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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찌니 Oct 11. 2020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강물에 던져 넣은 돌멩이의 개수만큼 아이는 절제를, 엄마는 인내를 배운다

이는 돌멩이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엔 던지는 것도 잘 못했다.

그냥 떨어뜨린다가 맞는 표현 같다.

호수든, 강이든, 계곡이든 주변의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주워와서는

던져 넣고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했다.

사실 아이가 돌을 던지며 좋아하는 이유를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다만, 돌이 물에 닿을 때의 소리,

그리고 만들어지는 파문 등등

모든 것들이 감각추구를 하는 과정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


한번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질리도록 그 일에만 몰두하는 성향 때문에

물만 보면 돌을 던져 넣었고

한 시간을 서서 돌을 던지고 온 적도 있다.

그래서 한동안은 물가에 아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적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기에

또 가서는 오늘은 백개만 던지자 하며

백개의 돌을 주워 앞에 놓아주고

또 가서는 오늘은 오십 개만 던지자 하며

오십 개의 돌을 주워 앞에 놓아줬다.

아이는 원하는 만큼 돌을 던지게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악을 쓰며 위험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적당히 서로의 의견을 타협해가며

그렇게 몇 개월의 아니 1년의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점점 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 손에 몇 개의 돌만 쥐어주고는

'이것만 던지고 가자'

'저기 위에 가서 또 던지자'

'이게 마지막 돌멩이야'라고 하면

아이는 이제 알아듣고 떼를 쓰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주 가끔은 떼를 쓰긴 하지만,

그래도 절제를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에 던져 넣은 돌멩이의 수만큼

나는 인내와 기다림을 또 배웠고

아이는 절제를 배웠다.


돌을 떨어뜨리기만 하던 아이가

돌을 던져 넣기 시작하고

아래로만 그려지던 포물선은 이제 위로로 그려진다.

어느 날, 아이 손에 쥐어졌던 작은 돌멩이 하나가 머리 위로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더 큰 파문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멋진 포즈로 돌을 던져 넣는 아이를 보며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은 잊히지 않는다.

그동안 그려졌던 무수한 파문만큼이나

오랫동안  일렁였다.




우리는 여전히 강가에 가면 돌을 줍는다.

왜 돌을 던지는지

언제까지 던질지

이젠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오늘도 돌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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