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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Apr 04. 2022

웨스트버지니아 (West Virginia:WV)

(미국의 주: 37)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아메리카 남부연합 (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에서 분리해서 연방에 가입한 주입니다. 1860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에이브러험 링컨이 노예제 폐지를 내세우며 당선이 되었고, 이에 반발한 남부의 노예제를 찬성하는 주에서 연방을 탈퇴하고 자신들의 독립적인 나라를 세운 것이 남부연합이고, 결국 1861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 항 인근에 있는 섬터 요새의 연방군을 남부군이 공격한 것이 남북전쟁이 시발점이 되었죠.


목화산업을 기반으로 한 농장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버지니아와 달리, 서부 지역은 이미 그 당시에도 탄광이나 철광 및 이에 기반을 둔 제조업이 발달하고 있었기에 노예제도를 존속해야 하는 이유로 연방을 탈퇴하겠다는 버지니아 주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1861년 4월에 연방 탈퇴를 결정한 주 회의의 표결에서, 북서부 출신의 참가자 49명 가운데 17명만이 연방 탈퇴에 찬성했고, 이후에 북서부 지역의 별도의 회의를 거쳐서 이듬해 5월에 별도의 주 설립이 결의되었고, 1863년 6월에 정식으로 연방 가입이 승인되어, 미국의 35번째 주로 정식으로 인정받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면적은 6만 3천 제곱킬로미터 정도로 대한민국의 60% 정도의 크기에 인구는 1백8십만 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백인이 인구의 93%가 넘는 주인데, 1950년에 2백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주의 인구가 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가 크겠지요. 석탄이 주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와이오밍과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석탄을 공급하는 주이지만, 아무래도 석탄 산업이 계속 하락하면서 경제에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겠죠.


2019년 조사에서 72억 달러의 주내 총생산에 2014년에서 2019년까지의 성장률 0.6%로 50개 주 가운데 45위에 올랐고, 같은 기간 인구 증가율 -0.6%로 미국에서 최하위의 인구 성장률을 기록한 주가 되었습니다. 인당 가처분 소득이 $40,873불로 조사되었는데 2013년에서 2018년간 3.2%의 성장에 그쳐서 50개 주 가운데 49위를 차지했으니, 전반적으로 주 경제의 상황이 매우 우울한 곳이고, 미국에서도 아주 가난한 주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주지사에서 연방 상원,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고,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68%가 넘는 득표율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두배 차이로 이긴 주이고, 오클라호마와 더불어 모든 카운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미국에서 딱 2개뿐인 주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공화당 성향의 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일하게 주 선출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한동안 TV에 자주 등장했던 조 맨친(Joe Manchin) 상원의원입니다.


1947년생으로 꽤 고령이지만 190센티미터가 넘는 당당한 체격을 갖고 있는데,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냈고, 2010년부터 연방 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상원의원이지만 당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사회적 인프라 법안에 계속 딴지를 걸고 나와서 방송을 많이 탔죠. 50대 50으로 정확히 반으로 갈린 현재의 상원에서, 이론적으로는 상원 의장을 맡고 있는 부통령이 민주당이므로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어야 하지만, 민주당의 50명 상원의원 가운데 조 맨친 의원은 거의 공화당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서 항상 뉴스의 중심에 서곤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보이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 60%가 넘는 지지율을 이끌어내려면, 민주당 당론에 따르기보다는 본인 지역구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겠죠.


웨스트버지니아주는 한때 제18번이었던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주가의 하나로 채택했습니다. 노래의 가사를 보면 (“Almost heaven, West Virginia /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 Younger than the mountains, blowin’ like a breeze”) 직접적으로 웨스트버지니아를 명시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죠. 거의 서울 토박이인 제가 왜 이 팝송에 꽂혔는지는 몰라도 처음 들을 때부터 좋았고 그 이후로 노래방에서 수도 없이 불러서 가사를 다 외울 정도였습니다.


이 노래에 나오는 블루리지 마운틴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일부로 펜실베이니아 남부에서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그리고 조지아주까지 지나는 길이 550마일의 산맥입니다. 산의 풍부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소프렌(isoprene)이라는 물질 덕분에 멀리서 보면 산에 푸른색 안개가 낀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하죠. 블루 리지 마운틴 안에는 샤넌도허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과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 이렇게 두 개의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블루리지 산맥이 속해있는 애팔래치아 산맥(Appalachian Mountains)은 미 대륙 개척시대에 동부 해안에 개발된 식민지와 대륙의 “서부”를 가르는 기준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도 헷갈린다고 말했지만, 사실 미국의 중서부(mid-West)라고 부르는 지역은 거의 미국의 동부에 가까운데도 서부라고 부르는데, 미국 개척 초창기에는 애팔래치아 산맥 너머의 땅은 다 서부였던 거죠. 미대륙 개척 초창기에 플로리다 지역에 상륙한 유럽의 탐험대가 만난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한 애팔래치아는, 황금이 넘쳐나는 신대륙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석탄산업의 원천이 되는 산일 정도로 석탄 매장량이 많고, 이 덕분에 산업혁명 시절에 미국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지만, 석탄 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이에 크게 의존하던 웨스트버지니아도 경제적으로 허덕이게 된 것이죠.


주도이자 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찰스턴(Charleston)의 인구가 4만 7천 명 정도이고, 그 주변을 다 합친 찰스턴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인구도 20만 명 남짓할 정도입니다. 찰스턴과 비슷한 인구를 지녀서 주의 두 번째 도시인 헌팅턴(Huntington) 역시 찰스턴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곳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왼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철강 관련 제조업으로 발전하던 도시가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죠. 2019년의 조사에 따르면, 헌팅턴 지역 인구의 14.8%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와서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빈민 밀집 지역으로 조사가 되었다고 하죠. 이와 더불어 약물 오남용도 심각한 문제라고 하네요. 아무리 자연이 아름답다고 해도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날씨는 1월 평균 기온이 최저 영하 6도 정도에서 최고 영상 4도 정도이고, 7월에는 최저 18도에서 28도 정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네요. 지난 버지니아편에서 나온 것처럼, 11만 명의 한국 사람이 사는 버지니아에 비해서 웨스트버지니아에는 한인이 2천 명 정도 겨우 사는 것으로 나와서 한국 사람을 보기는 힘든 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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