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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Aug 23. 2017

공부의 목적은 'OO' 입니다.

공부의 목적은 두 글자로 설명됩니다.

  

   

저에게 친한 사업가 동생이 있습니다. 20대의 나이에도 글로벌하게 사업을 잘 하고 어찌나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면 알 수록 신기하기만 한 친구예요. 경영, 수출입, 디자인, 제조, 코딩 등 그 친구가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이게 다 가능한가 싶을 만큼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빠르게 습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해외 유명 대학을 나왔을 것 같은 이 친구. 사실 대학을 안 나왔습니다. 본인은 공부를 정말 못했었고 공부에 흥미도 없다고 말합니다. 학교 다닐 때 성적도 '엉망' 이었대요. 자, 이 친구. 공부를 못하는 걸까요? 잘하는 걸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이 친구는 공부를 매우 매우 잘하는 사람입니다. 공부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공부를 책 보고 수업 듣고 시험 성적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 친구는 공부를 못했고 지금도 공부를 안 한다고 할 수 있지만, 공부의 본래 목적에 비추어보면 엄청나게 많은 공부를 매우 잘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공부의 목적이 'OO' 이기 때문인데요, 이 빈칸을 보면 어떤 단어들이 문득 떠오르시나요?

   


대학
직업
성적
미래
혹은 '그냥'?

  

  

  

ㅣ 공부의 목적

심지어 공부의 목적을 '스마트폰을 갖기 위해서' 라는 현실적인 대답을 한 친구도 있는데요, 우리는 학창 시절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고 공부와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십수 년을 보냅니다. 독서실이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저렇게 열심히 하면 진짜 모두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하지만 정작 이 공부를 왜 하고 있는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근본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무작정 공부를 붙들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타깝습니다. 마찬가지로 학부모님께서도 '초3이 되었으면 무엇무엇을 해야 하고, 중1이 되면 무엇무엇을 해야 하고' 등등 해야 할 것들을 많이 챙겨주시지만, 근본적인 공부 목적과 이유에 대해 큰 방향성이 흔들리는 경우도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시험을 잘 보면 스마트폰 사준다고 하셨나봐요.

  

힌트를 먼저 드리자면, 공부의 목적은 결코 대학이나 직업, 성적이 아닙니다. 과연 무엇일지 흔들림 없는 공부의 정의에 비추어 답을 같이 발견해보도록 하지요.

  

  

     

ㅣ 공부에 대한 오해

열심히 무언가를 하지만 정작 공부가 무엇인지 몰라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학생 여러분들이 많습니다.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교과서를 보고, 인강을 듣고,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그것이 공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헉? 정말? 자, 그럼 먼저 공부가 무언지부터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공부'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시험? 책? 수업? 학원? 인강? 등등. 실제로 우리는 공부를 '책과 수업을 보고 들은 시간의 총합' 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증거를 보여드리면요, 만일 이러한 질문을 했다고 합시다.

  

  

오늘 공부 많이 했어?


그럼 보통 뭐라고 대답할까요?


응. 나 오늘 4시간이나 공부했어.
아니. 나 오늘 인강 하나밖에 못 들었어. ㅠㅠ
어. 나 오늘 문제집 20장이나 풀었어.

   

   

등등. 공부를 많이 잘 했다는 것은 '오랜 시간 많은 양의 책과 수업을 보고 들었다' 로 여겨집니다. 많은 분들의 생각 속에 공부란, 책 보고 수업들은 시간과 양의 총합 으로 인식되는 거죠. 하지만 과연? 슬프게도 공부를 이렇게 인식하기 때문에 공부가 괴롭고 두려운 것이 되고, 소위 '학부모님과 학생의 10년 공부 전쟁의 서막' 이 오르게 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ㅣ 공부의 정의

공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도 학생들에게도 항상 잘 모르면 먼저 사전을 찾아보라고 하지요.)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공부는 간단하게,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여기서 학문이나 기술은 모든 것을 총칭하는 것에 가까우므로 중요한 것은 '배우고 익힘' 이 됩니다. 즉, 배우고 익히고 있다면 이 행위는 모두 공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책과 수업보다 먼저 '내가 지금 배우고 익히고 있나?' 가 공부의 기준과 척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른 공부의 정의는 이러합니다.

