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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수석의 공부 이야기
by 김태훈 Jun 10. 2017

수포자여러분, 포기할지 말지 이 글을 읽고 판단해주세요

왜 유독 수학에서만 그 많은 포기자가 나올까?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제목이 좀 웃겼죠? 하지만 학생 여러분 중 수포자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매일 오가며 고민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수학처럼 학생 여러분들의 사랑과 미움을 극단적으로 받는 과목이 또 있을까요. 어떤 친구는 ‘에이, 수학 좋아하는 애가 어딨어요?’ 라고 할 테지만, 의외로 수학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반대로 소위 ‘수포자 = 수학 포기자’로 불리며 아예 수학 공부에서 손을 놓아버린 친구들도 많고요. 이렇게 극단적인 호불호는 다른 과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수학의 어떤 특징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지, 그럼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좀 실질적인 면에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특히 수학을 놔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친구들과 학부모님께서는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먼저, 수포자는 대체 왜 생기는가?

 

 


 

           

 

다른 과목들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국어나 영어는 보통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제대로 못했다고 해서 중학교 2학년 과정을 아예 못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도덕, 기술, 가정, 음악, 미술 같은 과목들도 마찬가지인데, 물론 이전 학년의 내용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으면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 조금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못 할 것도 아니에요. 교과 내용 자체나 사용하는 단어가 학년에 따라 어려워지긴 해도 완전히 생소한 개념들이 등장하는 건 아니거든요. 사회 과목 계열들은 학년에 따라 세계화, 주식, 민법, 행정부 등등 새로운 개념 단어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이런 단어들은 평소에 인터넷이나 뉴스 등에서 은근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중학교 영어로 예를 들어보자면, 중 1 영어 교과서, 중 2 영어 교과서 본문을 비교해보면 단어와 문장이 조금 어려워지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1)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본문 중

Hi. I'm Danny from Sydney, Australia. My school is a little different from yours. School starts at 8:30 a.m. We also have six classes a day. We all study five core subjects and choose three more.      


2) 중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 본문 중

I have a Korean friend who came to Australia six months ago. She's now staying with us. She misses everything in Korea: her family, friends, and, of course, the food.

 

1학년 과정을 완전히 이수하지 못했다 해도 2학년 과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죠?

 

 

 

수학 목차의 비밀과 수포자의 관계

그런데 수학은 이러한 과목들과 그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1학년 때 공부했어야 하는 내용을 알아야만 2학년 과정을 온전히 해낼 수 있고, 2학년 내용을 알아야 3학년 내용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전 학년 내용을 모른다면 다음 해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단어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데다, 이전 학년의 내용을 다 안다고 가정하고 이를 응용하여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 이어서 나오기 때문이에요. 중학교 수학 교과서 목차를 한 번 볼게요.

  

 

<오랜만에 보는 내용들인가요? 그래도 찬찬히 보면 얼핏 기억이 나실 겁니다.>

 

 

중학교 1학년 첫 과정부터 가로로 따라가보겠습니다. 중학교 1학년 첫 내용은 자연수, 정수, 유리수입니다. (기억이 나죠?^^) 즉, 우리가 항상 쓰는 기본적인 숫자 - 1,2,3, 마이너스, 분수 등등 - 의 개념을 가장 먼저 배웁니다. 2학년을 볼까요? 2학년 1학기 첫 내용은 유리수와 순환 소수인데, 1학년 때 배운 유리수, 정수, 분수를 알고 있어야, 분수를 소수로 표현하는 순환 소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3학년은 어떨까요? 3학년 1학기가 되면 무리수와 제곱근을 배우는데, 2학년 때 배운 유리수를 모르면 상대 개념인 무리수를 이해할 수 없어요. 또 순환하지 않는 분수인 무리수를 이해하지 못하면 √2(루트2) 등의 제곱근의 개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든 수학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으시더라도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1학년 때 자연수와 정수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2학년 때 유리수와 순환 소수를 이해할 수 없고, 2학년 수학을 알지 못하면 3학년 때 무리수가 이해되지 않는 연쇄 과정으로 수학 과목은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또, 중3의 루트 개념을 모른다면 이런 문제는 아예 이해를 못하겠죠>

