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32)
앨라배마에서 한 칸 옆으로 옮겨가면 조지아 주가 나옵니다. 2020년 인구 조사에서 천백만 명이 살짝 안 되는 인구로, 미국에서 인구 기준으로 8번째로 큰 주로 나왔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언급을 했지만, 미국에 인구 천만 명이 넘는 주가 10개 있는데요, 1등에서 4등까지는 다들 예상하시는 대로 캘리포니아 (4천만), 텍사스 (2천9백만), 플로리다 (2천2백만), 뉴욕 (2천만) 이렇게 인구 이천만 명이 넘는 거대 주들입니다. 그 아래의 주들은 좀 헷갈리는데, 펜실베이니아 (1천3백만), 일리노이 (1천3백만), 오하이오 (1천2백만) 요렇게 오대호를 둘러싸고 있는 주들이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조지아 (1천백만), 노스캐롤라이나 (천만), 미시간 (천만) 이렇게 해서 10개 주가 인구 천만 명이 넘는 곳입니다.
조지아 주는 짤막한 미국의 역사에서 나름 그래도 유서 깊은 곳입니다. 1732년에 개발이 되고 1752년에 정식으로 대영 제국의 식민지로 편입되면서 신대륙에 만들어진 13개의 최초의 영국 식민지에 가장 마지막으로 편입이 된 곳입니다. 미국에 처음 만들어진 영국 식민지는 뉴 잉글랜드 지역 (뉴햄프셔, 매사추세츠, 로드 아일랜드, 코네티컷), 중부 지역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그리고 남부 지역 (메릴랜드, 버지니아,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지아)으로 나누어집니다. 영국의 왕 조지 2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주가 조지아 주로,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루이지애나 지역, 그리고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플로리다 지역의 중간에서 나름 영국의 거점 역할을 하던 식민지였던 셈입니다.
조지아 주의 인구는 절반 정도가 백인이고, 30% 정도가 흑인입니다. 아시안 인구는 1990년 조사에서 1.2%, 2000년의 조사에서는 2.1%, 2010년의 조사에서는 3.3% 그리고 가장 최근의 2020년 조사에서는 4.4%로 나왔습니다. 천만 명의 주민 가운데 50만 명 정도가 아시안 혈통이라고 밝힌 셈입니다. 영어를 제외하고 주에서 사용되는 언어 가운데는 스페인어 (7.42%)와는 좀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당당히 한국어 (0.51%)가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0년의 조사 기준으로 4만 5천 명 정도가 한국어를 말한다고 답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2019년에 발표한 자료에는 조지아 주에 있는 (국적에 상관없이) 한국 사람은 10만 명 정도라고 나왔습니다.
조지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애틀랜타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정확하게는 애틀랜타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대략 6백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고 나왔습니다. 조지아 주가 아래쪽으로 가면서 오른쪽이 좀 넓은 사다리꼴처럼 생겼는데, 애틀랜타 지역은 가운데에서 좀 위쪽에 있는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해서 왼쪽의 앨라배마 주 경계 방향으로 펴져있는 , 넓이 2만 7천 제곱킬로미터 정도의 지역입니다. 주 전체 면적이 15만 제곱킬로미터 정도이니 대략 5분의 1의 영역으로 꽤 큰 지역이 됩니다. 애틀랜타라는 도시만 놓고 보면 인구 50만입니다.
