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대가, 늙어가는 이유
사과를 반으로 잘라 식탁 위에 놓아두면 어떻게 될까. 하얗던 과육이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철로 만든 못을 물가에 두면 붉은 녹이 슬기 시작한다. 오래된 기름은 쉰내가 나고, 고무는 딱딱해지며 부서진다.
이 모든 현상의 공통점은 '산화(oxidation)'다. 산소와 반응하여 물질이 변성되는 과정.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 몸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숨을 쉬면서 동시에 조금씩 녹슬고 있다.
우리가 숨을 쉬는 이유는 산소를 얻기 위해서다. 음식에서 얻은 영양분을 산소와 결합시켜 에너지를 만든다. 이 과정은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라는 작은 기관에서 일어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불가피한 부산물이 생긴다. 바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다. 활성산소는 불완전하게 환원된 산소 분자로, 매우 반응성이 높다. 이들은 주변의 다른 분자들—DNA, 단백질, 지질—과 반응하여 손상을 일으킨다.
비유하자면, 미토콘드리아는 불을 피워 에너지를 만드는 화덕 같다. 불은 유용하지만, 불꽃이 튀어 주변에 그을음을 남기고 작은 화상을 입힌다. 완벽하게 깨끗한 연소는 불가능하다. 살아 있다는 것, 에너지를 쓴다는 것 자체가 산화적 손상을 수반한다.
1956년, 미국의 생화학자 덴햄 하먼(Denham Harman)은 혁명적인 가설을 제안했다. 노화의 원인이 바로 이 활성산소, 더 넓게는 '자유라디칼(free radical)'에 있다는 것이다.
자유라디칼은 짝 없는 전자를 가진 분자다. 이들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다른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으려 한다. 전자를 빼앗긴 분자는 손상되고, 그 분자 역시 자유라디칼이 되어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이 세포 구조물을 손상시키고, 축적되면 노화와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하먼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노화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최초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이후 수십 년간 수많은 연구가 활성산소와 노화, 질병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2004년, 스웨덴의 연구팀은 더욱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라르손(Nils-Göran Larsson)과 트리푸노비치(Aleksandra Trifunovic)가 이끄는 팀은 미토콘드리아 DNA 복제에 오류가 많이 생기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를 만들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이 쥐들은 조기 노화 증상을 보였다. 털이 빠지고, 백발이 되고, 골다공증이 생기고, 심장이 비대해졌다. 정상 쥐의 수명보다 훨씬 짧게 살았다.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이 직접적으로 노화를 가속화한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DNA를 가지고 있다. 이 DNA는 핵 DNA와 달리 보호 단백질(히스톤)로 감싸여 있지 않고, 수리 시스템도 덜 발달해 있다. 게다가 미토콘드리아 DNA는 활성산소가 생성되는 바로 그 장소에 있다. 소방관이 불 속에서 일하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보다 훨씬 빠르게 손상이 축적된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는 효율이 떨어지고, 역설적으로 더 많은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것이 노화가 가속화되는 이유 중 하나다.
자유라디칼 이론이 널리 알려지면서, '항산화제(antioxidant)'가 건강 식품 시장의 총아가 되었다.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이 노화를 막고 질병을 예방한다고 광고되었다. 논리는 단순했다. 활성산소가 노화의 원인이라면,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항산화제를 많이 섭취하면 노화가 늦춰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는 기대를 배반했다. 2007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충격적이었다. 68개의 무작위 대조 시험, 23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분석한 결과, 항산화 보충제가 사망률을 낮추지 않았다. 일부 항산화제(베타카로틴, 비타민 E, 비타민 A)는 오히려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여러 설명이 있다.
첫째, 활성산소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활성산소는 면역 체계가 병원체를 죽이는 데 사용된다. 또한 세포 신호 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동 후 생기는 활성산소는 근육 적응과 강화에 필요하다. 항산화제를 과다 복용하면 이러한 유익한 역할까지 억제할 수 있다.
둘째, 몸에는 이미 정교한 항산화 시스템이 있다. 슈퍼옥시드 디스뮤타제, 카탈라제, 글루타티온 페록시다제 같은 효소들이 활성산소를 처리한다. 외부에서 항산화제를 추가로 공급하면 이 내인성 시스템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셋째, 음식에서 항산화 물질을 섭취하는 것과 농축된 보충제를 먹는 것은 다르다. 과일과 채소에는 항산화 물질뿐 아니라 수천 가지 다른 생리활성 물질이 함께 들어 있다. 이들의 상호작용이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 단일 성분을 분리해서 대량 복용하면 이 균형이 깨진다.
영화 필름도 시간이 지나면 산화된다. 색이 바래고, 화면이 흐려지고, 필름 자체가 부서지기 쉬워진다. 영화 아카이브에서는 필름을 저온 저습 환경에 보관하여 이 산화를 늦추려 한다.
그러나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필름이 존재하는 한, 시간이 흐르는 한, 산화는 일어난다. 완벽하게 보존된 필름은 없다. 오직 아직 산화되지 않은 필름이 있을 뿐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산화를 완전히 막으려면 숨을 쉬지 않아야 하고, 에너지를 쓰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죽음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산화된다는 것이다. 산화는 생명 활동의 불가피한 부산물이자,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자유라디칼 이론은 노화를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노화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복잡한 현상이다. 그러나 산화적 손상이 노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규모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보충제가 아닌 음식에서 항산화 물질을 섭취하라.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먹어라. 적당히 운동하라. 만성 스트레스를 관리하라. 충분히 자라. 담배를 피우지 마라.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산화적 손상을 줄이고, 세포의 회복력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노화를 돕는다.
산화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사과도 자르면 갈변하고, 우리도 살면서 산화된다. 그러나 사과를 레몬즙에 담그면 갈변이 느려지듯, 우리의 선택도 산화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숨 쉬는 것이 우리를 조금씩 늙게 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그러나 그 역설 속에 삶의 진실이 있다. 완전한 보존은 죽음이고, 살아 있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산화는 삶의 대가이자, 삶의 증거다.
다음 화에서는 유전자 수준으로 더 깊이 들어가, DNA에 새겨진 노화의 프로그램과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Harman, D. (1956). Aging: a theory based on free radical and radiation chemistry. *Journal of Gerontology, 11*(3), 298-300.
Trifunovic, A., Wredenberg, A., Falkenberg, M., Spelbrink, J. N., Rovio, A. T., Bruder, C. E., ... & Larsson, N. G. (2004). Premature ageing in mice expressing defective mitochondrial DNA polymerase. *Nature, 429*(6990), 417-423.
Bjelakovic, G., Nikolova, D., Gluud, L. L., Simonetti, R. G., & Gluud, C. (2007). Mortality in randomized trials of antioxidant supplements for primary and secondary prevention: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297*(8), 842-857.
Finkel, T., & Holbrook, N. J. (2000). Oxidants, oxidative stress and the biology of ageing. *Nature, 408*(6809), 239-247.
Ristow, M., & Schmeisser, S. (2011). Extending life span by increasing oxidative stress. *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 51*(2), 327-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