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 글쓰기
#카미노_출발점
어제 5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오늘 일찍 출근해 어제 회의를 정리했다.
몸의 생기는 줄어들었거, 눈의 총기는 사라졌다.
사방이 일들로 막혀 있어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에 머릿 속을 점령당했다.
이런 와중에 업무의 빈틈을 만들어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순간의 사진을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곳에서의 바닷소리, 사람들의 웅성임이 들리는 듯 했다.
그림자 조차 햇볕을 쬐고 있는 것만 같은 화창한 초여름의 도노스티아가 지금 눈 앞에 있다. 바욘을 출발해 도노스티아(산 세바스티안)을 관통하며 거닐 때, 산티아고를 걷기 보다 이곳에서 한 달 머무는 것이 더 행복할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걸음도 자츰 머져가고 있었다.
화창함, 활기참, 생동감, 기분좋음, 활짝웃음 등 기분을 좋게 하는 모든 단어가 도노스티아 곳곳에 있었다. 짧지만 걷는 내내 그것들이 내 시각을 청각을 마구 자극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산티아고를 걷겠다는 굳은 결심 보다 이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나를 흔들었던 것 같다.
도노스티아의 한 성당에서 스템프를 찍고 다음 목적지까지 거리를 들으니, 도노스티아에 더 이상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정신 차리지 않았다면, 나의 산티아고 걸음길은 시작과 동시에 멈췄을 것이다.
#산 세바스티안. 그 안으로
너무나도 이쁘 도시였다. 사실 그 도시에 있었던 시간은 반나절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노스티아를 생각하면 며칠을 묵었던 것 마냥 좋은 기분이 든다. 마치 그곳에서 친구라도 사귄듯이 정이 간다. 추억이라도 쌓은 듯이 자꾸만 떠오른다.
골목 사이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즐기고, 미식의 도시 답게 테이블 마다 다양한 식재료의 음식이 쌓여있고, 옥빛 해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웃음을 드러내었다. 그래서 스치듯 지나갔던 도시임에도 그들의 잔상이 감정과 함께 머릿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걸음을 옮겨 도심을 빠져나왔음에도 나의 생각과 감정은 자꾸만 산 세바스티안, 그 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경험의 가치
도노스티아가 나에게 준 모든 것들은 나에게 노출된 수 많은 정보들이었다. 다만 그것이 '나'에게는 특별한 감정, 기억, 경험이 되어 주었다. 어떤 이에게는 별것 아닌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면 직접 쓰지 않더라도 어떤 효용이 느껴진다. 나이키를 예로 들면, 나이키 매장에서 새로 나온 운동화를 신어 보면 구매해서 소유하지 않더라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브랜드도 어떤 뉘앙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경험이라는 것이 정량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가를 보면 그것의 답은 NO 다. 경험이라는 것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려고 들면 그것의 측정 기준, 측정 문항, 측정 모수 등 모든 것이 복잡해진다. 어떤 현상의 해석을 위한 정량화라기 보다 정량화를 위한 정량화가 되어 버릴 것이다. 애초에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측정하려고 들면 결과값은 오류일 것이다.
보통 어떤 광고를 만들면 브랜딩인지 퍼포먼스인지가 중요하다. 그에 따라 추구하고자 하는 T&M도 달라지고, 활용하는 매체와 상품들이 달라진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것을 일률적으로 개량화려고 든다. 개량의 범위가 정해져 있음에도 모든 것을 비용효율성의 잣대,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의 잣대로만 보려고 한다.
광고란 유료의 매체를 통한 상업활동이다. 그런 측면에서 ROI가 측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지표가 가시적 성과라거나 측량 가능한 것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에게 도노스티아가 주었던 뉘앙스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가? TV에 나오는 광고가 주는 복합적인 것들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개인들의 의견을 어떤 지표로 객관화 시킬 수 있을 것인가?
광고는 주장이다. 모든 주장이 옳을 수 없다. 다만 주장하지 않으면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공감 받을 수 없고, 설득시킬 수도 없다. 광고를 개량화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한 변수로서 작동할 뿐이라는 것에서 광고를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 변수가 어떤 이에게는 큰 변화를, 어떤 이에게는 작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광고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주장 하지 않으면 어떤 이에게도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광고는 개인에게 간다. 그래서 모두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