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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Dec 31. 2021

위스콘신 (Wisconsin: WI)

(미국의 주: 27)

일리노이 주에서 한 칸 더 위로 올라가면 위스콘신 주가 나옵니다. 17만 제곱킬로미터 정도의 면적에 5백9십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어서,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대략 중간 정도의 크기(25위)와 인구(20위) 순위를 유지합니다. 유럽의 개척자들이 원주민을 만나서 들은 대로 위스콘신 강의 이름을 붙였고 이것이 주의 이름까지 된 것인데, 위스콘신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붉은 바위의 땅”, “물이 모이는 곳” 등등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제1의 낙농 지역으로, 소와 옥수수, 치즈가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미국 내 치즈와 버터의 4분의 1을 생산해서 1등이고, 우유 생산은 캘리포니아에 이어서 2위입니다. 사료용 옥수수 생산량 1위이고, 미국 내 크랜베리의 절반 정도를 생산해서 1위, 그리고 특이하게도 미국 내 인삼 생산량의 97%가 위스콘신에서 나온다고 하네요. 위스콘신의 날씨도 그렇고, 토양도 빙하기의 토양이라고 해서 인삼 재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위스콘신의 마라톤 카운티에서만 일 년에 4천만 불어치(백만 파운드 = 450톤)의 인삼이 생산된다고 하네요. 참고로 우리나라의 2020년 인삼 생산량인 2만 4천 톤에 비해서는 뭐 포클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수준이긴 합니다.


위스콘신 경제의 대략 20%가 제조업이라고 하는데, 유가공업과 제지업 그리고 맥주 양조업이 발달했다고 하죠. 위스콘신에 기반을 둔 회사의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회사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회사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콜러(Kohler Compay): 배관, 가구.

머큐리 머린(Mercury Marine): 선박용 엔진

록웰 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 산업 자동화 기기

존슨 컨트롤(Johnson Controls): 건물 냉난방 및 보안 기기

존 디어(John Deere): 농업용 장비

캐터필러(Caterpillar): 건설 장비

오쉬코쉬(Oshkosh): 특수 & 군용 트럭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 오토바이


위스콘신 제일의 도시는 인구 58만 명 정도의 밀워키(Milwaukee)입니다. 원주민 말로 “good”, “beautiful” 이런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답니다. 밀워키는 인종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가장 높은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가장 심각한 수준의 인종 분리 현상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시 인구에서 대략 40% 정도가 백인, 40% 정도가 흑인, 그리고 히스패닉이 17%, 아시안이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죠. 동성 가정도 매우 많고, 레즈비언들이 살기 가장 좋은 도시로 뽑힌 적도 있습니다. 반면에 고용과 소득 불평등이 너무 심해서 흑인들이 살기에 가장 나쁜 도시로 뽑힌 적도 있고요. 참으로 다이내믹하다고 하겠습니다.


밀워키는 맥주가 유명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야구팀 이름도 밀워키 브루어스입니다. 독일 이민들이 많이 들어온 덕분에 19세기 중반에 이미 스무 개가 넘는 맥주 양조장이 있었다고 하죠. 1981년까지도 밀워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맥주 생산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대형 맥주 회사가 있었지만 1855년에 세워진 밀러가 유일하게 밀워키에 남아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맥주시장에서는 미주리 주의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앤하이저부시에서 만드는 버드와이저가 1등, 밀워키의 밀러가 2등입니다.