  

 

이런 순차적 목차 구성 방식은 학년 간뿐만 아니라 학년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1학년 과정을 세로 방향으로 잘 보시면, 처음 나오는 정수와 유리수를 알아야 그다음 챕터인 문자와 식, 일차식을 풀 수 있고 이를 할 줄 알아야 그다음에 나오는 일차방정식이 이해가 되며, 방정식을 알아야 함수를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이렇게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물론, 학년 내에서도 각 챕터들이 순서대로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면 연쇄적으로 연관된 부분들이 다 흔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2학년 연산 단항식과 다항식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와 관련된 2학년의 방정식, 부등식, 일차함수와 3학년의 인수분해와 이차방정식 및 함수도 쉽게 무너지게 되는 거죠.

 

 

<문제는 2학년 단항식 부분에서 발생했으나 그 파급은 2학년 나머지와 3학년 상당부분으로 이어집니다.>

  

  

 

수학 과목만의 특징

게다가 수학 시간에 배우는 순환소수, 무리수, 다항식 등의 단어와 개념들은 평소에 인터넷 등에 나온다거나 다른 과목에서 자주 쓰는 것도 아니어서 사회 과목처럼 어디서 얼핏 들어 익숙해지기도 어렵습니다. 즉, 전 학년에서 알고 와야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새로 등장하는 수식과 기호들도 한몫을 더하는데, ∑(시그마) 기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이 기호가 등장하는 이후의 내용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게 되죠. 한글과 숫자로 쓰여 있지만 마치 외국어를 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아래와 같은 문제가 나왔다고 해봅시다.

  

 

<기억 나시나요? 아니면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인가보다... ㅠㅠ>

  

 

두둥!! tan, cot, θ 에 대한 의미와 함수 개념, 분수 계산 방법 등 중학교 때 알고 넘어가야 했던 내용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가 쉽게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설명하시는 것이나 책에 쓰여 있는 글씨들이 외계어(!)처럼 느껴지고, 급기야 수업 시간에 그냥 공기만 쳐다보고 있게 되는 거죠. 그런 시간이 반복되면 ‘에라, 모르겠다. 뭔 소린지 1도 모르겠다~.’ 하면서 손을 놓아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과목에 비해 유난히 수학에서 ‘수포자’가 생기기 쉬운 겁니다. 어느 한 부분만 흔들려도 그 이후의 내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다, 고등학교에 가면서 난이도가 한 번 쓱~ 높아지기 때문에 미진한 부분까지 다시 보며 커버하기가 더 어렵게 되거든요.

 

  

  

수포자여, 포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진도에 대한 강박을 버리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진도를 포기하세요. '엥?? 그럼 어쩌지? 큰 일 날 텐데. 나중에 못 따라가면 큰 일 인데...' 라는 걱정의 마음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하지만 진도에 대한 강박을 벗어난 그때부터 수학 포기의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진도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 자기 학년의 과정과 상관없이 내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에 대한 것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다시 공부하여 채우고 현재의 진도로 돌아오세요. 어떻게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냐고요? 간단합니다. 지난 학년들의 학기별 중간, 기말 모의고사를 각각 두 어개 씩만 풀어보면 됩니다. 그럼 어느 부분에 구멍이 있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고, 그 부분만 다시 보고 실력을 채우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가 구멍이었다!

