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29)
오대호 안에 들어가 있는 미시간 주에서 한 칸 밑으로 내려오면 바로 아래 두 개의 주가 있는데 왼쪽에 있는 것이 인디애나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오하이오 주입니다. 인디애나 주의 인구는 6백8십만 명 정도인데, 미국의 50개 주에서 2020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천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주는 총 10개로, 지난 시간에 다룬 미시간이 거의 딱 천만명으로 10등입니다. 그 아래로 9백만 명에서 7백만 명의 인구가 있는 주가 5개가 더 있고요, 그다음에 6백만 명대의 인구수를 갖고 있는 주가 4개 있는데, 테네시(16등: 6백9십만,) 인디애나(17등: 6백8십만,) 메릴랜드(18등: 6백17만), 미주리(19등: 6백15만) 등입니다. 면적은 9만 4천 제곱킬로미터로 우리나라보다 살짝 작은 정도로 주의 크기로는 38번째입니다.
인디애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불리는 과거 제조업 전성시대의 공업지대에 속하는 여러 주(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일리노이, 웨스트버지니아, (북부) 뉴욕 등)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미국의 제조업이 엄청난 활황을 이루게 되는데, 철강, 자동차, 석탄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8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예전같이 않게 되면서 관련된 지역이 낙후되기 시작하는데 미시간 편에서 다룬 디트로이트의 몰락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시카고나 클리블랜드, 밀워키, 피츠버그 등도 비슷한 처지라고 하죠. 다만 인디애나는 꽤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장비나 철강 분야의 인력들이 대도시권이 아니고 고만 고만한 소도시에 모여있어서, 생각보다는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어서 다른 곳들에 비해서는 좀 타격을 덜 받았지 않았냐는 해석이 있습니다.
인디애나라는 말은 인디언의 땅이라는 뜻이고요, 인디애나 사람들을 “후져(Hoosier)”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정확한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시골뜨기, 촌사람 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는 지난번 미네소타 편에서 미네아폴리스의 설명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주의 이름인 Indiana에 도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인 폴리스를 합성해서 붙인 도시 이름으로, 1821년에 설립된 인디애나 주 최대의 도시입니다. 2020년 인구조사에서 89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사는 것으로 나와서, 제2의 도시인 포트 웨인(Fort Wayne: 26만)이나 제3의 도시인 에반스빌(Evansville: 12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대도시입니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만들어질 때부터 행정중심지를 목적으로 조성된 계획도시라서 위치도 주에 있는 92개 카운티들 가운데 인디애나 주의 가장 중심에 있는 메리온 카운티에 있고, 도시의 모양도 동서남북 귀퉁이가 잘 정돈된 정사각형 모양에 방사형으로 고속도로와 순환 도로가 만들어져 있고요, 그래서 인디애나폴리스의 시내를 마일 스퀘어(Mile Squar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820년에 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 1 제곱마일의 동네를 계획했던 것에서 유래합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이름이 길어서 짧게 “Indy”라는 애칭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유명한 모터스포츠 대회인 Indianapolis 500-mile race(INDY 500)의 애칭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인디 500은 1911년부터 시작한 유서 깊은 자동차 경주대회로, 메모리얼 데이(5월의 마지막 월요일) 전날인 일요일에 열립니다.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의 2.5마일 트랙을 반시계 방향으로 200바퀴를 돌아서 총 500마일(800킬로미터)을 달리는 경주로, 규격이 정해진 차량(Indy Cars)을 타고 달려야 하는데, F1처럼 개방된 운전석과 돌출된 바퀴를 갖는 2.2 리터 6기통 트윈 터보 엔진을 갖고 550 ~ 750 마력 정도의 출력을 내는 차종입니다. 2.5마일 랩 기록은 37.895초로 평균 시속 380킬로미터 정도의 어마어마한 속도이고 전체 경기 시간은 대략 3시간 내외가 됩니다.
