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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찌니 May 04. 2020

계절을 달리는 아이

느려도 괜찮아, 너만의 속도로 걸어가렴

가을을 달리는 아이(2017년 가을)

봄의 현충원에서의 너와

가을의 현충원에서의 너는 참 다르구나.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커가는 아이.


가을이 깊이 스며든 이곳을 달리며

너의 삶에도 조금씩 속도를 내며 달리는구나.


늦가을에 태어나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이 가을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 은행나무 아래에서

낙엽을 던지고 놀고

엄마에게 달려와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주는

너는 나의 보물, 행복, 희망이자 기쁨.


이곳에 새싹이 돋고

다시 나뭇잎이 물들 때엔

또 어떤 모습으로 달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가을을 달리는 아이.

사랑하는 내 아가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 보자.






또다시 봄을 달리는 아이(2018년 봄)


오늘 너의 변화는

나에게는 환희.


너는

안으로 자꾸 움츠려 들려는 나를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몸소 알려주고 실천하게 한다.


너와의 그 모든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던져낼지

우리만의 추억으로 기록할지

엄마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어떤 게 너에게 도움이 될까


또다시 봄을 달리는 아이.

일 년 사이에 그렇게 넌 또 컸구나

느릴 뿐, 너만의 속도로 또 그렇게 그렇게

고마워, 아들.



그리고 2020년 봄.


어쩌면 아이는 자기의 인생을 전력 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느리다는 것은 밖에서 아이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시각일 뿐, 아이는 그렇게 달리고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아이가 속도 내어 무조건 달리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엄마도 이제는 천천히 걷는 법을 알게 되었고,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힘들어 주저앉으면 일어나라고 닦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옆에 서서 조용히 기다려주면 된다는 것을.

그렇게 또 알아간다.


자식을 키우며 인생을 배운다더니 정말 지금껏 살아온 내 인생은 뭐였을까 돌아보게도 된다.

너무나도 바쁘게 돌아가는 이 세상이

나도 버거울 때가 있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그리고 느린 아이들은 더 그럴 것 같다.

2년 전 아이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아이와의 일상을

상과 공유하기 시작하니

한결 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조금만 여유 있게 천천히 가보자는

생각이 든다.



느려도 괜찮아, 너만의 속도로 걸어가렴.

계절을 달리는 아이.

엄마랑 또 이 계절을 달리고 걷고 주저앉고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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