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니찌니 May 05. 2020

자연과 더불어 자라는 아이. 산으로, 산으로

감통 수업보다 등산!!



봄을 느낄 여유도 없이 여름이 성큼 와버렸다.

코로나로 빼앗긴 2020년의 봄, 그리고 계절은 야속하게도

코로나의 틈을 비집고 여름을 우리에게 보내버렸다.


아이와 등산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 봄과 가을.

하지만 올해 봄에는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해서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밖에 나가고 싶어서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집 밖에 나가기를 거부해버린다. 그래서 다시 나가야 했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꽃도 많이 없어 볼거리도 없는,

그런 곳을 찾아 아이와 등산을 한다.


봄의 연두, 연두색 중에서도 너무 예쁜  자연의 연두.

연두색 물감에 레몬 노랑을 조금 더 섞은 느낌,

오늘은 그 색을 보러 산에 간다.




감각 통합.

자폐 성향의 아이들은 대부분 감각 통합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감각통합 수업에 대한 효과는 아직 증명된 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난 감각 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감각통합 수업보다는 등산이 아이에게 훨씬 좋다는 의견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산에 가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고 풀을 만지고 다양한 냄새를 느끼게 하고,

매 계절 자연이 주는 색을 눈으로 감상하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듣게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방치된다는 것을 알게 된 2018년 그 해 가을,

나는 과감히 어린이집을 포기하고 유치원 특수반 입학하기 전 5개월 동안

아이랑 그렇게 산으로, 산으로 다녔다.

사람들이 많이 없는 평일 낮시간이라 아이가 소리를 질러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아서 나도 좋았다.

자연 속에서 나도 마음이 편해졌고 아이도 자연 속에서 그렇게 자신의 감각을 찾아가는 듯했다.


기관에 다니면서 사회적 질서를 배우지 못한 대신,

아이는 스트레스 없이 자신만의 성장을 하는 듯했고

아이의 인지가 엄청 올라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본래 바다를 좋아한다.

바닷가 도시가 고향이기도 하고 우울한 일이 생길 때면

그냥 바다에 가서 앉아있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땀 흘리며 산을 올라서 일까

그 시간들도 나의 삶으로 녹아들어서 일까 산이 좋아졌다.

산 바다 둘 중에 뭐가 더 좋냐고 물어보면 이젠 산이다.

그리고 산을 많이 다닌 덕에 지금까지 나도 체력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햇살에 그을린 내 얼굴엔 주근깨가 점점 생겨났고 주름도 늘어갔다.

하지만, 괜찮다.

내 것을 너에게 줘서, 너를 평범하게만 살아갈 수 있게 한다면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

그게 내 사명이고 내 삶이라는 것을 나도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끝까지 산을 오르려는 아들의 의지가 대견하다가도

내려오는 길은 항상 함들어하는 아이를

안고 업고와야하는,

나에겐 극기훈련으로 끝나는 등산이지만,

오늘도 나는 산으로 간다.



이전 04화 계절을 달리는 아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