위스콘신 제2의 도시는 인구 27만의 대학도시이자 주도인 매디슨(Madison)이지만 오히려 인구 10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제3의 도시인 그린베이(Green Bay)가 NFL(National Football League)의 강팀인 그린베이 패커스의 홈으로 유명합니다. 1919년에 고기 통조림 회사(Indian Packing Company)의 후원을 받아서 패커스(Packers)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미식축구 원년 멤버의 하나입니다. NFL이 양대 리그로 분리되기 이전의 체제에서 11회 리그 우승, 그리고 NFC(National Football Conference)와 AFC(American Football Conference)가 맞붙은 초대 슈퍼볼과 2대 슈퍼볼의 2연패를 포함한 슈퍼볼 4회 우승을 포함해서 총 15회의 우승을 차지한 NFL 최다 우승팀으로, NFL 최고 전통의 명문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식축구는 미국의 매우 고유한 문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2월의 첫 번째 일요일에 벌어지는 슈퍼볼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경기를 관람하는 슈퍼볼 선데이 파티라는 전통이 있고, 이날은 추수감사절 이후 미국에서 식량 소비가 가장 많은 날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고의 단일 경기 이벤트로, TV 시청률에서 FIFA 월드컵 결승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흥행을 보여주고, 따라서 슈퍼볼 하프타임의 광고는 30초 기준 6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광고 1초 보여주는데 2억씩 받는 셈이죠. 올해는 안 했지만 2020년에는 현대와 기아에서도 광고를 했었습니다.


미식축구 경기장의 규격은 폭이 160피트(48.8미터), 길이가 양쪽 진영의 엔드존 10야드씩을 포함해서 전체 120야드입니다. 11명의 공격팀이, 11명의 수비팀을 뚫고 10야드 간격의 블록을 전진해서 상대방의 엔드존에 공을 가져가면 점수를 딴다는 면에서 간단한 규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전략 전술로 인해서 보기와 다르게 매우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경기라고 합니다. 


워낙 미국 바깥에서는 즐기지 않는 스포츠이다 보니, 이민을 온 저는 경기 룰도 잘 모르겠고 응원하는 팀도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 사람들의 일상에 미식축구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하는 임원회의에서 사람들 다 모이기를 기다리면서 늘 하는 이야기가 지난 주말의 풋볼 경기 이야기입니다. 가을에 시즌을 시작해서 겨울에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이 벌어지는데, 매주 금요일에는 고교 풋볼, 토요일에는 대학 풋볼 그리고 일요일에는 NFL 경기가 벌어집니다. 특히 대학 풋볼의 경우 본인 출신 대학이나 자기네 고향의 대학팀을 응원하는 광적인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는 디트로이트에 사무실이 있어서 미시간 대학을 나온 직원들이 많이 있는 편인데, 미시간 대학교 풋볼팀(미시간 울버린즈: Michigan Wolverines)과 오하이오 주립대학 풋볼팀(오하이오 벅아이즈: Ohio State University Buckeyes)의 라이벌 관계는 유명하고, 거기에 노트르담 대학 출신의 직원까지 끼어서 아주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뭐 이런 문화는 이민자인 제가 어떻게 끼어들 수가 없는 벽이죠.   ^^;


미시간 대학교의 홈구장인 미시간 스타디움은 10만 7,601 명의 수용 인원으로, 13만 2천 명을 수용 가능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스타디움(크리켓 경기), 11만 4천 명이 수용 가능한 평양의 능라도 스타디움 (축구)에 이어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의 4위부터 11위까지, 수용 인원 10만 명이 넘는 경기장은 호주의 멜버른에 있는 크리켓 경기장을 제외하면 전부 미식 축구장입니다. 위스콘신의 그린베이 패커스의 홈인 그린베이 시의 인구가 10만 명인데 홈구장의 수용 인원이 8만 1천 명이고, 경기가 있는 날에는 그 경기장이 완전 매진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주차장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근처 술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도시 전체의 인구인 10만 명도 넘는 사람들이 경기를 즐긴다고 하니, 미국 사람들의 풋볼 사랑을 알만하죠. 그린베이 패커즈의 상징은 치즈라서, 라이벌 팀과의 경기가 있을 때, 초록색 저지에 치즈 모자를 쓴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몇 시간씩 파티를 하면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자기들은 전쟁이라고 난리를 피우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코믹하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은 매우 춥고, 바로 옆의 미시간 호의 영향으로 눈도 많이 온답니다. 위스콘신은 약 2만 명 정도의 한인 인구가 있을 거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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