제가 미국의 문화와 영어 관련해서 글을 몇 번 썼습니다. 미국에서 살아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고 그래서 영어도 잘 들리지 않고 설사 영어 단어를 들어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여러 번 토로했는데요, 약 이름도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독일의 바이엘에서 개발한 진통제의 성분은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인데 이건 아무도 기억 못 하고 다들 아스피린(Aspirin)이라는 상표명만 기억합니다. 진통/해열 효과가 더 좋은 다른 약들에 밀려서 잊혀가다가, 아스피린 특유의 부작용인 항응고 성질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해서 고위험군 환자(비만, 고령,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등)가 저용량으로 매일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제약회사인 애보트(Abbott)에서 개발한 이부프로펜(Ibuprofen) 성분은 진통이나 해열과 동시에 소염 작용을 해서, 염증이 동반되는 통증에 더 좋은 약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애드빌이라고 하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위점막 보호 효소를 억제하는 작동 방식 때문에 위장 관련 부작용이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부작용이 덜한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성분의 진통제가 각광을 받는데 존슨앤존슨에서 만든 타이레놀(Tylenol)이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 효과는 거의 없는 대신에 준수한 진통, 해열 작용을 보여준다고 하고 아무리 먹어도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얘도 간에 주는 부담이 있어서 술과 함께 복용하면 간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금 이런 약들은 특허 시효가 진즉에 지나서 국내의 많은 회사들에서도 같은 성분의 약들을 만듭니다. 부루펜이나 판피린 이런 것들에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들에 좀 무심한 편입니다. 저만 그랬는지 모르지만 미국 오기 전에는 이런 진통제 성분과 그에 따른 장단점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물론 대한민국의 월등한 의료체제와 약국에 대한 쉬운 접근성 덕분에, 그냥 동네 약국에 가서 물어보면 약사님들이 친절하게 필요한 약을 골라줘서 그렇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도 물론 처방약을 사는 것은 전문가의 진찰을 통해서 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만, 일단 병원에 가서 한 10분 상담하고 소변 검사만 받아도 진료비를 40만 원씩 청구하는 미친 의료 환경 때문에, 일반인들이 그냥 일반 가게(drug store)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Over-the-counter) 약들을 선호하고, 본인이 직접 가서 약을 살려면 그 약의 성분이나 잘 듣는 분야, 관련된 부작용 정도는 알아야 해서 이렇게 다른 문화가 발달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좀 멀리 돌아왔지만, 인디애나폴리스에는 잘 알려진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만드는 항우울제인 프로작(Prozac)이 유명합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라는 복잡한 이름의 약인데, 인간의 감정, 특히 행복을 느끼는데 기여한다고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서 감정상태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울이나 불안 장애, 강박 장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갑자기 복용을 중단할 경우 불안, 초조, 우울 증상이 오히려 갑자기 심해질 수도 있어서 담당 의사와의 상담과 처방이 꼭 필요한 약물입니다. 근데 이런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다가 프로작에 관련된 대사가 나오거나 하면 뭔 소리인지 잘 못 알아듣는 상황이 생깁니다. 참고로 우울증은 영어로 depression이라고 하고, 좀 어렵게 말하면 depressive disorder라고 합니다. 그래서 항우울제는 Antidepressant가 되는 거죠.
인디애나폴리스에는 또한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이 있습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있는 부동산 개발 회사로 어제(12/31일) 종가(159.77불) 기준으로 시가 총액 525억 달러(63조 원) 짜리 회사입니다. 쇼핑몰과 아웃렛 전문회사로 전 세계에 232개의 관련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샌디에이고의 패션밸리와 라스 아메리카스 프리미엄 아웃렛, 칼즈배드 아웃렛, 실리콘 밸리 근처의 그레이트 몰(Great Mall of the Bay Area)이나 길로이 프리미엄 아웃렛 등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쇼핑 몰들을 소유하고 있고, 한국은 신세계와 합작으로 부산, 파주, 시흥 그리고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인디애나 주에는 경영이나 행정, 사회과학 등으로 유명한 인디애나 대학교(Indiana University)와 공대로 유명한 퍼듀(Purdue University)가 있습니다. 퍼듀 대학교는 웨스트 라피엣(West Lafayette) 시에 위치한 캠퍼스의 이름이기도 하면서 5개의 고등 교육 기관을 대표하는 퍼듀 대학교 시스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퍼듀 대학교는 US World News & Report의 2022년 미국 공대 순위에서, 지난 편에 나온 앤아버의 미시간 대학교와, 코넬에 이어서 10위에 이름을 올린 유명한 학교입니다.
인디에나에는 또한 유명한 가톨릭 계열 명문 사립학교인 노트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가 있습니다. 영어로 “노터 댐”이라고 발음한다고 제가 예전에 미국에서 프랑스식 영어 발음하기 편(https://brunch.co.kr/@tystory/86)에서 말씀드렸었죠. 이 학교는 또한 위스콘신 편에서 미식축구 이야기할 때도 잠깐 등장했는데, 우리 회사 재정 담당 부사장이 이 학교 출신인가 봅니다. 월요일 아침에 임원회의 할 때마다 침 튀기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US News & World Report에서 전미 대학 순위에 항상 20위권내에 드는 명문 사립대이고, 동문들의 네트워크가 잘 되어있어서 졸업하고 취직이 가장 잘 되는 대학교이면서, 방송국에서 중계권을 구매할 정도로 미국 대학 미식축구의 전국구 인기팀이기도 합니다. 노트르담 대학교가 있는 곳의 이름은 노트르담인데, 거기는 6천 명이 넘는 인구를 통계에 넣기 위해서 만들어진 장소이고, 실제로는 인구 10만 명 정도로 인디애나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사우스밴드(South Bend)라는 도시 옆에 있습니다. 이 도시 역시 다른 러스트 벨트의 도시들처럼 1960년에 13만 명이 넘던 인구가 계속 줄어들다가, 지난번 아이오와 편(https://brunch.co.kr/@tystory/91)에서 잠깐 소개드린 게이 시장 피터 부티지지의 시장 재임 이후로 도시가 다시 살아나면서 거의 50년 만에 인구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디애나에 한인들은 만 명 정도인데 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전체적인 경제 상황의 영향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