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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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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Jun 06. 2022

뉴저지 (New Jersey: NJ)

(미국의 주: 40)

델라웨어 주가 자리 잡고 있는 델마르바 반도의 왼쪽은 체사피크 만이고 오른쪽은 델라웨어 만을 통해서 대서양과 이어집니다. 총연장 674 킬로미터인 델라웨어 강은 뉴욕의 캣스킬(Catskill) 산에서 발원해서 뉴욕,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그리고 델라웨어까지 4개의 주를 지나서 델라웨어 만으로 흘러들어 가는 강입니다. 이 델라웨어 강이 델라웨어 만으로 흘러들어 가는 끄트머리의 서쪽에 있는 주가 델라웨어 주이고 동쪽에는 뉴저지 주가 있습니다.


뉴저지 주는 델라웨어 주와 비슷하게 17세기 초반 네덜란드와 스웨덴에 의해서 식민지로 개발이 되다가 영국이 차지하게 된 곳입니다. 지난 편에 델라웨어의 도시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나온 도버 해협 (Strait of Dover)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영국 해협 (the English Channel)의 일부로 해협의 폭이 가장 좁아지는 지점입니다. 이 영국 해협에 흩어져있는 섬들을 통틀어서 채널 아일랜드 (Channel Islands)라고 하는데요, 지도상으로 보면 프랑스에 더 가까운 이 섬들이 실제로는 영국 왕의 영향을 받는 섬나라들입니다.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유럽의 역사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 앙숙처럼 지내면서 백 년이 넘게 전쟁을 하기도 하고 서로 왕과 왕비를 주고받는 혈연으로 엮인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기도 하지요. 프랑스에서 영국 쪽으로 툭 튀어나온 지역을 노르망디 (Normandy)라고 하고,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유명하죠. 당시 나치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의 노르망디에 연합군이 감행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이자, 연합군의 유럽 탈환의 발단이 된 유명한 작전입니다. 마침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같은 1944년 6월 6일에 거의 9만 명에 가까운 연합군 병력이 노르망디에 상륙해서 교두보를 확보하고 이후 150만 명이 넘는 연합군이 이를 통해서 프랑스로 들어와서 독일을 패퇴시키게 되는데,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오마하 해변의 상륙 작전이 정말 (과하게)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준 바가 있습니다. 


이 노르망디 지역은, 바이킹 족의 끊임없는 침략에 지친 프랑스 왕이 별도의 공국으로 인정해서 바이킹 족에게 하사한 곳입니다. 이 사람들을 북쪽에서 온 사람들 (노르만 = Norman = North Man)이라고 불렀고, 그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노르망디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노르망디가 프랑스의 공국으로 인정을 받은 지 100년 만에 걸출한 군주가 등장하는데 이 사람이 유명한 정복왕, 노르망디 공 윌리엄 (프랑스어로는 기욤)입니다. 이 양반이 영국을 침략해서 정복하고 왕이 되면서 영국 왕이 영국 섬과 프랑스의 노르망디 영주를 겸하게 되는데, 이 기간이 1066년에서 1204년까지입니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은 점차 프랑스 내의 자국 영토를 늘려오고 있었는데, 영국 내에서의 권력 다툼을 틈타서 프랑스가 140년 만에 노르망디를 비롯한 프랑스의 대부분의 영국 영토를 되찾아오게 되지요. 이때 채널 아일랜드의 섬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섬의 이름이 저지인데, 영국 왕실의 속령이지만 독자적인 사법 체계와 재정을 갖추고 있는, 인구 10만 명의 미니 국가입니다. 


1640년대에 추방되었던 영국의 왕 찰스 2세가 복권되고 나서 그 당시에 도움을 주었던 당시 저지 섬의 총독이었던 조지 카르테렛 (Sir George Carteret)에게 신대륙 식민지의 허드슨 강과 델라웨어 강 사이의 땅을 하사했고, 이 지역은 뉴저지라고 불리게 됩니다. 


섬나라인 저지는 양모로 만든 니트 옷감으로 중세부터 유명했습니다. 실을 교차시켜서 짜는 방식인 직물과 달리 니트는 실을 고리 지어서 천을 짜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만든 직물 혹은 이를 소재로 만든 옷을 저지라고 불렀습니다. 옛날 분들은 기억하겠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메리야스” 내복을 한 벌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이런 것이 저지로 된 속옷입니다. 주로 속옷 옷감으로 사용되던 저지를 프랑스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여성용 외투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활동성이 좋은 저지의 특성 덕분에 스포츠맨들이 많이 입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유니폼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는 거죠.


뉴저지는 영국의 지배에 반대해 독립을 선언한 미국의 13개 식민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의 독립 전쟁 중에 영국군과 미국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있었고, 양국에서 번갈아가면서 점령을 했었기에 뉴저지를 “The Crossroads of the American Revolu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전쟁은 미국 독립 전쟁 (American War of Independence)라고도 불리지만 그보다는 주로 미국 혁명전쟁 혹은 미국 혁명 (American Revolutionary War)으로 불립니다. 


