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28)
미시간 주는 위스콘신 주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면적 25만 제곱킬로미터로 미국 내 순위 11위, 인구 천만명으로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입니다. 오대호(Great Lakes) 연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의 이름도 원주민 말로 많은 물(mishigamaa)에서 왔다고 합니다. 미시간 주의 모양을 지도에서 보면 좀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오대호를 둘러싼 복잡한 주의 경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대호는 말 그대로 5개의 거대한 호수를 말합니다. 미국 쪽에서 8개의 주(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미네소타,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그리고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와 접해있습니다. 이 거대한 천연자원을 두고 주와 주간의 경계,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를 정할 때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왼쪽 위에 있는 슈페리어 호가 가장 크고, 오른쪽 아래에 뉴욕주 방향에 있는 온타리오 호가 가장 작습니다. 그 사이에 미시간 호와 휴런 호가 가운데 좌우로 나뉘어 있고, 아래쪽으로 이리 호가 온타리오 호의 왼쪽에 붙어있습니다. 5개 호수의 총면적이 24만 4천 제곱킬로미터로 남한과 북한을 합친 면적보다도 더 큽니다. 빙하를 제외하고 지구 민물의 5분의 1이 이 호수에 있다고 하니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미시간 주는 북서쪽에서 동쪽으로 뻗은 반도, 그리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뻗은 반도, 이렇게 두 개가 있는데, 위쪽 반도 (Upper Peninsula), 아래쪽 반도 (Lower Peninsula) 이렇게 부르고, 두 반도의 사이에는 미시간 호와 휴런 호를 잇는 매키나(Straits of Mackinac) 해협이 있습니다. 위쪽 반도는 북쪽으로 슈페리어 호를 건너서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가 나오고, 외쪽으로는 미네소타와 위스콘신 주가 경계를 맞대고 있습니다. 벙어리장갑처럼 생긴 남쪽 반도의 왼쪽 경계는 미시간 호 전체가 되고, 아래쪽은 인디애나와 오하이오 주가 있습니다.
북쪽 반도는 “Upper Michigan”이라고도 불리고 그냥 줄여서 “U.P.”라고도 하는데, 전체 미시간 면적의 30% 정도 크기이지만 인구는 30만 명밖에 살지 않아서 미시간 전체 인구의 3%밖에 안됩니다. 가장 큰 도시인 마켓(Marquette)도 인구가 2만 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시골 동네가 대부분인 지역입니다. 미시간은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쪽도 확실한 우세를 점치기 힘든 스윙 스테이트로 들어갑니다만 위쪽 반도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합니다. 1970년대에 잠깐 미시간에서 분리해서 (“Superior”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51번째 주로 독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인구도 너무 적고, 1950년대에 북쪽과 남쪽 반도를 잇는 매키나 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양 반도 사이의 교류도 활발해져서 분리 독립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고 하죠.
남쪽 반도는 “Lower Michigan”이라고 부르고, 줄여서 “L.P.”라고도 하는데, 북쪽보다 지대가 낮고, 반도 북쪽의 삼면은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은 인디애나 및 오하이오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습니다. 벙어리장갑의 네 손가락이 들어가는 부분인 북쪽은 삼림 지역으로 인구 밀도가 그리 높지 않고, 우리가 아는 미시간의 대도시들은 남쪽 반도에서도 남동쪽 지역에 있습니다. 주 내에서도 북쪽 반도와 남쪽 반도의 문화 차이가 있어서, 북쪽 반도의 사람들(“Yoopers”)이 남쪽 반도의 사람들을 “flat-landers” 혹은, 매키나 다리 아래에 산다고 해서 “trolls”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가끔 이 남쪽 반도의 모습이 미시간 주의 모습으로 잘 못 소개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남쪽 반도가 미시간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가 인구 64만 명으로 미시간 최대의 도시입니다. 미시간 남쪽 반도의 모양을 벙어리장갑을 낀 손을 눈앞에 손등이 보이게 들고 있다고 하면 디트로이트는 엄지 손가락의 바깥쪽 뿌리 정도에 있어서, 오른쪽의 디트로이트 강을 건너면 바로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윈저(Windsor) 시가 나옵니다. 해협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인 데트루아(detroit)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370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이며, 대략 우리나라 전북 남원시의 절반 정도 크기가 되겠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디트로이트는, 1950년에 백팔십오만 명의 인구로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5대 도시에 들었었고, 1990년의 인구조사에서까지도 백만 명이 넘는 인구로 샌디에이고에 이어서 미국 내 인구 순위 7등에 올랐던 도시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오일쇼크에 따라서 미국인들이 작고 연비 좋은 일본차를 사면서 디트로이트의 핵심 산업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석유값이 떨어지면서 90년대까지 잠깐 살아나는가 싶다가, 2001년 9/11 테러를 겪으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2005년에 석유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디트로이트의 빅 3 자동차 메이커가 제정적인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08년의 경제 위기에 결국 정부의 기금을 받아서 연명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총 12조 5천억 달러를 받은 크라이슬러는 결국 2009년 4월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되었고, GM은 총 49조 5천억 달러를 받고도 역시 2009년 6월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해서 미국 경제에 큰 먹구름을 드리웠었죠.
