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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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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Jan 09. 2022

오하이오(Ohio: OH)

(미국의 주: 30)

미시간 주의 아래에 있으면서 길쭉한 켄터키 주의 위에 붙어있는 세 주는 왼쪽부터 일리노이, 인디애나 그리고 오하이오 주입니다. 한번 말씀드렸지만, 2020년의 인구조사 기준으로 미국에는 인구 천만 명이 넘는 주가 10개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대략 4천만 명), 텍사스(대락 3천만 명), 플로리다(대략 2천2백만), 뉴욕(대략 2천만) 이렇게 4개의 주가 2천만 명의 인구로 빅 4가 됩니다. 그 밑으로 펜실베이니아와 일리노이가 약 천 3백만 명 정도의 인구이고, 그 바로 아래에 오하이오가 약 천 2백만 명의 인구로 주 전체 인구 순위로 미국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땅의 크기로 보면 11만 6천 제곱킬로미터로 미국 내 순위로 3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만 제곱킬로미터인 남한보다는 크고 12만 3천 제곱킬로미터인 북한보다는 조금 작은 정도입니다. 이 정도의 크기에 천 2백만의 사람이 살고 있으니 미국에서 인구밀도가 꽤 높은 편입니다. 오하이오라는 말은 원주민 말로 좋은 강, 혹은 큰 강을 뜻한다고 하죠. 오하이오 강의 이름에서 주의 이름이 비롯되었는데, 오하이오 강은 총연장 천 6백 킬로미터 정도로 북동쪽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원해서 남서쪽 일리노이에서 미시시피 강으로 합쳐지는데, 이 강이 오하이오 주의 남쪽 경계를 이루어서 남동쪽으로는 웨스트 버지니아, 남쪽으로는 켄터키 주와의 경계가 됩니다.


해리엇 비처 스토(Harriet Beecher Stowe)는 1811년 코네티컷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여성들을 위한 하트포드 신학교(Hartford Female Seminary)에서 교육을 받고 졸업 후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1832년 신학교를 설립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오하이오 주의 신시내티로 이주했고, 거기에서 캘빈 스토와 만나서 1836년에 결혼한 뒤 도망친 노예들이 캐나다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분이 1851년 6월부터 1852년 4월까지 “National Era”지에 연재한 작품이 “Uncle Tom’s Cabin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소설로, 나중에 스토 여사가 1862년에 링컨 대통령을 만났을 때 들었다는 “So this is the little lady who started this great war (이 작은 여성분이 이 위대한 전쟁을 일으킨 소설을 쓰신 분이군요)”라는 이야기가 유명하죠.


노예제의 비참한 실상을 폭로하는 소설인 이 책이 1852년에 출간되면서 자유주였던 북부에서는 뜨거운 찬사를, 노예주였던 남부에서는 격렬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미국에서 30만 부, 영국에서 백만 부가 팔리면서, 19세기에 성경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책이 되었고, 스토 여사는 당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앞부분에 보면, 노예상에게 팔려가게 된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 일라이자(Eliza)가 노예주인 켄터키 쪽의 오하이오 강변에 도착해서 강을 건널 방법을 찾다가, 노예상에 쫓겨서 강에 얼어붙은 얼음 덩어리를 맨발로 건너뛰어서 건너편의 자유주인 오하이오의 강둑에 도착하는 이야기는, 짧지만 아주 긴박감이 넘치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스토 여사의 묘사답게, 오하이오 강을 보면서 일라이자는 가나안 땅으로 건너가기 위한 요단강 같다는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하이오 주의 북쪽 경계에는 이리 호(Lake Erie)가 있습니다. 오대호 가운데 4번째 크기이고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호수입니다. 이리 호의 북쪽 경계는 캐나다의 온타리오 소속이 되고, 남쪽 호변의 왼쪽 절반 정도가 오하이오 주의 북쪽 경계에 속하는데, 이리 호 주변의 도시 가운데 가장 큰 것이, 클리브랜드(Cleveland)입니다. 도시 자체의 인구만 놓고 보면 37만 명 정도로 콜럼버스(90만) 보다 훨씬 작지만, 주변의 광역 도시권(Greater Cleveland Metropolitan Statistical Area)과 Cleveland-Akron-Canton Combined Statistical Area(CSA)를 합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클리블랜드 CSA의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3백6십만 명으로, 콜럼버스 CSA의 2백5십만 명보다 훨씬 많거든요.


클리블랜드는 디트로이트와 더불어, 쇠락하는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1950년대에 90만 명이 넘던 도시 인구가 매 인구조사 때마다 큰 폭으로 감소해서 지금의 37만 명으로 쪼그라들었죠. 석유와 철강 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다가 관련 산업이 쇠락하면서 도시도 같이 쇠퇴의 길을 걸었고, 디트로이트와 마찬가지로 돈 많은 백인들은 교외 지역으로 떠났고, 도심에는 흑인들이 많이 남으면서, 2020년 인구조사에서 백인 40%, 흑인 50% 정도로 나왔습니다.


