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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찌니 May 01. 2020

풀고 싶다, 너의 암호.

엄마는 자꾸 니 머릿속이 궁금해.

레고판에 정사각 블록만 골라 꽂고, 옆에 하늘색 넓은 조각을 배치.




알고 싶다. 너의 생각.

풀고 싶다. 너의 암호.


색상의 변화, 공백의 의미.

분명 무언가 있지 않을까?


알 수도 풀 수도 없는 너의 패턴들.

과학을 공부한 엄마는 , 자꾸 너를 풀려고만 하는구나.

끊임없이 증명하고, 실험하고

엄마의 인생이 그랬기에 어쩌면 너에게도 그렇게 적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 풀 수 없는 너의 암호 같은 이 배열들은

엄마는 그냥 찍어놓고 기억해뒀다가

이전의 기록들을 찾아보며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구나.


이상하게 헷갈려서

매번 틀렸던

그 방정식 유도 문제보다도

너의 문제가 백배 천배는 더 어렵구나.


하지만, 너의 문제는 푸는 것이 아니라

같이 봐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엄마는 점점 알아간다.


그래도 풀고 싶은 너의 머릿속.

엄마의 직업병인가 보다.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은

장난감들을 의미 있게 가지고 놀기보단

배열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배열이 늘 일정한 것도 아니고

가만히 살펴보면 그만의 법칙이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가 말을 하면 물어보면 되지만 말을 못 하니

참 답답해집니다.




 뭔가를 배열해 놓으면 그때그때 찍어 놓는데

2년 사이 배열만 하는 놀이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첨에 자동차를 길게 줄 세우기만 했는데

명절 때 고속도로를 달리고 오면 꼭 병목 현상처럼 자동차들을 배열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오는 길 가는 길 방향으로 배열하기도 해서

아이가 주변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구나 하며

안심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놀이로의 확장이

더뎌서 걱정을 많이 했지요.




48개월 때 자동차 배열 모습.

 48개월 때까지 저렇게 자동차를  줄만 세웠습니다.

나름의 법칙이 있는지 살펴보면

무지개색으로 줄을 세우는 줄이 꼭 한 줄씩 있어요.

그리고는 나머지는 그냥 랜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져서

뭔가 법칙은 없는 것 같았어요.

자동차는 달려야 되는데

왜 계속 줄만 세우는지 알 수는 없지만,

놀이할 때 즐거우면 되는 거다 싶어

크게 제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길도 만들고 다리도 만들고

그 길을 자동차가 달리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합니다.

다 자기만의 순서대로 놀이를 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괜한 걱정을 한 건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평범한 아이들이 당연하게 노는 방법들이

우리 아이들에겐 선물 같은 특별함이 되기도 합니다.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바라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라고 자꾸 풀어내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가만히 바라보고

관찰해주는 게 제 몫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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