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ypho Feb 08. 2021

#33. 키웨스트

101번 글쓰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고향


마이애미에서 더 남쪽으로 쏘면 키웨스트라는 동네가 나온다. 거기서 뱃길로 조금만 더 가면 쿠바의 하바나가 나온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부산이랑 대마도 느낌?) 가는 길은 정말로 길었다. 일단 미국이니 조금만 움직여도 100km는 우숩다.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까지는 200km도 넘었던 것 같다. 마이애미에 도착하자마자 할 게 없으니 키웨스트에 다녀오자고 했던 동행자분과 가는 길 내내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키웨스트까지 갔던 명분은 오직 헤밍웨이였다. 제대로 읽은 책하나 없었고, 그 유명한 노인과 바다도 사실 완독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본 거라고는 헤밍웨이와 겔흔이었다. 그냥 국문학을 부전공하면서 옆구리에 가득찬 문학도에 대한 로망이 키웨스트까지 갔던 명분이었다. 왕복 8시간 정도를 다녀올 정도이니 대단한 명분이었다.



키웨스트를 갔던 길에 다른 잊지 못할 광경을 보고 말았다. 그 동네 음식점에서 들은 말인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 키웨스트에 있다고 했다. 도착하고 몇시간이 지나 그 식당 주인이 말해줬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웨스트의 석양'을 직접 목격했다.


황홀했다.



지난주를 끝으로 끈질긴 업무가 종료되었고, 설연휴에 앞선 수요일에 연차 차감없이 휴일로 사내에서 지정해줬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업무도 간략해서 그리 신경 쓸 일도 없다. 주말사이에 처가집에 다녀와서 명절에는 우리집에 맘편히 다녀와도 된다. 그래서 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가진 키웨스트가 생각이 났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황홀하게 지켜보기만 했던. 안정적이게 아름답게 흘렀던 키웨스트 석양의 시간이 생각났다. 마음이 편하다.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이며 더할 나위 없이 평안하다. 폭발적인 행복은 아니지만 흠뻑 졌어든 행복감이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웨스트의 석양'을 봤던 그 모멘토 처럼.



작가의 이전글 #32. 코르도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