애틀랜타는, 조지아 주의 오른쪽 끄트머리에서 대서양에 닿아있는 사바나(Savannah)라는 항구에서 중서부 지역으로 철도를 통한 화물 운송을 위해서 형성된 타운에서, 1847년에 정식으로 애틀랜타라는 도시로 만들어졌습니다. 대서양(Atlantic Ocean)의 이름을 가져와서 여성형으로 만든 것이 도시 이름의 유래라고 하죠. 남북 전쟁에서 남부의 군사 물자를 공급하는 전략적 요점이었던 애틀랜타는 또한 그 때문에 북부군의 집중 타격의 대상이 되었고, 1864년에 북부군의 공격에 도시가 거의 잿더미가 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전쟁 후에 다시 철도 운송 시스템을 복구하면서 남부의 시카고라고 할 정도로 물류와 도/소매업이 증가를 하고, 활발한 경제와 일자리에 이끌린 흑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1900년에는 흑인 인구가 3만 5천 명으로 도시 인구의 40%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애틀랜타의 경제가 화물 운송을 넘어서 유통과 각종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했지만, 전통적인 남부의 주답게 여전히 백인과 흑인들 사이에는 아주 분명하게 그어진 선이 있었습니다. 흑인들이 이용 가능한 사무실 빌딩이나, 유흥시설, 가게, 보험, 은행, 학교, 신문사 등등이 애틀랜타의 어번가 (Auburn Avenue)를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바로 이 지역에서 태어났고 킹 목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이 어번가 근처의 침례교회 목사였었다고 하죠. 이런 흑백 분리와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 인권 운동을 주도한 킹 목사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닌 애틀랜타의 침례교 계열 흑인 대학인 모어하우스 대학교(Morehouse College)를 입학했습니다. 입학 전 여름방학 때, 다른 신입생들과 함께 코네티컷의 담배 농장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서, 흑백 차별이 없이 흑인도 제대로 된 식당에서 밥을 먹고 교회에 가서도 백인들과 같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죠. 돌아와서 대학을 다니면서 수많은 차별을 경험하고, 목사가 되면서 흑인 인권 운동에 투신하는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킹 목사가 다닌 모어하우스 대학의 모체가 된 곳은, 남북 전쟁이 끝나고 2년 후에 세워진 Augusta Institute로, 흑인들에게 신학을 가르치기 위해서 어거스타에 있는 스프링필드 침례교회 안에 만들어졌는데, 이 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적인 흑인 교회라고 합니다. 어거스타는 조지아 주의 동쪽 주 경계의 가운데에 있는 도시이자 카운티인데, 인구 20만 명으로 조지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어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매년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클럽은 1990년에야 처음으로 흑인을 멤버로 받아들였고, 2012년이 돼서야 여성을 멤버로 받아들일 정도로 보수적인 곳입니다. 300명 정도의 멤버가 있고, 가입비는 10만 불 이상, 1년 회비는 대략 3만 불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애틀랜타에서 동남쪽으로 250마일 정도 내려가면 항구 도시 사바나(Savannah)가 나옵니다. 인구 15만 명 정도로 조지아에서 5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1996년 애틀랜타에서 26회 하계 올림픽이 열렸을 때 요트 경기가 여기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1751년에 조지아가 영국 식민지로 개척될 때 영국인들이 들어온 곳이며 조지아 식민지의 첫 수도이기도 했습니다. 조지아 주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경계를 이루는, 길이 450 킬로미터의 사바나 강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도시입니다. 도시 면적이 281 제곱킬로미터로 나오니 경기도 김포시 정도의 크기입니다. 남동쪽으로 대서양에 면한 도시답게, 거의 열대성의 덥고 습한 여름 기후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7월이나 8월에는 최대 기온 섭씨 37도가 넘어간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후텁지근하네요. 2020년 인구 조사에서 백인이 37% 그리고 흑인이 거의 50%로 나왔습니다. 19세기부터 미국에서 가장 바쁜 항구 가운데 하나였고, 여전히 미국에서 네 번째로 컨테이너의 물동량이 많은 곳입니다. 물류에서 물동량을 따지는 단위로 TEU (Twenty-foot equivalent Uni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8피트 x 8피트 x 20피트의 컨테이너 크기입니다. 길이가 7미터 정도이니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가끔 보는, 뭔가 좀 짧아 보이는 컨테이너 사이즈이고, 이걸 두 개 합치면 제대로 길쭉한 40피트 컨테이너가 되죠. 2019년의 자료에서 TEU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는 LA (4백9십만)이고 2위가 뉴욕 (4백3십만), 3위가 롱비치 (4백만)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4위가 사바나(2백4십만)입니다. 그 밑으로는 휴스턴(2백만)과 시애틀(백 5십만)이 있고요.
대한 항공이 미국에 직접 취항하는 직항 노선이 12개가 있는데, 서부의 LA나 샌프란시스코는 워낙 유명하고 그 위의 시애틀도 인기가 있죠. 동부의 뉴욕이나 시카고도 유명한 노선이고, 아메리칸 항공과 연계한 달라스, 델타와 연계한 애틀랜타도 아주 인기 노선이라고 합니다. 애틀랜타 국제공항(ATL: Hartsfield-Jackson Atlanta International Airport)은 델타 항공의 허브 공항으로, 국내와 해외의 225곳이 넘는 도시로 매일 1,000편이 넘는 비행기가 이용하는 공항입니다. 2019년의 자료 기준으로, 총 이용 승객 1억 1천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나왔습니다. 2위는 베이징 공항(1억 명), 3위는 LA 공항(8천8백만 명), 4위는 두바이 공항(8천6백만 명), 5위는 도코 하네다 공항(8천6백만 명)으로 나와있네요. 인천 공항은 7천1백만 명으로 14위에 올랐고, 나리타 공항이 4천4백만 명으로 50위에 순위가 있는 반면에 김포 공항은 순위에도 없습니다. 홍콩 첵랍콕(7천1백만)이나 싱가포르 창이 공항(6천8백만)은 인천 공항이랑 비슷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