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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May 12. 2020

나이롱 뽕

마이너 하지만 참으로 재미있는

다른 글에서도 몇 번 밝혔지만, 저희 가족이 미국 샌디에이고에 이민 와서, 이곳 한인 사회에 조그맣게라도 한 공헌이 있다면 바로 나이롱 뽕이라는 화투 놀이의 전파가 되겠습니다. 물론 아직은 저희 부부모임에 국한된 전파이지만, 이 모임이 씨앗이 되어 미국의 한인 사회에서 크게 유행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먼 훗날 언젠가...   ^^


그냥 시간 때우기 화투 놀이이니 대충 해도 되지만, 최근 들어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을 만들면서 이 게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이름부터 따지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이롱 뽕과 월남 뽕이 헷갈렸는데, 나무위키의 월남뽕 항목을 찾아보니, 월남뽕은 서양의 카드게임에서 유래했는데, 베트남전에 파병을 갔던 군사들이 화투 놀이로 변형을 해서 즐겼던 것이라고 하네요. 나름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나무위키의 관련 항목에 보면 (https://namu.wiki/w/%EC%9B%94%EB%82%A8%EB%BD%95) 이렇게 하는 게임이라고 하네요:


화투로 하는 카드 게임의 한 종류로, 두 장의 카드를 뽑고, 세 번째 카드로 그 두 장의 카드 숫자 사이에 해당하는 숫자 카드를 뽑으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예: 3과 9를 뽑은 후 세 번째 카드로 4~8 사이의 카드를 뽑으면 승리, 같은 숫자(3,9)를 뽑으면 무승부. 5와 10을 뽑은 후 세 번째 카드로 6~9 사이의 카드를 뽑으면 승리, 같은 숫자(5,10)를 뽑으면 무승부.)


저희가 즐겨하는 나이롱 뽕과는 전혀 다른 게임인데 저는 이게 왜 헷갈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뽕이라는 이름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나이롱 뽕은 기본적으로 짝 맞추기 놀이입니다. 패의 짝을 잘 맞추어서 게임이 끝날 때 손에 들고 있는 패의 점수의 합계가 적게 만드는 것이고, 한판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미리 몇 판을 할 것인지 정해놓고 합니다. 저희는 보통 11판을 하는데, 게임의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라서 30분 내외면 끝나는 듯합니다.


시작할 때 다섯 장씩 화투를 나눠 받고, 게임이 시작되면 바닥 패에서 한 장 가져오고 필요 없는 패를 손패에서 한 장 버리면 됩니다. 훌라와 비슷한 룰이 몇 개 있어서 헷갈리는 분들도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바닥에 한번 버려진 패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단, 다른 사람이 버린 패와 같은 패를 내가 두장 들고 있으면 그때 "뽕"이라고 외치면서 두장을 동시에 버리고, 추가로 한 장을 더 버릴 수가 있으니, 손에 들고 있는 패가 두장이 남게 되죠. 그리고 그 두장의 합계가 5점 이하가 되면 스톱을 할 수 있습니다.


세장이 같은 모양을 들고 있으면 자연 뽕이라고 해서 0점으로 치고요, 내가 두장을 같은 모양을 들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하필 그 패를 버려서 내가 뽕을 외치면서 게임이 끝나면 내 점수는 0점이 되고, 그 패를 낸 사람은 뽕 바가지라고 해서 자기가 이미 손에 들고 있는 패의 합산 점수에 30점을 더하는 벌칙을 받게 됩니다. 5장을 들고 있는데 손에 들고 있는 패가 3장+3장으로 모양이 같거나, 2장+2장+2장으로 모양이 같으면 또이또이라고 해서 0점이 되면서 판이 끝납니다. 같은 패가 4장이 되는 것은 정확한 규칙이 생각나지 않아서, 우리끼리 할 때는 그냥 -30점으로 쳐줬습니다. 그리고 숫자가 순서대로 6장이 맞춰지면 (예를 들어 3,4,5,6,7,8) 그 패의 점수를 모두 합한 점수만큼 마이너스를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역전이 가능한 마이너스 100점을 주는 케이스가 두 개 있는데 손에 들고 있는 6장의 합계가 10 이하나 66 이상이 되는 것입니다. 


나이롱 뽕 화투놀이의 가장 큰 특징은, 룰이 간단해서 한게임 한게임의 진행 속도가 빠른 반면에 여러 판을 해서 점수를 합산해야 하니,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나름대로 작전을 짜고 플레이를 하는 재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단점은 화투의 숫자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카드로도 해 봤는데 영 맛이 나지 않습니다. 도저히 숫자가 외워지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한국에서 특별히 구입한 용쟁화투 클래식으로 해 보니 좋더군요, 트레이닝 용으로요. 이것으로 많이 플레이해서 익숙해지면 이제 오리지널 화투로 돌아가서 하면 될 거고요.


화투가 왜색이 짙은 문화라서 싫어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화투의 유래가 궁금해서 책을 한 권 사서 읽어봤어요. 박성호 교수의 '화투, 꽃들의 전쟁' (세창미디어, 2018)이라는 책인데, 화투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유래부터 한국에 전해진 과정까지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문학과 결합된 짝 맞추기 놀이이니 일본의 것이 맞지만, 그것도 14세기경 유럽에 퍼진 카드놀이가 포르투갈 선원을 통해서 일본에 전파된 것이 일본 문화에 맞게 변형된 것이라고 하네요. 


일본의 것이건 포르투갈의 것이건, 우리가 즐겁게 하는 게임에 너무 심각한 잣대를 들이대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포커도 재미있긴 하지만 심리게임인 면이 있어서 좀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고, 고스톱도 재미있지만 세 사람이라는 인원 제한이 있어서 아쉽지요. 저한테 정말 소중한 것은, 주말에 부부모임 끝나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울 때, 누구 한 사람 집에 모여서 부부 대항으로 같이 즐겁게 하하 호호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어 판 정도 하면 한 시간 이상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고, 네 부부가 모여도 좋고 다섯 부부가 모여도 좋고, 집사람들이 하는 동안에 남편들은 옆에서 음악 들으면서 한잔 하고, 또 남편들이 대표로 나오면 부인들은 뒤에서 훈수 두면서 수다 떨고, 한판 한판은 빨리 끝나니 이겨도 좋고 져도 금방 잊죠. 하지만 11판의 장기 레이스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되니 나름 전략적 게임 관리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빨리 지금의 상황이 나아져서 다시 다들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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