위에서 뉴저지의 이름의 유래가 된 사건이 영국의 왕 찰스 2세가 본인이 힘든 시절에 도움을 준 저지 섬의 총독에게 식민지의 일부를 하사한 것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그 양반의 아버지인 찰스 1세와 영국 의회가 충돌해서 청교도 혁명이 일어나고, 이때 발생한 잉글랜드 내전에서 정권을 잡은 올리버 크롬웰이 찰스 1세를 처형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아들인 찰스 2세는 프랑스로 망명을 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이때 저지 섬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죠. 


찰스 2세가 세상을 떠나고 동생인 제임스 2세가 왕위에 오르는데, 이 양반이 왕권 강화와 가톨릭 국가와의 수교를 추진하는 바람에 영국 의회와 사이가 틀어지게 되고, 결국 의회의 주도로 제임스 2세의 맏딸인 메리 공주와 결혼한 네덜란드의 윌리엄 공에게 영국의 왕위가 넘어갑니다. 많은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서 이 사건을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이라고 부르고요, 이를 계기로 잉글랜드에 시민사회가 성립되고 권리장전이 통과되면서 국가에 대한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게 됩니다. 이 권리장전에 언급된 조세와 대표권을 근거로 미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주장하게 되고, 문서화된 헌법으로 혈통적 신분을 부정하며 권력의 분립과 상호 견제를 보장하는 최초의 현대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탄생을 이루었기에 미국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독립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뉴저지 머서 카운티(Mercer County)에 있는 그 유명한 프린스턴(Princeton) 대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의 이름이 나소 홀(Nassau Hall)입니다. 1756년에 완공되었을 당시, 식민지였던 뉴저지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고, 미국 전체 식민지를 통틀어 가장 큰 학교 건물이기도 했습니다. 1777년의 프린스턴 전투를 포함해서 독립전쟁 기간 동안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고, 1783년에는 프린스턴이 신생 미 합중국의 예비 수도가 되면서 나소 홀이 정부 청사의 역할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나소라는 이름은 위에서 나온 명예혁명의 주인공이자 권리장전을 승인한 윌리엄 3세가 원래 네덜란드의 나쏘 가문(House of Nassau) 출신이라는 것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프린스턴 대학은 1746년에 뉴저지 대학교(College of New Jersey)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는데, 미국 독립전쟁 전에 식민지에 세워진 9개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4번째로 오래된 곳입니다. 1636년에 매사추세츠 식민지에 뉴 컬리지(New College)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곳은 나중에 하버드가 되었고, 1693년에 버지니아 식민지에 세워진 윌리엄 & 메리 칼리지(College of William & Mary)가 두 번째, 1701년에 코네티컷 식민지에 컬리지에이트 스쿨(Collegiate School)이라고 세워진 곳은 예일 대학교가 되고, 네 번째가 뉴저지 식민지에 뉴저지 대학으로 세워졌다가 나중에 프린스턴 대학이 됩니다.  


나머지 5개 대학은 1754년에 뉴욕에 만들어진 킹스 컬리지(King’s College)로 콜롬비아 대학이 되고, 설립은 1740년에 되었지만 정식 인가는 1755년에 받은 필라델피아 대학(College of Philadelphia)이 나중에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이 되며, 1764년에 설립된 로드아일랜드 대학(College of Rhode Island)이 브라운 대학(Brown University)이 되었고, 1766년에 설립된 퀸즈 컬리지(Queen’s College)가 루트거 대학(Rutgers University)이 되고, 마지막으로 1769년에 뉴 햄프셔 식민지에 설립된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까지가 미국의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9개 대학들입니다.  


이 9개 대학 가운데 7개와 1865년에 세워진 코넬 대학(Cornell University)을 포함한 8개의 사립 대학교들을 통틀어서 아이비리그(Ivy League) 대학들이라고 부릅니다. 1800년대 동부 대학들에서 학기가 시작될 무렵 담쟁이덩굴을 심는 전통에서 비롯된 말이기도 하고, 이 대학들의 스포츠 팀들이 겨루는 리그를 의미하기도 하며, 지금은 미국 동부의 유서 깊은 사립대학을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뉴저지는 2만 3천 제곱 킬로미터 정도의 면적으로, 미국에서 4번째로 작은 주입니다. 로드 아일랜드가 4천 제곱 킬로미터의 면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이고, 델라웨어가 6천5백 제곱킬로미터, 코네티컷이 1만 4천 제곱킬로미터 그리고 그다음이 뉴저지입니다. 하지만 인구 기준으로는, 미국에서 천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10개 주 바로 아래에 위치한, 9백3십만 명의 인구를 자랑합니다. 제곱킬로미터 당 인구밀도 488명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대도시 인구밀도와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제주도(363명)나 경남(316명) 보다 높고, 충북(220명)이나 전북(223명)에 비해서는 거의 두배의 인구밀도가 됩니다. 