 

 

<여기가 실력의 구멍이었구나! 아는 순간 수포에게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의 팁은, 단순히 이전 학기 것을 풀어보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 자신이 없다 싶은 가장 낮은 학년의 것부터 풀어보는 겁니다. 모의고사 한 번 풀어보는 건 시간도 노력도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 평소에 숙제하고 공부하는 거 생각하면 모의고사 빨리 한 번 풀어보는 건 일도 아니죠..) 중학교 1학년 1학기 것부터 해봐도 됩니다. 고등학생이어도 중학교 1학년 1학기부터 해봐도 됩니다. 이제 중학교 1, 2학년이시라면 초등학교 것부터 해보세요. 이렇게 취약 부분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채우면, 이와 관련된 다른 뒷부분들이 연쇄적으로 쉬워지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느껴질 겁니다. 단항식, 다항식을 모르는데 어떻게 이차방정식이 이해가 되겠어요? 하지만 단항식, 다항식을 알고 다시 이차방정식 내용으로 오면 나도 모르게 훨씬 이해가 쉬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연쇄적인 수학의 목차 구성이 꼭 수포자를 만들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서, 앞부분을 채우기만 하면 뒤가 갑자기 쉽게 채워지니, 꼭 앞을 채우고 뒤로 오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동안 공부 코스프레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더 힘들어요. ㅠ>

  

 

얼핏 보면, 이전 학년 과정을 지금 다시 공부하는 것이 시간 낭비 같고, 다른 아이들은 다 진도 앞으로 쭉쭉 빼는 것 같은데 나만 안 그러면 어쩌나 걱정도 되실 겁니다. 하지만 앞을 탄탄하게 하지 않고 뒤로 넘어가는 진도는 나중에 고등학교 과정으로 가기 시작하면 반드시 그 한계가 드러납니다. 수학 공부의 중심을 '진도' 가 아니라 '실력' 에 맞추세요. 지금 얼마나 앞선 과정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잘 알고 풀어내느냐를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1년 선행 과정해서 70점 맞는 것 보다, 지금 내 과정에서 90점 맞는 게 수학을 훨씬 더 잘하고 있는 거예요. 자칫 현재 학년에 비해 진도를 얼마나 더 뺐다 를 기준으로 두다보면 (이 선행 진도를 다 소화하는 친구들은 예외입니다) 실력의 구멍을 남기고 계속 앞으로 넘어가다가 나중에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 시간이 걱정된다고요? 우리에겐 좋은 타이밍이 있습니다. 방학이요! 학교 진도는 안 나가고 내 시간은 많은 바로 그 시간! 방학을 이용해서 실력의 구멍을 채워주세요. 수학 성적이 애매하다면, 방학을 이용해서 계속 진도만 나가지 마시고 한 번은 뒤를 돌아보며 실력을 채우는 시간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늦기 전에요.

 

 

 

정리하며.

보면, 수학을 아주 싫어하고 아예 포기하는 학생들은 있어도 적당히 싫어하는 학생들은 드문 것 같습니다. 수학은 어떤 한 부분에서 놓치기 시작하면 실력 부족이 쌓이면서 점점 어려움이 커지거든요. 아무리 수학 공부를 해도 잘 못 알아듣겠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자기 학년에 상관없이 이전 범위 모의고사로 실력의 구멍을 확인해보거나, 혹은 어디를 모르는지도 잘 모르겠다(!) 싶으면, 1년 전 과정, 2년 전 과정의 순으로 차근차근 되돌아가면서 모의고사를 몇 개 풀어보세요. 내가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파악한 후 그 부분을 공부하고 다시 본래 진도로 돌아오는 것이 수학 포기를 극복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수학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안 돼요.
이번 생은 망했으니 수학은 손 놓을 거야.
머리가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

 

 

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고 포기하고 싶다면, 한 번만 이전 진도를 되짚어본 다음에 결정해보세요. 의외로 내가 수학에 소질이 있고 잘 해나갈 수 있는데 진도 때문에 몰랐을 수 있습니다. 포기를 마음 먹기 전에 한 번 해보세요. 수학은 원래 그런 구성을 가진 과목이고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다시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의지가 있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가정은 기본이고요. 수포자 여러분들, 한 번 해보기는 하고 포기하든지 말든지 결정합시다. 제가 이렇게 글로 나마 도와드리겠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고민되는 점 등은 댓글로도 달아주세요. 그럼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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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과 공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하는, 마다가스카르 부동산 개발자 및 IT회사 이포지션의 전략기획자 입니다. typhoonk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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