1박 2일은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스페인 자체가 시에스타 때문에 낮에 정말 할 게 없었는데, 코르도바에서 낮에 뭔가를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 놓는 일과 비슷했다. 너무 덥기 때문에 어떠한 액티비티도 없었고, 시에스타가 철저히 지켜지는 탓에 식료품을 사놓을 수도 없었다. 혹여다 어딜 잠시 걸어간다 해도, 온 몸이 땀에 젖기 때문에 수영복만 입고 다니고 싶을 정도 였다.



그럼에도 코르도바를 찾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메스키타는 스페인에서 봤던 어떤 건축물 보다도 매력이 철철 흘러 넘쳤다. 베이지와 붉은기가 도는 갈색의 조합. 각진 곳 없이 굴곡진 내외부의 윤곽. 빛을 받을 수록 황금빛이 올라오는 텍스쳐의 돌기둥과 돌바닥. 섭씨 40도씨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야자수들과 맑은 정원수. 보면 볼수록 더운 곳이라는 것보다 더위를 승화시키는 아름다움에 더 매료가 되는 신기한 도시였다. 온몸의 땀이 난다해도 메스키타를 보고 있으면 청량감이 드는 것 같은 환상이 감각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사실 무어인들은 정말 잔인했다고 한다. 굴복하지 않으면 죽음만을 주었고, 본래 있던 것을 다 뭉개고 그 위에 자신들의 문화를 덮어버린 정복자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문화를 강제로 철거하거나 지워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보고 있으면 경외심까지 들게 할 정도로 규모감과 아름다움이 감각을 극대화 시키니까.


그리고 사실 생각해보면 서남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이 인종들은 서로 죽이고 또 죽이고. 서로를 정복하기 위해서만 살았던 것 같고. 근대에 들어와 침략전쟁을 주도했고 정당화했던 이들이라는 생각에 뭔가 정리 되지 않는 찝찝함이 들었던 것 같다. 가장 완벽한 화장품은 수은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장 아름다운 미술품은 정복자들의 권력상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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