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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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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Apr 25. 2022

델라웨어 (Delaware: DE)

(미국의 주: 39)


메릴랜드는 체사피크 만의 왼쪽 본토 쪽에 버지니아와 붙어있는 땅도 있지만, 체사피크만 건너편의 델마르바(Delmarva) 반도에도 주 영토가 있죠. 델마르바 반도는 왼쪽으로는 체사피크 만을 끼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델라웨어 강과 델라웨어 만이 있는 1만 4천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갖고 있는 반도입니다. 위아래로 길쭉하게 274 킬로미터 정도이고 좌우로는 반도 중심부를 기준으로 113 킬로미터 정도로, 대략 강원도보다 조금 작은 정도입니다. 델마르바 반도의 아래쪽에 길게 뻗은 꼬리는 버지니아 주에 속해있고, 반도의 중간 부분과 위쪽의 서쪽 절반은 메릴랜드 주의 영토이며, 나머지 북동쪽의 위아래 160 킬로미터 부분이 델라웨어 주가 됩니다.   


델라웨어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어찌 보면 가장 낯선 주입니다. 주의 면적이 델마르바 반도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5천 제곱킬로미터가 살짝 넘는 작은 주로, 4천 제곱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로드아일랜드 주에 이어서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입니다. 인구는 2020년의 조사 결과 99만 명으로 나와서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6번째로 인구가 적게 사는 주입니다. 5위는 89만 명의 사우스 다코타, 4위는 78만 명의 노스 다코타, 3위는 73만 명의 알래스카, 2위는 64만 명의 버몬트, 그리고 1위는 58만 명의 와이오밍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인구가 작은 주들도 어디선가 들어보기도 하고 영화에도 나오고 뭐 다들 사연이 있는데, 델라웨어는 이게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하나 맞는지 긴가민가 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주입니다. 최소한 저한테는 그렇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델라웨어는 미국 독립전쟁에 참여한 원래의 13개 영국 식민지의 하나이면서 미 합중국의 헌법을 가장 먼저 승인한 주라서, 주의 별명도 “The First State”이거든요. 다른 주들과 마찬가지로 원래 미국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곳인데 1631년 네덜란드 사람들이 현재 델라웨어 주의 중간 지점쯤에 무역 기지를 설립하면서 유럽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1638년에는 스웨덴 사람들이 뉴스웨덴이라고 부르면서 역시 무역 기지를 개척했고, 1651년에는 네덜란드에서 다시 뉴스웨덴을 점령했습니다. 이곳은 다시 1664년 영국의 제임스 왕 (당시는 요크 공작)의 명령을 받은 영국 해군에 의해서 점령되고, 메릴랜드의 개척자인 볼티모어 경 세실 캘버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1682년에 이 땅은 당시 펜실베이니아를 갖고 있으며 해양 기지가 필요했던 윌리엄 펜에게 넘겨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펜실베이니아와 델라웨어 지역을 같은 주지사가 다스렸지만 펜실베이니아가 점점 커지면서 델라웨어 지역에 별도의 주지사가 별도의 행정권을 갖고 다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식민지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기 위한 전쟁의 발단이 된 1773년 보스턴 차 사건, 그리고 1775년 렉싱턴-콩코드 전투로 처음으로 영국군과 식민지의 민병대가 전쟁을 시작한 직후인 1776년에 정식으로 펜실베이니아와 영국으로부터 동시에 독립을 선언하면서 별도의 주가 된 것입니다. 


나름 깊은 역사를 갖고 있긴 하지만 워낙에 조그마한 주에 인구도 별로 없는 델라웨어가 그나마 사람들에게 친숙한 것은, 미국의 뉴욕 증시에 있는 상장회사 가운데 절반, 그리고 포츈 500대 기업 가운데 66%가 델라웨어에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천국(Corporate Haven)이라고도 불리는 델라웨어는 기업에게 유리한 회사법을 갖고 있어서 많은 회사들이 델라웨어 주에 법인 등록을 하게 됩니다. 워낙 많은 회사들이 델라웨어주에 법인 등록을 하다 보니, 이런 기업들에게 받는 비즈니스 허가 비용 성격의 프랜차이즈 세금 (Franchise tax)이 주 수입의 20% 정도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입니다. 20세기 초부터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친기업적인 성향의 법을 만들었던 것이 델라웨어가 오늘날 기업의 천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시초라고 하네요.


