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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찌니 Oct 09. 2020

너의 삶, 나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

7년 만의 복직, 그렇게 나는 내 이름과 함께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 가방의 이름은 턴락 버로우.

5년 전 밀회라는 드라마에서 김희애가 들고 나왔었다.

그녀가 들고 다니는 당당한 모습에 반한 건지 아니면 가방의 디자인에 반한 건지 모르겠으나

가방이 너무 맘에 들었고,

그 당시 미국에 있던 나는 핫딜이 뜬 이 가방을 1/5 가격인

100달러 중반에 구매를 했다.

이 가방을 들고 다시 회사에 다니는 상상을 하면서^^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포장지도 벗기지 못한 이 가방은 미국 옷장에서 2년,

그리고 한국의 옷장으로 옮겨가며 5년의 시간을 보냈다.


2020년.

유행이 지나버린 저 가방을

이제는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복직.

7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는

얼마나 또 숨이차게 달려야 할지 조금은 두려웠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의 품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조금 더 유치원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왔다.

아이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7살 시기.

더 많이 챙기고 더 많이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데 아이를 두고 일을 하러 간다니..

그리고 코로나로 난리인 지금, 복직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내 일이 있다 해도 여전히 나는 엄마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기에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들어도

주어진 시간에 더 집중적으로 놀아주고 사랑을 주자 생각했다.

그리고 매일 저녁 식사 후 한 시간.

집중 놀이시간을 통해 아이와의  형성된 교감은 아이들에게도 안정감을 주었고

아이는 엄마의 부재로 인한 퇴행이 아닌

홀로서기를 통해 더 많은 성장을 보이며 크고 있었다.


내 삶을 버리고 내 삶을 다 희생해서  

그 시간을 아이에게 주면

아이는 더 빨리 성장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것은 나만의 합리화였다는 것을 알았다.

결코 내 삶은 아이의 삶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내 이름과 함께 다시 내 일을 시작한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삶대로 흘러가고

나의 삶은 나의 삶대로 흘러가고

그 사이에 우리의 삶이 함께 한다는 것을,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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