뉴저지에서 가장 큰 도시는 인구 31만 명의 뉴어크(Newark)인데요, 이곳은 다른 뉴저지의 큰 도시들과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속하는데 이는 뉴욕 편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고요, 뉴어크 항은 뉴욕/뉴저지 항의 중요한 일부로 동부의 컨테이너 수송을 담당하는 중요한 터미널이기도 합니다. 근처의 뉴어크 공항 (Newark Liberty International airport)과 철도 및 도로망 덕분에 미 동부에서 가장 바쁜 물류와 운송의 중심지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큰 도시는 인구 29만 명의 저지 시티인데, 이곳은 맨해튼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인종의 다양성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인구의 대략 24%가 백인, 20%가 흑인, 25% 정도가 히스패닉, 그리고 아시안이 28%를 골고루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지 시티는, 뉴저지 제3의 도시인 패터슨(Paterson)과 더불어, 미국에서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인구 밀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입니다. 


미국에서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 가운데 제곱킬로미터 당 인구밀도 1위는 뉴욕 (1만 명), 2위가 샌프란시스코 (6천7백 명), 3위가 매사추세츠의 캠브리지 (6천3백 명), 그리고 4위와 5위가 바로 뉴저지에 있는 패터슨과 저지 시티로 6천2백 명 대의 인구 밀도를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서울은 제곱킬로미터당 1만 6천 명, 부산은 4천 명이 넘고, 대구나 인천, 광주는 대략 3천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인구가 3만 8천 명으로 뉴저지의 10대 도시에는 들지 못하지만, 해변과 리조트, 그리고 카지노로 유명한 아틀란틱 시티(Atlantic City)도 유명합니다. 이 도시는 1921년에 최초로 미스 아메리카 선발 대회가 열린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2018년까지 매년 미스 아메리카 선발 대회를 주최했었습니다. 2018년 대회부터는 수영복 심사나 기타 외모를 평가하는 부분이 없어지고 17세에서 25세 사이 여성의 전반적인 재능과 사회에 대한 기여 등을 평가하는 인터뷰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뉴저지의 아틀란틱 시티는 줄여서 A.C.라고도 하는데, 이름과 같이 뉴저지의 오른쪽 하단에서 대서양에 면하고 있는 조그만 휴양 도시입니다. 조지아주의 주도인 애틀란타(Atlanta)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만, 조지아의 애틀란타는 내륙에 있는 인구 50만 명이 넘는 대도시입니다. 1836년에 승인된 서부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철도(Western and Atlantic Railroad)의 종착지에 세워진 도시라서 1847년에 도시가 만들어질 때 애틀란타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여기서 실제로 남부 최대의 물류 항구인 사바나(Savannah) 항까지는 2백50마일 정도의 거리가 됩니다.    


뉴저지에는 총 21개의 카운티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곳이 버건 (Bergen) 카운티입니다. 뉴저지의 가장 오른쪽 위 귀퉁이에 있는 버건 카운티는 허드슨 강을 두고 맨해튼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이 버건 카운티는 다시 70개의 자치 구역(municipalities)으로 잘게 나누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알파인(Alpine)이라는 동네는 인구가 2,000명도 안 되는 꼬맹이 동네이지만 2012년 포브스(Forbes)지의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우편번호(ZIP code)로 나왔는데, 평균 주택 가격이 무려 425만 불이었기 때문이죠. 그 뒤로 집값이 많이 떨어져서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퍼프 대디 (Puff Daddy = Sean Combs)나 제이 지 (JAY-Z = Shawn Corey Carter) 혹은 최근 오스카 시상식에서의 사건으로 유명해진 크리스 록(Chris Rock) 등 연예인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버건 카운티는 또한 한인 인구 비율이 높기로도 유명합니다. 미국에서 한인 인구 비율이 높은 동네 (municipality)를 뽑으면 1등에서 10등까지 전부 바로 이곳 버건 카운티에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 팰리세이드 파크(Palisades Park: 줄여서 Pal Park 팰팍)로 대략 2만 명의 동네 인구 가운데 절반이 한국 사람입니다. 물론 더 큰 도시를 보면, 뉴욕 퀸즈(6만 4천 명), 뉴욕 맨해튼(2만 명), 캘리포니아 풀러턴(1만 5천 명), 캘리포니아 토렌스(1만 2천 명) 등에 비해서 절대적인 한인 인구의 숫자는 작습니다만, 그 도시들은 워낙 인구수가 많아서 그중에서 가장 한인 비율이 높은 풀러턴도 겨우 11% 정도입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Irvine)도 한인 인구가 1만 3천 명이라고 나오는데 전체 도시 인구 대비 7%가 되지 않는 비율이지요. LA이나 뉴욕시의 경우처럼 대 도시이면, 한인 인구가 10만 명이 넘어도 비율로 따지면 1 ~ 2% 밖에 안 되는 수준이고요. 


뉴저지에는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2020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앤디 킴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미국 하원에 있는 4명의 한국계 의원 가운데 유일한 남성이기도 하지요. 1991년 캘리포니아 다이아몬드바 시장으로 있다가, 1992년, 94년 그리고 96년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 의원 3선에 성공한 김창준 의원 이후로, 무려 20년 만에 한인 출신 연방 하원 의원이 나왔던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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