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31)
오대호에 둘러싸인 미시간 주의 아래에 붙여있는 일리노이나, 인디애나 그리고 오하이오 주까지 살펴봤으니 이제 다시 밑으로 내려가서 남부의 주들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옆으로 길쭉한 켄터키 주 위에 그 주들이 있고요, 다시 그 캔터키 주 아래에서 길쭉하게 경계를 맞대고 있는 테네시주까지는 지난번에 살펴봤습니다. 테네시 주 아래에도 역시 세 개의 주가 붙어있는데 저번에 올라올 때 미시시피 주는 한번 봤으니, 그 오른쪽의 앨라배마 주를 가 보겠습니다.
앨라배마는 13만 6천 제곱킬로미터 정도에 5백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니 남한보다 3분의 1 정도 더 큰 면적에 광주를 포함한 전라도의 인구 정도가 살고 있는 셈입니다. 백인 인구가 대략 3분의 2, 흑인 인구가 3분의 1 정도 된다고 하네요. 인구 조사를 시작한 후로 한 번도 인구가 줄지 않고 꾸준히 늘고 있는 주입니다. 1950년에 3백만 명, 1970년에 3백5십만 명, 1990년에 4백만 명이고 2020년 조사에서 5백만 명을 처음으로 넘었습니다.
앨라배마는 가난한 주입니다. 가난함의 정도를 따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지난번에 미시시피 편에서 미시시피가 가장 가난한 주라고 했던 것은 주의 총생산을 인구로 나눈 통계(GDP per capita)였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미시시피는 1,171억 달러의 주내 총생산을 인구로 나누면 한 사람당 $39,347, 아칸소는 1,328억 달러의 주내 총생산을 인구로 나누면 한 사람당 $43,691, 그리고 세 번째로 가난한 주가 앨라배마로 주내 총생산은 2,298억 달러로 훨씬 높지만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인당 $46,875가 됩니다.
가난함을 따지는 또 다른 기준으로 빈곤율(poverty rate)가 있습니다. 나라에서 정한 빈곤선(poverty line) 이하의 인구가 얼마나 되느냐를 따지는 건데요, 미국령 사모아나 푸에르토리코 같은 곳을 빼고, 정식으로 미국 50개 주의 빈곤율을 따지면 2019년 기준으로 미시시피가 유일하게 20%가 넘는 빈곤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19%에서 16%까지의 빈곤율을 보여주는 주들이 루이지애나, 뉴 멕시코, 켄터키, 아칸소 그리고 웨스트 버지니아까지 있고, 그 바로 아래에 15.5%의 빈곤율로 앨라배마가 9등을 차지했습니다. 남부의 주들이 많이 보이죠. 2021년 기준으로 미국 인구 조사국에서 정한 빈곤선은, 1인 가구 소득 $12,880, 2인 가구는 $17,420, 3인 가구 $21,960 그리고 4인 가구는 $26,500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최저생계비라고 불렸었고, 지금은 기준 중위소득이라고 하는 지표를 사용합니다. 매년 국민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전체 개인이나 가구의 소득의 중간 위치(중위 소득)를 기준으로 60%에 해당하는 액수인데, 2020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월 백만 원 정도 (연 천 2백만 원), 2인 가구는 월 백팔십만 원 정도(연 2천2백만 원), 3인 가구는 2백3십만 원 정도(연 2천8백만 원), 그리고 4인 가구는 월 2백8십5만 원 정도(연 3천4백만 원 정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십몇 년 전에는 미국과 두배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비슷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빈곤율을 따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OECD는 중위 소득의 50%를 빈곤선으로 정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2018 ~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대 빈곤율을 16.7%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의 조사에서 미국의 빈곤율은 17.8%로 나왔고요.
앨라배마에서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회사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AT&T나 보잉 등이 사무실이 크게 있다고 하는 정도고, 나머지는 대학교나 공공 기관이 사람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데요, 현대가 몽고메리에 공장을 지은 것이 그나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죠. 현대는 2005년에 앨라배마에 공장을 지은 이후, 지난여름에 누적 생산 500만 대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소나타가 256만 대, 아반떼(미국에서는 엘란트라) 150만 대, 싼타페 91만 대, 투싼 3만 7천대 정도를 만들었다고 하죠. 그리고 현대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하는 산타크루즈 역시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1993년에 메르세데스 벤츠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자동차 공장을 유치한 후로, 현대와 혼다 그리고 도요타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거의 4만 명의 주민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자동차 생산량에서 이미 진즉에 디트로이트의 생산량을 앞섰으니, 앨라배마의 아주 중요한 산업인 것이죠.
앨라배마 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일 것입니다. 영화 내내 톰 행크스를 비롯한 배우들이 질질 늘어지는 억양으로 남부 사투리를 표현하는 것이 나오죠. 1950년대 중반 엘비스 프레슬리와의 에피소드에서 베트남 전쟁까지 다양한 역사적인 사건들에 포레스트 검프의 모습을 흑백으로 천연덕스럽게 합성해서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역사적인 사건 가운데, 포레스트가 다니던 대학교에 흑인 학생들이 입학을 하는 사건이 나오는데, 이는 1963년에 앨라배마 대학교에 흑인 학생들이 등록하려는 것을 당시 주지사인 조지 월리스가 건물의 문 앞을 막아선 사건을 보여줍니다. 포레스트 검프 영화의 첫 장면에 포레스트의 엄마가 아들에게 포레스트라는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하얀 두건을 뒤집어쓴 KKK 단의 모습도 나옵니다. 네이선 베드퍼드 포레스트(Nathan Bedford Forrest)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는데, 물론 KKK를 옹호하는 내용은 전혀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독백이 나오죠.
앨라배마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전통으로 오히려 흑인 민권 운동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1965년의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흑인들의 투표권을 요구하며 평화적으로 행진(Selma to Montgomery March)을 하고 있던 군중을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동원한 무력 진압을 하게 됩니다. 이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하는 2차 시위가 열리고, 그때 시위 참석자 한 명이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오히려 이로 인해서 시위대의 규모가 처음 600명에서 결국 2만 5천 명까지 불어나고,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연방군을 파견해 시위대를 보호하게 되고, 결국 같은 해에 흑인들의 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연방 투표권 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셀마는 현재 인구 2만 명 정도의 도시로 80% 이상의 인구가 흑인이라고 나옵니다.
현대 자동차 공장이 있는 몽고메리는 앨라배마에 있는 인구 20만 명의 3대 도시 가운데 하나이며 앨라배마의 주도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꽤 많고, 식당이나 마트, 노래방 등 한국 사람들이 살 때 필요한 것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네요. 나머지 주요 도시는 헌츠빌(Huntsville)하고 버밍험(Birmingham) 그리고 모빌(Mobile)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