 

   

배우고 익힌다는 말이 좋기는 한데,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두 단어를 섞어서 쓰기도 하지만 사실 상당히 다른 의미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몰랐던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것' 을 말합니다. 익힌다는 것은 '배운 것을 이해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을 의미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서 설명드릴게요.

   

내 머리 속에 없던 것을 책이나 경험 등을 통해 새로 습득하는 것이 배움입니다.
배우고 암기한 내용 등을 이해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익힘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배움은 내 머리 속에 없던 것을 책이나 경험 등을 통해 새로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어떤 지식의 전달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와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 중 하나죠. 익힘은 배우고 암기한 내용들을 이해해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영어 단어를 외우기는 했는데 실생활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직 이 단어는 배움과 암기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그 의미를 이해하고 언제든지 자신 있게 이 단어를 쓸 수 있게 되면 이는 내 것이 된 거죠. 이것이 익힌 것입니다. 익힘은 혼자 공부하거나 사색 등을 할 때 잘 이루어지며 외부의 지식 전달 없이 스스로 합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학원과 인강 등으로 소위 뺑뺑이(?)를 돌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지식을 머리 속에 암기하고 저장하는 '배움'은 많이 되어 있을지언정, 이를 자기 것으로 이해하여 활용하는 '익힘'이 약하기 때문에 응용문제가 나오면 쉽게 틀리거나 논술 등 자신의 의견을 펴는 질문이 나오면 당황하게 됩니다. 익힘이 부족하여 '자기 것'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가 어렵고 꼬인 응용문제에 강하다는 것이 바로 그래서 그렇습니다.  

   

   

서울대에 간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혼자 공부 시간 비교 그래프입니다. 학원에 가서 배우는 것 만으로는 공부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자기 것으로 익히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ㅣ 공부의 목적은 한 마디로...

자, 다시 돌아와서 공부란 한 마디로 '배우고 익힘' 입니다. '책과 수업' 이 아니죠. 그래서 공부를 많이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책과 수업을 많이 오랫동안 보고 듣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배우고 익히면 우리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원래 10 밖에 아는 것이 없던 내가 20을 알게 되고, 30을 알게 됩니다. 또 그것을 내 것으로 이해해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 되며 나의 능력과 실력이 점점 좋아집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문제가 나오든) 더 나은 답을 찾아내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한 마디로,


성장


하게 되는 것이죠. 네, 맞습니다. 공부의 목적 'OO' 두 글자는 바로, '성장' 입니다. 공부의 목적은 입시도 대학도 성적도 그냥도 아닙니다. 성장입니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든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ㅣ 공부는 성장

예를 들어볼까요. 교과서를 4시간 동안 정독했습니다. 공부를 한 걸까요? 아주 잘 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답은 '알 수 없다' 입니다. 내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새로 알게 된 게 없다면 4시간 동안 교과서를 보았어도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또,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이해하고 익힌 것도 없겠죠. 이 상황이라면 교과서를 몇 시간을 본들 '공부'는 하지 않은 겁니다.


반대로,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았습니다. 공부를 한 걸까요? 왠지 막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드시겠지만 역시 정답은 '알 수 없다' 입니다. 다른 말로는, 핸드폰 웹툰이 공부일 수 있다는 거죠. 여기서 포인트는 '핸드폰 웹툰은 공부가 아니에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 그럼 어떻게 핸드폰 웹툰도 공부로 만들어서 활용해요?' 입니다. 실제로 어떤 학생들은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다가도 배우고 익힙니다. 귀여운 아래 카카오 프렌즈 이미지를 같이 볼까요? 혹시 무언가를 배우거나 익힐 점이 발견되시나요? 

  

  

이 이미지를 보고도 누군가는 공부를 합니다.