델라웨어의 가장 큰 도시는 주의 가장 꼭대기 오른쪽에 크리스티나 강이 델라웨어 강과 합류하는 곳에 있는 윌밍턴(Wilmington)이라는 곳인데 인구가 7만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작은 도시는 이자율에 대한 제한을 철폐해서 미국의 대부분의 신용카드 회사들의 본거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죠.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에 펜실베이니아의 스크랜턴(Scranton)에서 태어났습니다. 혹시 이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보신 것 같다면, 맞습니다, 그 유명한 미드 오피스(Office)의 주요 무대인 스크랜턴 사무실이 있는 바로 그곳입니다. 당시 스크랜턴이 겪고 있던 경기 불황을 피해서 바이든이  10살이 되던 1953년에 가족이 델라웨어의 클레이몬트(Claymont)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거기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버님은 중고차 영업으로 자리를 잡고 가족들도 안정적인 중산층 생활을 누리게 되죠.


바이든은 1965년에 델라웨어 대학(University of Delaware in Newark)을 졸업하고, 1969년에 변호사로 개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에 뉴캐슬(New Castle) 카운티 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참가해서 승리하고 2년 동안 근무합니다. 델라웨어에는 3개의 카운티가 있는데 제일 밑에 있는 가장 큰 면적을 갖는 카운티가 서섹스(Sussex) 카운티로 25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중간에 있는 켄트(Kent) 카운티는 18만 명이 약간 넘는 인구가 살고 있고요, 제일 위에 있는 뉴캐슬 카운티가 면적은 제일 작은데 인구는 57만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바이든이 당선되던 해인 1970년에는 뉴캐슬 카운티의 인구가 39만 명 정도였고 7석의 카운티 의원을 뽑았었습니다.


바이든은 1972년 델라웨어의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꺾고, 법정 연령인 30살을 상원 의원 취임 직전에 넘기는 역대 다섯 번째로 어린 연방 상원의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구의원 정도의 위치인 카운티 의원, 그것도 20대의 초선 의원이, 당시 베테랑이던 공화당의 현역 상원의원을 꺾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킨 거죠. 하지만 선거 직후 사고로, 아내와 당시 한살이던 장녀를 잃고, 두 아들도 병원에 입원을 합니다. 그래서 상원의원 취임 선서도 윌밍턴 종합병원(Delaware Division of Wilmington Medical Center)에서 했고, 그 이후로 트라우마를 겪은 아들들의 곁에 있어주기 위해서 상원 의원으로 일하는 36년 동안, 편도 74분이 걸리는 윌밍턴에서 워싱턴 D.C. 까지 매일 기차로 출퇴근을 한 따듯한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델라웨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주의 수도인 도버(Dover) 역시 인구 3만 6천 명의 꼬맹이 도시입니다. 아마 도버 해협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할 텐데요, 영국의 오른쪽 제일 아래 끄트머리에 있는 항구도시 도버에서 프랑스 칼레까지 약 34 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최단거리 경로이기도 한 이 해협은, 영국의 켄트(Kent) 카운티에 있는 항구도시, 도버의 이름에서 따 왔습니다. 델라웨어의 켄트 카운티와 도버 모두 윌리엄 펜(William Penn)에 의해서, 영국의 카운티와 도시 이름을 따라서 지어진 것이죠. 델라웨어 가장 남쪽의 서섹스도 윌리엄 펜이 1682년에 델라웨어 지역을 찰스 2세에게 양도받은 후에 본인의 영지가 있던 서섹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고, 실제 영국의 서섹스에서 200명의 사람들을 데려와서 신대륙의 식민지 개척을 도왔다고 합니다. 가장 북쪽에 있으면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뉴캐슬 카운티는 1664년에 이 지역을 형인 찰스 2세로부터 하사 받은 요크 공작(Duke of York) 제임스가, 이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네덜란드의 뉴암스테르담을 정복하고 이름을 뉴캐슬로 바꾼 것입니다. 


주의 가장 남쪽에 있는 서섹스 카운티는 1월 평균 최저 기온이 영하 4도에서 영하 1도 정도이고, 8월 평균 최고 기온이 섭씨 31도에서 29도 정도의 습한 아열대 기후를 보여줍니다. 윌밍턴이 있는 뉴캐슬 카운티 역시 대략 그 정도의 기후를 보여주고요. 아무래도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날씨가 온화한 편인 듯합니다. 한인들은 3천 명 정도 된다고 나오는데 대부분 뉴캐슬 윌밍턴 지역에 계시는 것 같고, 사시는 분들 이야기로는 조용하고 물가 싸고 별로 인종 차별 없다고 하네요. 워싱톤, 필라델피아 혹은 뉴욕까지 근처에 있어서 왕래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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