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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Feb 15. 2021

#35. 동해

101번 글쓰기

101번 글쓰기

2021년 얼마 없는 연휴 한 단락이 끝났다.


목요일부터인 설연휴를 수요일부터 시작했더니 연휴의 참뜻을 몸소 체험했다. 정말 길었다. 고향인 강원도 땅에서 몇일을 보내니 여유롭기 그지 않었고, 먹거리의 풍족함이 부족함 없었다.


그 와중에 몇해전 하늘사진이 생각났다. 추웠던 겨울 또는 이른 봄이었던 것 같다. 몸이 편찮아 요양원에 계신 외할아버지와 떨어지시면서 외할머니의 생물학적, 정서적 건강도 많이 휘청였던 시기였다. (지금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 더 힘들어 하신다.) 그래서 엄마는 가능하면 강원도 우리집에 외할머니를 자주 모시고 싶어하셨다. 서울에 직장이 있던 나도 외할머니가 내려오신다고 하면 주말에는 강원도 집에 내려오려고 애를 썼었다. 엄마랑 외할머니랑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외할머니 기분이 좋아지길 기도했다. 당시에는 잠시라도 외할아버지에 대한 근심을 저 멀리 두고 당신만을 생각하시면서 기분전환 하시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날의 하늘은 더 인상적이었다. 외할머니는 그날 기분전환이 되었다고 하셨고, 엄마와 나도 외할머니 덕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자식 노릇. 자식의 자식 노릇.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곁에 자주 있으면, 좋은 날을 만날 확률을 높이면 그것이 자식 노릇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코시국이라 이전처럼 자주 뵙지도, 모시고 어딜 가지도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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