    

  

일전에 제가 중학생 대상 특강을 할 때 어떤 여학생이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이미지를 보고 '노란색을 쓰니까 귀여워요. 나중에 뭔가 귀엽게 해야 할 때 노란색을 쓰면 될 거 같아요.'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놀랐죠. '노란색을 쓰니까 귀여워요' 는 그 친구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것이므로 배운 것입니다. 또, '나중에 뭔가 귀엽게 해야 할 때 노란색을 쓰면 될 거 같아요.' 는 자기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활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익힌 것입니다. 이 친구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보다가 공부를 한 거죠. 이게 바로 진짜 공부의 의미입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다시피 이 친구는 이 순간 '공부'했고 '성장' 했습니다.

   

  

연습해볼까요? 명동 거리입니다. 여기서는 무엇을 또 배우고 익힐 수 있을까요?

  

   

  

ㅣ 공부의 질문을 바꿔주세요.

때문에 공부를 할 때 몇 시간 앉아있었느냐, 매일 몇 시간 책을 보고 문제집을 몇 장 풀었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배우고 익히고 있는가 아닌가 입니다. 이것이 공부의 근본적인 방향성과 정의가 되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많은 학생 여러분들이 시간과 양을 늘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 시간과 양에 지치고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한 번 앉으면 '아.. 또 몇 시간을 앉아서 이걸 해야 하나.. 일어나서 돌아다니면 또 혼날 텐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거죠. 


질문을 바꿔서 공부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보세요. '너 어제 몇 시간 공부했어?' '너 어제 문제집 몇 장 풀었어?' 보다 더 바람직한 질문은 '지금 공부해서 뭘 새로 알게 되었을까?' '그걸 나라면(너라면) 어떻게 활용해볼 수 있을까?' 입니다. 그것이 공부의 정의인 배움과 익힘을 목적으로 하는 정확한 질문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시간과 양의 개념에서 배움과 익힘의 개념으로 공부의 방향을 달리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성장'합니다. 계속 배우고 익히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이죠.

  

  

공부의 질문을 바꿔주세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만, 공부가 무엇인지 몰라서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책을 읽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뭘 새로 알게 되었을까? 난 이걸 어떻게 이해해서 내 걸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한 번이 제대로 된 의미의 공부를 시작하게 합니다. 더 나아가, '지금 내가 게임을 하는데 혹시 여기서 뭐 새로운 걸 알게 된 건 없나? 이 게임에서 뭔가 배운 걸 활용해볼 수는 없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이 친구는 게임을 하면서도 공부를 하게 될 겁니다. 위의 여중생이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보면서 배우고 익힌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이 중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부는 이런 것이고 공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를 한 친구는 성장합니다. 성장하면 능력과 실력이 좋아지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회의 수많은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 힘이 바로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思考力)인 것이고요. (사고력이 궁금하시면 제가 그린 웹툰 '내 머리 사용서 1 - 사고력' https://brunch.co.kr/@typhoonk83/27 을 참고해주세요.)

   

  

   

ㅣ 정리하며...

제가 이 글의 서론에 대학을 나오지 않은 20대 사업가 동생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친구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찾아서 알아냅니다. 글로벌하게 사업을 하니 새로 습득해야 하는 지식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것을 바로바로 인터넷이든 책이든 영상이든 찾아서 습득합니다. '배움'을 한 겁니다. 그리고 혼자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SNS 마케팅이 필요하다 싶으면 지금 잘 나가는 SNS들을 직접 겪고 실험하면서 속성을 파악하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활용하죠. '익힘'을 한 겁니다. 네, 이 친구는 기가 막히게 공부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성적이 안 좋았고 대학도 나오지 않은 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부와 크게 관련이 없을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학교에서는 더 질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책과 수업은 애초에 밀도 있는 지식의 전달을 위해 탄생한 것이므로 잘만 활용한다면 공부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책과 수업, 학교가 공부 자체는 결코 아닙니다. 책과 수업을 공부와 떼어 생각해야 진짜 공부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효율적인 성장이 일어나며 공부를 평생 자기 것으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긴 글을 달려왔습니다. 이것 두 가지만 기억해 주시면 됩니다.

   


공부는 배움과 익힘이다.


공부의 목적은 성장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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