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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찌니 Nov 01. 2020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키워요.

자폐 혹은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울타리

아이를 특수 유치원에 보내면서 같은 성향의 장애 아이를 가진 엄마들과 모임이 생겼다. 아이에 대한 고민과 정보들을 나누고 가끔은 우울해진 마음도 위로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 인지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모임을 하는 것을 자제했다. 하지만, 그날 하원길 모습이  내 속의 뭔가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작년까지는 유치원에 방과 후 과정이 없었고, 특별 활동 수업이 없는 금요일은 1시 50분에 일괄 하원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의 하원을 기다리는 그 시간 극명하게 보이는 차이.

통합반 친구들의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특수반 엄마들은 여기 한 명 저기 한 명 뻘쭘하게 서있는 모습이 너무도 대비가 되면서 속이 상했다. 아니 그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엄마들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고 전화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첫 모임에서 세상을 향해 꽁꽁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서로에게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언니 동생 하면서 방학 때는 스케줄을 짜서 자체적으로 견학도 가고 한 집에 모여 쿠키도 만들고 또 다른 집에 모여서는 물놀이를 하며 지냈다.


 한 곳에 모이면 자기 아이가 아닌 다른 집 아이를 챙기고 있는 희한한 광경이 자주 발생하기도 했고, 아이들끼리 다투는 상황들도 생겼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들 만의 질서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듯했다.

비슷한 성향이고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보니 아이들에게 일이 생기면 서로 의논하고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공유했다. 좋은 것은 나누고 힘든 것도 나누며 우리는 지금 같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혼자서 하기엔, 부모인 우리도 처음이고 모르게 너무 많았지만 울타리 안에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힘이 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생겼다.



사실은,

우리의 상황은 누가 누구를 위로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게 아닌가 한다.

아이들은 엄마들의 끈끈한 마음만큼 서로를 위하며 챙기는 모습으로 자라 가고 있다.



혼자가 아닌, 우리.

우리는 그 속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하고

엄마로서의 성장도 함께 하며

위로의, 그리고 사랑의 울타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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