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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세대들은 '금융 허무주의'로 돌아섰나?

by 투영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금융을 마치 게임처럼 다룬다는 비판을 받는다. 옵션을 거래하고, 밈 코인을 사고, 예측 시장에 참여하며, 경제 전체를 카지노처럼 여기듯 스포츠 베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비판은 대개 그 정도에서 끝난다. 훈계하듯 타박하고,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선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는 이를 무모하다고 말하며, 소셜미디어가 돈을 게임화한 명백한 증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오늘날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오해하고 있다. 부모와 조부모에게는 무모해 보이는 행동이, 실제로는 우려스러운 형태의 경제적 적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 허무주의(financial nihilism)’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팟캐스터 Demetri Kofinas가 만든 이 용어는, 경제 시스템이 더 이상 신중함이나 장기 계획에 보상하지 않는다는 감각을 뜻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불신은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세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가? 물론 그렇다. 각 세대는 자신이 처한 시대의 압력에 맞춰 적응해 왔다. 전후 미국은 대공황과 전쟁의 불안정성에 대응해 안정성을 약속하는 세계, 즉 교외 주거지를 구축했다. 탈산업화가 진행되던 미국은 노조 일자리의 붕괴에 대응해 대학 학위를 사회적 사다리로 끌어올렸다. 모든 시대는 그 시대의 기회와 제약에 의해 형성된 고유한 대응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전후 시대가 약속했던 상향 이동은 언제나 몇 가지 펀더멘탈 조건에 달려 있었다. 강력한 제도, 감당 가능한 교육비, 접근 가능한 주택 소유, 그리고 안정적인 일자리다. 지금 그 조건들이 흔들리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교육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되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학자금 대출 잔액은 1조 6천억 달러로, 2014년의 1조 1,600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2004년에는 그 규모가 3,450억 달러에 불과했다.


실질임금 상승은 오랫동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왔고, 그 결과 많은 세대가 소득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에 사실상 묶여 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대학 졸업 프리미엄(대졸 임금 격차)조차 2001년 약 80%에서 2023년에는 약 75%로 낮아졌다. 그 사이 대학 등록금은 같은 기간 약 40%나 올랐다.


사회 초년 단계의 일자리도 약화됐다. 자동화와 비용 압박으로 엔트리급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Cengage Group의 「2025 졸업생 고용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대졸자 중 전공 분야에서 초급 일자리를 구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이는 2024년 대비 11%포인트 감소다. 게다가 이번 주 발표된 고용보고서는 16~24세 실업률이 팬데믹 이후 최고치인 10.6%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경제적 사다리의 첫 발을 내딛어야 할 바로 그 시점에 불안정이 덮친 셈이다.


주택 소유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7세의 주택 보유율은 약 32%로, 지난 2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과거 세대와 비교하면 가혹한 수치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의 경우 27세에 약 40%가 이미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현재 중위 주택의 소득 대비 가격 비율은 부모·조부모 세대가 집을 샀던 1980~1990년대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현실은 분명하다. 주택 소유로 들어가는 출발선 자체가 훨씬 더 멀어졌다.


기존의 정공법이 하나둘 막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대안을 찾게 된다. 현실에서는 그것이 위험이 크더라도 여전히 ‘상향 이동성’이 남아 있다고 느껴지는 몇 안 되는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의미해 왔다. 이런 환경에서 예측 시장, 스포츠 베팅, 암호화폐는 많은 이들에게 사실상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사다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해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약 3분의 2는 오늘날 자산을 형성하는 유일한 방법이 도박이나 암호화폐 같은 대안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제미니(Gemini)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투자자의 거의 절반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또 CFA협회의 별도 연구에서는 미국 Z세대 투자자가 보유한 암호화폐의 중위 금액이 1,000달러로, 전체 중위 투자자산 4,000달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베팅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4년 시에나대학·세인트보나벤처대학 조사에 따르면 18~34세의 31%가 온라인 스포츠 베팅 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정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32%는 주 3회 이상 베팅한다. 같은 연령대의 30%는 하루에 500달러를 넘는 금액을 베팅한 경험도 있다.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수익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끊임없이 수익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베팅 앱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플랫폼들은 그 탐색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이들의 수익 구조가 바로, 젊은 세대가 버텨내려 애쓰고 있는 그 변동성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일정 수준의 개인적 위험은 언제나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신중함에 대한 보상이 약해지고, 대학 졸업 → 내 집 마련 → 한 직장에서 수십 년 근무라는 전통적 경로가 점점 더 달성하기 어려워지면, 경제적 위험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기본값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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