미국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한창이던 1960년대의 90% 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져서 2014년에는 44.5%까지 떨어졌고, 이는 자동차 산업에 크게 의지하던 디트로이트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겁니다. 디트로이트는 결국 2013년 7월에 18조 5천억 달러의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서 파산 선고를 받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의 불명예를 안게 됩니다. 하지만 2014년 말까지 꾸준한 자구책으로 파산을 벗어나게 되었고, 다양한 도시 정비 사업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서진 가로등을 고치고 버려진 도시 지역을 시민들이 나서서 정비하고, 사용하지 않고 비어있는 미시간 중앙 역을 새 단장하는 등의 노력으로, 2018년에 포드에서 이 중앙 역을 구입해서 연구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2010년대부터 성 소수자 거주자들을 구 도심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통해서 2015년에는 성 소수자들에게 가장 친한 도시로도 선정되었답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 지역 개발)을 통해서 다운타운 지역에 투자를 유치하고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활발합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도심 공동화를 통해서 흑백 간의 소득 격차와 분리가 심각한 디트로이트에, 외부 투자로 도심에 문화 시설과 비싼 렌트를 받는 주택 지역이 생기면서, 기존의 주민들이 보다 더 외곽으로 밀려나는 일들이 생겨서, 인종간 불평등을 포함한 문제들이 여전하다고 합니다. 2020년 인구조사에서 디트로이트 인구 64만 가운데, 6만 8천 명이 백인으로 11%를 차지했고, 흑인이 거의 50만 명으로 78%의 인구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외곽 지역으로 나오면, 도심을 탈출한 백인들이 사는 도시들이 나옵니다. 미시간 제2의 도시인 그랜드 래피즈(Grand Rapids)는 디트로이트에서 서쪽의 미시간 호 방향으로 2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도시인데, 인구 20만 명 정도에 65% 정도의 백인이 살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북쪽으로 2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미시간 제3의 도시인 워렌(Warren)에는 14만 명의 인구 가운데 대략 80%가 백인입니다. 거기에서 살짝 더 위에 있는 스털링 하이츠(Sterling Heights)는 13만 4천 명의 인구 가운데 85%가 백인이고, 미시간 주에서 인구 10만 명이 넘는 도시 가운데 항상 가장 안전한 곳으로 뽑히는 곳입니다. 저희 사무실은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서쪽에 있는 공항 근처에 있는데요, 많은 직원들이 교통 체증을 뚫고 차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스털링 하이츠에서 출퇴근을 한다고 하더군요. 스털링 하이츠를 기준으로 여름에는 섭씨 30도가 넘지 않지만 겨울에는 평균 기온 영하 8도 정도의 매서운 추위를 보여줍니다.
미시간 넘버 5 도시인 앤 아버(Ann Arbor)는 2020년 조사에서 인구 12만 4천 명으로 나왔는데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의 홈타운이기도 합니다. 미시간 대학교는 3만 명이 넘는 학부생과 만 7천 명 정도의 대학원생이 있는 거대한 대학교입니다. 2022년 U.S. News & World report의 조사에서 미국 내 공립 대학교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1등은 UCLA, 2등은 UC Berkeley였고요, UC Santa Barbara가 5위, UC San Diego가 8위 그리고 UC Irvine이 9위를 차지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시스템의 위력을 보여주는 조사라고 하겠네요. 주립과 사립을 합쳐서 전국 공과 대학(학부 프로그램 기준)의 미국 내 순위를 봐도 미시간 대학교는,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University), 일리노이 대학교 (University of Illinois - Urbana-Champaign)과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했습니다. 코넬과 퍼듀보다 높은 순위이고, 그 위에는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문 엔지니어링 스쿨들 (1등 MIT, 2등 스탠퍼드, 3등 UC Berkeley, 4등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5등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이 바글바글 합니다.
미시간의 한인 인구는 한때 4만 명이 넘던 적도 있었지만 경기 불황으로 절반 가까지 줄었다가 지금은 다시 유입이 많아져서 3만 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고 짐작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