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 우산의 철회와 투자전략

by 투영인

2025년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 미국 안보 우산의 철회와 투자 전략


과거 보고서에서 우리가 반복해 강조한 것이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반드시 가장 오랜동안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30세 이상이라면 9/11 테러 당시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순간 세상이 바뀐 듯했다. 하지만 경제적 파급효과와 장기 시장 영향을 놓고 보면, 2001년의 진짜 게임 체인저는 테러도, 닷컴 버블 붕괴도, Enron 사기도 아니었다. 진정한 변곡점은 New York과 Washington DC 공격 정확히 3개월 뒤 일어났다: 바로 중국의 World Trade Organization(WTO) 가입이었다.


2008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뒤흔들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작 그 시기에 시작된 미국 shale oil 혁명과 smartphone의 등장이 이후 15년간 금융시장의 흐름을 좌우했다. 미국이 10년도 안 되어 석유 생산량을 하루 55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로 늘리고(필자의 2011년 저서 'Too Different for Comfort' 참조), 다른 주요국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했으며, Apple, Alphabet, Meta 같은 미국 기업들이 smartphone 생태계를 장악한 것이야말로 이후 15년간 미국 주식시장 독주의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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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5년의 결정적 변화는 무엇인가?


이런 관점에서 5~10년 후를 내다보면, 투자자들이 2025년의 전환점으로 기억할 사건은 무엇일까? 후보들을 살펴보자:

DeepSeek 출시: 중국의 대형 언어 모델이 smartphone 생태계와 달리 artificial intelligence 영역에서 미국 독점이 불가능함을 입증했다


일본 국채 금리 급등: 30년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의 명백한 종료 신호


중국의 사상 최대 규모 재정적자 정책 채택


유럽의 긴축 재정 완전 포기


미국 재정정책의 "DOGE 삭감"에서 "적극 부양"으로의 급선회


아시아 통화 carry trade 붕괴


"해방의 날" 관세 정책


중동 산유국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 약속


중국의 전력망 혁신과 초저가 핵에너지·thorium 원자로 기술 돌파


중동 AI 허브 구축을 위한 미국의 high-end chip 수출 결정


최근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입증된 중국 전투기의 프랑스 Rafale 압도 성능


Harvard 외국인 학생 비자 거부: 미국 최대 수출 상품인 교육 서비스와 글로벌 인재 흡입력 자체를 훼손하는 자충수


올해는 정말 숨 가쁜 한 해였고, 다룰 이슈가 넘쳐났다. Gavekal의 각종 보고서, 비디오, 팟캐스트, 세미나를 통해 독자들이 이런 굵직한 변화들을 놓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분명 이 모든 사건들은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하다.


그럼에도 글로벌 거시경제 판도를 뒤바꿀 핵심 변화를 꼽으라면, 최근 몇 달간 나온 세 연설에 주목하고 싶다:

부통령 JD Vance의 Munich Security Conference 연설


대통령 Donald Trump의 Riyadh 연설


Erik Prince의 2025년 2월 Hillsdale College 연설


2) 미국 안보 우산 철수와 중남미 자산 부상


세 연설에 대해서는 이미 분석한 바 있다. 공통된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글로벌 안보 우산을 접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Erik Prince 연설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는 미국의 의도적 선택이 아니다. 새로운 드론 전쟁 시대에 1만 달러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100만 달러 미사일을 쏴서 10억 달러 군함을 지키는 것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이제 "Fort Monroe", 즉 아메리카 대륙 안보로 후퇴하고 있다. Greenland부터 Tierra del Fuego까지 서반구 전체에 대한 통제력은 강화하되, 다른 지역에 대한 개입은 줄인다는 뜻이다. 이는 Latin American 자산에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남미 채권과 주식이 다른 모든 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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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 외 방산주 급등의 함정


흥미롭게도 미국 안보 우산 철수에 대한 시장의 즉각적 반응은 유럽·일본 방산주 매수였다. 논리는 간단하다: 미국이 더 이상 공짜 안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서구 민주국가들이 스스로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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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사고는 너무 단순하지 않을까? 미국조차 1만 달러 드론에 100만 달러 미사일 쏘는 게 비경제적이라면서, 유럽이 똑같은 10억 달러 군함과 100만 달러 미사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더구나 유럽과 일본이 천문학적 국방비를 쏟아부어봤자, 정작 그들의 진짜 취약점은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제공한 핵심 서비스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말 그대로 안보 우산이고, 둘째는 글로벌 해상 항로의 안전이었다.



4) 원자재 가격의 지역별 분화 가능성


지난 80년간 US Navy가 지키는 바다를 통해 중남미→유럽, 아프리카→중국, 호주→일본으로 원자재가 자유롭게 흘러다닐 수 있었다. 덕분에 전 세계 원자재는 사실상 단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물론 일본과 브라질 유가, 남아공과 한국 구리가에는 작은 차이가 있었지만, 이는 단순한 운송비 차이였다. 지역 간 가격 격차가 커지면 Glencore, Trafigura, Vitol 같은 거래업체들이 즉시 차익거래로 격차를 메웠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무료 해상 순찰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 통일성을 계속 기대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관리에 어떤 파장을 미칠까?



