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 글쓰기
마드리드에서 만나 사람들
대학교 4학년 때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로 대표되는 축구의 도시인줄 만 알았는데, 프라도 미술관과 소피아 미술관이 있는 예술의 도시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내 지식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과 소피아 미술관은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할인을 받을 수가 있어서 돈이 곤궁했던 학생 여행자에게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과 미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대가들의 작품, 수 많은 나라의 인종과 스킨쉽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특히 소피아 미술관에서 입장을 기다리며 만났던 아르헨티나 노부부가 기억에 남는다.
할아버지는 여든살이라고 했고, 할머니는 일흔이라고 했다. 나와 비슷하게 미숙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이고, 광고를 전공한다고 소개를 했다. 할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고 있는 대학교수라고 했다. 본인은 회계학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연금 타먹으면서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할머니는 스페인어과 교수이고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본인들에게는 남자아이 하나가 있는데, 그 아이도 교수라고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인데 결혼도 안 하고, 나 처럼 여행도 안 다녀서 속이 탄다고 했다.
본인들은 어려운 시기에 만나 아르헨티나에서 공부해서 교수까지 되었는데 본인의 자식은 좋은 시기에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도전의식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 마치 연속극에서 부모세대가 하는 한풀이랑 비슷했다. 사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을 보니 그 나라의 2030도 관태기를 겪는 우리나라의 MZ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었다. 아마 내가 만나 교수노부부도 아들과의 세대갈등이 있는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도 오랜시간 독재를 겪었고, 최초의 여성대통령, 신자유시대의 고도성장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근현대사가 있어 그들의 사는 방식이 조금은 다르더라도 세대갈등, 세대 별 가치관은 비슷하게 형성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