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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찌니 Jun 11. 2020

부모라는 이름의 진행형

부성애와 모성애, 속도는 다르지만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자기는 왜 이렇게 애한테 관심이 없어?"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기 전인 36개월에서 48개월의 시기는 정말로 고난의 시간이었다.

아이는 너무 힘들어했다. 말을 할 수 없으니 행동으로 그 감정들이 표현되었는데, 문제는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난 알 수가 없었다.

 어디가 아픈 건지, 속이 상한 건지, 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냥 아이를 살피고 또 살피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데 엄마인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고 그 화살은 일이 바빠 늦어지는 남편에게로  돌아갔다.


우리는 그렇게 힘든 시간을

서로에게 화살을 쏘아가며

이미 찢어진 가슴에 계속해서 구멍을 내고 있었다.





임신하면서 마음의 준비보단 몸이 더 먼저 느껴버린 엄마라는 타이틀.

그렇게 나는 뱃속의 아이가 크면서 빠르게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남편은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빠가 아직 되기엔 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어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었고,

그도 조금씩 아빠 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36개월에서 60개월 사이,

아이에게 좋다는 것은 전부 다 해보며 나를 잃어버리고 아이에게만 집중했다. 오전에만 기관에 보내고 오후에는 월, 화, 수, 목, 금 일주일 내내 센터에 다니며 수업을 받았고 밖으로 계속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의 장애가 없어지진 않을 텐데, 나는 장애라는 것이 손바닥 뒤집듯이 확 변화할 거란 허무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번아웃이 된 마냥 아이한테만 가있던 시선을 거두고 그 시선을 나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이제는 남편의 모든 시선이 아이에게로 가 있었다. 늘 일찍 퇴근해서 와서 같이 밥을 먹고 아이와 놀아준다. 그리고 절대 불가능할 것 만 같았던 취침도 아빠와 하고 있다. 아이를 안고 늘 노래를 불러주며 아이를 재운다. 매 주말이면 새로운 산을 검색해서 아이와 등산을 간다. 온 가족이 다 같이 갈 때도 있지만, 아빠와 아들 단둘이 땀에 흠뻑 젖어 웃으며 집에 들어설 때는 묘한 행복감도 느낀다.


남편은 그렇게 천천히 아빠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물러섬이 그에겐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부모라는 존재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진행형 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부성애나 모성애나 드러나는 방식은, 속도는 다를지 모르지만, 그 사랑은 아이를 위해 같은 곳으로 계속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우리는 육아 방법이 다르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다르지만, 아이를 향한 그 사랑 하나로 서로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그렇게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 진행형으로.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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