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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Jun 25. 2021

#48. 광고회사의 재미

101번 글쓰기

AE로서의 재미


누구는 경쟁PT 수주 순간의 감정이 마약 같아서 광고회사를 못 벗어난다고 한다. 누구는 캠페인이 잘 될 때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광고회사를 못 벗어난다고 한다. 나는 약간 다르다.


나는 광고주 OT 받고, 제작팀에 제작OT를 해줄 때. 그 기간이 제일 재밌다.


광고주의 OT는 크게 세부류다. 1. 우리는 뭘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 대행사가 잘 정리해서 와라 2. 우리는 '이것'을 하고 싶으니 잘 정리해서 와라 3. 우리 과제는 '이것'인데 너희가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해 봐라

어떤 부류의 OT 이던지 광고회사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컨셉과 워딩을 만들어 내야한다. 그 과정이 솔찬히 재밌다. 그리고 여기서 광고회사의 전문성과 직감이 두각을 나타낸다고 본다. 보통 광고회사를 다닐 때, 전문성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아무나 대체할 수 있는 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자신이 있는게, 분명한 전략과 대중적으로 이해되는 커뮤니케이션 키워드를 만들수가 있다.


여기서 깔 수는 없지만, 제작회의에서 항상 내 전략방향과 과제에 대한 해석, 커뮤니케이션 키워드는 제작팀에게 고민의 거리가 된다. 그들이 좋든 싫든 고민의 지점을 마련해준다. 그런점에서 내가 AE로서 광고주 OT부터 제작 OT까지의 기간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광고주 OT에서 내려진 미션을 고민하다 보면 그것이 '현상'이 되고 본질적 문제가 되는 '핵심과제'라는 것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면 나의 생각이 조금 더 예리해지고, 제작팀에게 요청할 주문서가 조금 더 명확해진다. 이 때 기획자로서 크리에이티브함을 선보일 수 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비쥬얼에 대한 REF.를 잘 찾아 제작팀에 오더를 줄 때 나도 그들과 등가의 크리에이터로서 위치하게 된다.


보여지는 것들을 제작팀이 만들어 주기는 하지만, 기획에서 분명한 과제를 정의하고 컨셉에 대해 전략적 방향성과 커뮤니케이션 거리로써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텍스트가 주가 되는 문서를 다루기는 하지만 기획 역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나는 이점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제작팀과 PT덱을 만들 때. 성안을 만들 때. 말할 거리가 있고, 반영이 되고, 헛소리가 줄게 되고, 그래서 최종 제안서에 나의 의견을 많이 묻히게 된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 나의 업에 대한 자세를 생각이 아닌 텍스트로 정리할 필요가 느껴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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