5) 위험 증대 시대의 중앙은행 정책 변화


2차 대전 후, 특히 닉슨이 금본위제를 폐기한 이후 수십 년간 미국은 쌍둥이 적자(재정적자+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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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미국이 전 세계에 US dollar를 꾸준히 공급했다는 뜻이다. 각국이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의 기본 용도는 US treasury 매입을 통한 미국 환류였다. 이는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대부분 국가에게 treasury 보유는 위기 상황(쓰나미, 지진, 내전, 전쟁)에서 US Navy가 이를 식량, 에너지, 무기로 바꿔 배송해줄 것이라는 보장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이상 US Navy의 배송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면? 미국이 위기 상황에서 곤경에 빠진 나라에서 모든 것을 쥐어짜겠다고 공언한다면(우크라이나 광물 거래가 좋은 예)? 더 나아가 미국이 최대 무역흑자국들과 정면 대결하겠다고 나선다면(중국이 대표적)? 그렇다면 US treasury 보유가 더 이상 당연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US government bond와 달러 약세가 바로 이를 반영한다. Trump가 중동에서 수조 달러가 미국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데도 채권과 달러가 여전히 부진한 이유다.


구체적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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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가는 즉시 배럴당 70달러에서 130달러로 뛰었다. 미국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미국으로서는 단지 파란 주(New York, Michigan, Illinois)에서 빨간 주(Texas, Oklahoma, Louisiana, Alaska, North Dakota)로 부의 이동만 일어날 뿐이었다. 반면 유럽, 일본, 한국 등 미국 동맹국들에게는 취약한 경제를 경기침체로 밀어넣을 수 있는 위험이었다. Biden 행정부는 즉시 Strategic Petroleum Reserve를 방출해 유가를 안정시켰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 비슷한 유가 급등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 Trump의 대응 방식은 두 가지다:

유럽·아시아 경제를 구하기 위해 SPR 잔량의 절반을 추가 방출한다.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에너지 수출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 제조업체들에게 "저렴한 에너지를 원한다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한다.


최근 몇 달간의 행보를 보면 어느 쪽이 더 가능성 있어 보이는가?


이것이야말로 현재 유럽과 아시아 정책당국자들이 밤잠을 설쳐야 할 딜레마다. 앞으로 몇 년간 진짜 위협이 러시아나 중국 군대가 Paris, Berlin, Seoul, Tokyo 거리를 행진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음 에너지 위기에서 자국이 에너지 공급망에서 완전히 차단되는 것일까?


전자가 더 큰 위험이라면 (이미 구식일 수도 있는) 무기에 달러를 쏟아붓는 것이 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후자라면? 낡은 전력망 교체, 원자재 자급 체계 구축, 핵심 물자(석유, 대두, 구리, 니켈, 우라늄 등) 비축량 확보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자본 배분이다.



6) 전방위 재고 확충 시대


이런 "무역전쟁" 불확실성과 미국의 무료 해상 순찰 종료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모든 경제 주체가 재고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는 핵심 자원 비축량을, 기업은 부품과 완제품 재고를, 심지어 개인도 식료품, 전자제품, 심지어 예비 차량까지 더 많이 확보하려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지난 30년간의 "just in time" 시대가 구조적 디플레이션 요인이었다면, 지금 시작되는 "just in case" 시대는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는 오히려 반대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속되면 6개월 뒤 기업들이 재고를 늘리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최소한 성장률 변동성은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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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의 근본적 문제는 경영 복잡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잘못된 타이밍에 원자재를 사들일 수 있고, 엉뚱한 제품을 주문할 수도 있으며, 결국 재고를 손실을 보고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재고는 사업 리스크를 높이고 경영진의 주의를 분산시킨다.


이것이 인플레이션 시기(경영진이 재고 관리에 골몰할 때)에는 equity market multiple이 낮고, 디플레이션 시기(재고가 "just in time"일 때)에는 multiple이 높은 이유다—아래 첫 번째 차트 참조. 현재 multiple은 미국에서는 높고 다른 지역에서는 적당히 낮다—두 번째 차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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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승자와 패자


미국의 안보 우산 철수와 해상 순찰 포기라는 핵심 변화가 맞다면, 명백한 수혜 부문들은 다음과 같다:


Latin American 자산. 미국 소비자 대상 제조업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찾는다면 이제 중남미가 1순위다.


원자재. 특히 보관·저장이 용이한 품목들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귀금속은 물론 산업용 금속도 포함된다.

원자재 거래업체와 중개업체. 원자재 거래업체들은 가격 왜곡 시기에 번영한다. 이런 에피소드가 매력적인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격 왜곡 가능성이 높아지는 세상에서는 초과 수익 기회도 늘어난다. 원자재 거래업체가 새로운 "anti-fragile" 자산으로 떠오를 수 있다.


원자재 통화와 생산국.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환경에서는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남아프리카 같은 원자재 생산국 자산 보유가 합리적이다.


전력망 업그레이드 관련 기업. 유럽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정부 지출 증가가 가장 클 분야다. 이런 투자는 신규 군사장비보다 우선순위가 높다.


상업은행. 수 세기 동안 은행의 핵심 사업은 재고 금융이었다—비교적 단순하고 저위험한 사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고가 늘어나면 은행 대출도 따라 늘어난다. 실제로 대부분 주요 시장에서 은행주가 outperform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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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록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이 더 이상 유럽과 아시아의 석유 공급 보장을 위해 중동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승자와 패자가 나올 것이다. 다행인 것은 현재 투자자들이 위 자산들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평균 수준이거나 약간 저평가된 역사적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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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evergreengavek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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