클리블랜드의 스포츠 팀으로 유명한 것이 추신수가 뛰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있습니다. 엄청난 건치를 자랑하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원주민 추장(Chief Wahoo)의 모습을 로고로 써왔는데,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1915년부터 쓰던 인디언스라는 팀 이름을 버리고 2022년 시즌부터 가디언즈(Guardians)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습니다. 2016년에 월드 시리즈에서 100년간 우승이 없던 시카고 컵스에게 패하면서, 가장 오랜 기간 MLB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의 팀으로 잘 알려진 클래블랜드 캐벌리어스(Cavaliers)도 1970년 창단 이후 46년 동안 우승이 없다가, 2016년에 스테판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NBA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오하이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콜럼버스는 클리블랜드와는 좀 분위기가 다릅니다. 처음부터 행정 중심지의 목적으로 1812년에 만들어졌고,  그때부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서 1900년에 12만 5천 명, 1950년에 37만 6천 명, 그리고 2000년에 70만 명을 넘어서 2020년 조사에서 90만 명이 살짝 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인구 백만 명이 넘는 도시는, 2020년 조사를 기준으로 10개가 있습니다. (뉴욕, LA, 시카고, 휴스턴, 피닉스, 필라델피아, 샌 안토니오, 샌디에이고, 달라스, 산호세), 그 밑으로 90만 명이 넘는 도시가 4개 있는데 오스틴(96만), 잭슨빌(95만), 포트워스(92만) 그리고 콜럼버스입니다. 굉장히 큰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사실 행정 구역의 도시만 따져서 그렇고, 실제 같은 생활권에서 생활하는 인구를 조사하는 광역권(Metropolitan Statistical Area) 기준으로는 2백만 명 좀 넘는 수준으로 미국 내 광역권 인구 순위 30위권 정도에 해당합니다. 


콜럼버스는 교육과 보험, 금융, 패션, 항공, 의료 등등 매우 다양한 산업군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저희랑 같이 일하던 혼다의 공장과 연구소가 크게 있어서 거기를 갔던 것이 기억나네요. 샌디에이고에서 콜럼버스까지 직항이 없어서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하거든요. 그런데 출장 가서 일 잘 끝내고, 콜럼버스 공항 안에서, 티켓팅 다 마치고, 게이트 근처의 바에서 동료랑 맥주 마시면서 열띤 토론을 하다가 눈앞에서 비행기를 놓쳐서, 다시 시내 들어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빠져나왔던 어이없는 추억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또 오하이오 대학교의 자동차 연구소에도 갔었는데, 다른 큰 학교들이 다 그렇듯이, 별도로 캠퍼스가 있거나 하기보다 그냥 도시 곳곳에 흩어져있더군요.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는 콜럼버스 안에만 등록 학생이 6만 명이 넘는 거대한 대학교입니다. 2021~2022년도 등록 학생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대학교는 텍사스 A&M(7만 3천 명), 두 번째는 University of Central Florida(7만 명), 그리고 세 번째가 총 등록 학생수 6만 7천 명의 오하이오 주립대입니다. 대학 미식축구에서 미시간 대학교와의 라이벌 전으로도 유명하죠.


오하이오 주의 북부에 있는 클리블랜드, 중부에 있는 콜럼버스에 이어, 주에서 세 번째로 크고, 역시 “C”로 시작하는 도시인 신시내티(Cincinnati)는 도시 인구는 30만 명으로 오하이오에서 세 번째이지만 광역권(Cincinnati Metropolitan Area) 인구는 2백2십만 명으로 오하이오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 희한한 도시의 이름은, 1802년에 이 도시가 생긴 직후의 시장이었던 Arthur St. Clair가 처음의 멋대가리 없는 Northwest Territory라는 이름에서 자기가 회장으로 있던 Society of the Cincinnati라는 모임의 이름에서 따 왔다고 하는데, 미국의 독립 전쟁에서 대륙군의 활약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 모임은 로마의 정치가 루키우스 큉크티우스 킹킨나투스(Lucius Quinctius Cincinnatu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위에서 나온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무대가 되는 오하이오 강을 경계로, 당시 노예주였던 켄터키에서 탈출하는 흑인 노예들을 구출하는 반 노예제 운동의 중요한 거점 도시였습니다. 물론 도망친 노예를 잡으러 오는 노예 사냥꾼을 비롯한 노예제 찬성파들과 노예제 반대파간의 충돌이 자주 있었고, 그래서 소설에도 나오지만 많은 흑인 노예들이 더 북쪽의 캐나다로 넘어가서 정착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오하이오는 대체로 습한 대륙성 기후로, 더운 곳은 여름에 섭씨 30도 넘게 올라가기도 하고, 겨울에는 영하 7도까지도 떨어지지만, 그렇게 엄청나게 춥지는 않다고 하네요. 오하이오에는 한인 인구가 약 2만 5천 명 정도 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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