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내러티브를 찾지 못한 세계경제

by 투영인


(*역자주:다음은 FT 칼럼 URL: https://www.ft.com/content/67d83887-09a0-4178-8cce-2ef6e9688b5f 을 정리한 내용이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시장이 가장 극적인 정치·경제적 사건들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모습에 놀랐다. 팬데믹, 전쟁, 글로벌 무역 체제 붕괴, 우익 민족주의와 좌익 포퓰리즘의 부상—어떤 것도 투자자들의 animal spirits를 꺾지 못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는 여전히 높은 기업 이익, 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기대, 이른바 Taco trade 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나는 또 다른 이유를 제안하고 싶다: 세계가 아직 새로운 경제적 내러티브를 찾지 못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불안한 시장 정체 국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정치경제는 거대한 서사가 지배했다. 18세기 중상주의(mercantilism)은 19세기 방임주의(laissez-faire)로, 그것은 결국 케인지언(Keynesianism)을 낳았고, 다시 Reagan-Thatcher 혁명과 자유경제(neoliberal )시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어디에 있고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단일 서사가 없다. 대신 globalisation, inflation, capital markets, politics, technology를 둘러싼 여러 경쟁 서사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Rashomon effect가 발생해 동일한 데이터와 사건이 시장 참여자마다 상반된 해석을 낳는다.

(Rashomon에 대한 의미는 Appendix 1에서 설명)


글로벌 무역 체제가 변화 중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2017년 이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파트너 간 무역은 감소했다. 주요 경제권은 이제 컨설팅사 Kearney가 말하듯 경제블록화(islandising) 중이며, 글로벌 통합보다 국가별 자급자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islandising에 대한 의미는 Appendix 2에서 설명)


그러나 태평양 지역에 앉아 있으면 “예전보다 globalisation이 더 강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내가 2주 전 참석한 CEO 콘퍼런스에서 한 아시아 참가자가 언급한 내용이다.


McKinsey의 최근 글로벌 무역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50대 무역 경로 중 16개는 전 세계 관세가 10% 오르고 중국‧러시아 관세가 60% 상승하더라도 강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India에서 Middle East까지 신흥국들을 잇는 새로운 루트다.


Rashomon effect는 기업 수준에서도 나타난다. 업종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만, 규모 또한 중요하다. 관세로 인한 무역 혼란은 대기업에겐 또 하나의 순풍이 될 것이다. 대기업은 소기업보다 불리한 영향을 완화할 자원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최적화를 충분히 진행한 대기업들은 관세 인상으로 발생하는 인플레 압력의 80% 이상을 효율 향상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supply chain 전문가들은 말했다.


다른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JPMorgan은 Donald Trump의 관세가 미국 중견기업에 820억 달러, 즉 급여의 3%에 해당하는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해고와 마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많은 소기업이 단순히 폐업할 것을 우려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농촌과 중소도시의 고용 및 자산 분배에 불균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기업에 고용된 도시 거주자는 잘 버티는 반면, 인구가 적은 지역의 소상공인과 노동자는 그렇지 못한 geographic superstar effect(초집중 지역 편중)가 심화될 것이다.


이 격차는 미국과 여러 국가에서 정치적 변동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우익과 좌익 포퓰리즘이 모두 성장하고 있다. red-state에서 압박을 받는 계층은 Maga에 표를 던질 수 있고, Big Apple에서 임대료를 감당 못하는 젊은 진보층은 민주 사회주의자인 Zohran Mamdani를 지지해 New York 차기 시장으로 만들려 한다.


만약 Democrats가 경제적 포퓰리스트를 후보로 택한다면—Kamala Harris 등 중도파가 실패한 만큼 가능성은 높다—이 내러티브는 2028년 대선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것이다.


Deutsche Bank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투자자는 American exceptionalism의 미래를 놓고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44%는 궁극적으로 다른 국가가 성장과 역동성에서 미국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낙관적이었다. 반면 49%는 향후 수년간 미국의 위상이 서서히 약화될 것이라 봤다. 78%는 향후 1년간 달러보다 euro를 보유하길 선호했지만, 5년 시계로는 50/50이었다.


여기에 AI라는 불확실성도 있다. 이 기술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기업 이익과 주가를 높일 것인가. 아니면 너무 빠르게 일자리를 대체해 실업과 포퓰리즘 반발을 키울 것인가. 혹은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국가와 기업이 승자가 될까. 우리는 에너지와 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문제들 어느 하나도 명확한 답이 없다. 내 경력에서 이렇게 동시에 시장을 움직일 만한 벡터가 많았던 때는 없었다. 시장이 아직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향후에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Appendix 1: Rashomon effect(라쇼몽 효과)


Rashomon effect(라쇼몽 효과)는 같은 사건이나 사실에 대해 서로 다른 사람들의 해석이나 기억이 엇갈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Rashomon, 1950)*에서 유래했다. 영화에서는 한 가지 사건(강간과 살인)이 발생하지만, 등장인물 각자의 시점에서 그 사건을 전혀 다르게 설명하며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경제·정치·시장 해석에 이 개념이 적용되면 다음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같은 데이터나 사건(예: 금리 인하, 무역 충돌, 주가 급등 등)을 두고도

시장 참여자나 분석가마다 정반대의 해석(예: 경기 부양 신호 vs. 인플레 우려)을 내림

결과적으로 시장 방향성에 대한 합의 부족, 혼란, 불확실성이 커짐


즉, Rashomon effect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더라도 인간의 시각, 이해, 목적에 따라 진실이 상대화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Appendix 2:Islandising(초집중 지역 편중)


"Islandising"은 최근 글로벌 경제·무역 흐름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신조어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 정의

국가 또는 지역이 글로벌 통합(global integration)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의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경제·무역 구조를 강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글로벌 공급망·무역 네트워크에서 점차 분리되어 '경제적 섬(island)'처럼 움직이려는 경향을 뜻한다.


✅ 주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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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시


미국: 중국산 반도체·배터리 부품 배제, IRA(Inflation Reduction Act), 자국 생산 보조금 정책


EU: 전략산업 보호를 위한 국산화 정책 강화,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디리스킹(de-risking)"


중국: 미국 제재에 대응해 내순환 경제체제 강조 및 기술 자립 강화


✅ "Islandising" vs. "Globali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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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의미 요약

Islandising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국가들이 스스로를 경제적 섬처럼 만들고 있는 현상”을 뜻함.


글로벌 통합(globalisation)의 반대 흐름으로, 보호무역주의·자국 우선주의·공급망 재편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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