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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Jan 02. 2021

단체 "문자방"

문자로 이런 것도 되는 줄 처음 알았다는

어제가 참으로 힘들었던 2020년의 마지막 날이 있고, 그래서 예전에 같이 일하던 직장 동료들과 서로 새해 덕담을 주고받는 메시지가 왔다 갔다 했습니다. 문제는 그 메시지를 주고받는 "단톡 방"이 바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였다는 겁니다. 지금은 다 뿔뿔이 흩어져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하지만 예전에 친했던 동료들끼리 단체 "문자방"을 만들어서 안부도 묻고, 예전 사진도 공유하면서 한동안 수다가 늘어졌었지요. 이렇게 단체 문자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것인지, 원래 문자 메시지에 이렇게 단체로 대화를 하는 기능이 있었는지 이런 궁금증이 생겼지만, 그걸 떠나서 참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IT 산업이 가장 발달해있는 미국에서, 새해 덕담을 나누는 방법이 단체 문자라니요!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9년 9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 앱은 페이스북 메신저라고 합니다. 1억 명이 넘게 쓰고 있다고 하고요, 그다음이 스냅챗(Snapchat)으로 4천5백만 명, 3등이 왓츠앱(WhatsApp) (2천5백만 명) 등으로 나오네요. 스냅챗은 젊은 친구들이 많이 쓴다고 하는데, 저는 안 써봐서 잘 모르는 서비스입니다. 왓츠앱은 페이스북에 2014년에 인수된 서비스로, 저도 폰에 설치는 되어있지만 쓰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그나마 가끔 쓰는데, 이것도 페이스북 친구들과 서로 간단히 안부인사 정도 하는 용도이지 단체 채팅은 해 본 적 없고요. 뭐 모든 사람이 페이스북을 쓰는 것도 당연히 아니지요. 이렇게 따지면, 미국 사람들은 전 국민이 모두 쓰는 공통된 메신저 앱이 없다고 봐야 하니, 그나마 모두가 사용하는 휴대폰 문자를 이용한 단체 채팅이 유일한 해결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의 나라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의 위챗은 현재 상황에서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이니, 우리나라 라인이나 카톡이 미국에 들어와서 좀 해결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비슷한 맥락에서 제가 미국 살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여기는 아직도 우편물을 이용한 업무처리를 정말 많이 합니다. 매일매일 우편함에 쌓이는 광고 우편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지만, 광고가 아니고 각종 은행이나 공공기관 고지서도 거의 우편물을 통해서 보내오고, 각종 정부 기관의 업무도 아직은 우편물이 가장 공식적인 통신 수단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아들 녀석 대학교 지원하는 웹사이트에서 국세청을 통해서 제가 작년에 세금 신고한 내용을 그 학교에서 열람하도록 했단 말이죠. 그러면 미국 국세청에서 저한테 한참 후에 편지가 한통 옵니다. 얼마 전에 이런 이런 사연으로 네가 이런저런 대학에서 너의 세금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허락한 거 맞냐? 그거 보면서, 온라인으로 처리한 업무의 내용을 우편물로 거의 일주일도 넘은 시점에서 저한테 개인 정보 관련 통보가 온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습니다. 미국 우편 업무에 관련된, 뭔가 제가 모르는 역사적인 혹은 정치적인 상황이 있어서, 이렇게 여전히 우편물 위주로 중요 업무가 처리되는 것이 아닌가 짐작을 할 뿐입니다.


처음 미국에 오자마자 느꼈고 지금도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전반적인 통신 환경입니다. 어디 사막 한가운데를 지난다면야 당연히 휴대폰 신호가 잘 안 잡히는 것을 이해하지만, 회사나 집에서도 휴대폰 신호가 잘 안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지역 주민들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자주 올라오는 질문이, 이 동네에서는 어느 통신사의 전화가 가장 신호가 잘 터지냐입니다. 인터넷도 그렇습니다. 제가 샌디에이고 시내에서 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골도 아니고, 꽤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여기서 인터넷을 쓸려면 AT&T의 ADSL이나 스펙트럼의 케이블 인터넷뿐입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미국에 와서 다시 듣게 된 추억의 ADSL이 반갑긴 했지만 속도가 너무 낮았습니다. 그래서 100 Mbps를 지원하는 케이블 인터넷 (지금은 200 Mbps까지 올라갔어요)을 설치했습니다. 한 달에 8만 원이 넘는 요금이야 뭐 그렇다 치는데, 가끔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경우나, 혹은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디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마땅히 대안이 없어서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합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는 땅이 너무 넓어서, 통신사들이 케이블 망을 설치하거나 무선 통신용 기지국을 설치하거나 하는데 돈이 많이 들 거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인터넷과 전화 시스템을 발명한 나라에서, 시골도 아닌 어느 정도의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이곳 샌디에이고의 통신 환경을 보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대한민국이 왜 IT 강국으로 손꼽히는지, 어디서나 불편 없이 터지는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 통신망이 우리 삶의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고, 앞으로도 삶의 편리함과 기술의 발전을 더 가속시켜줄지 이해와 기대가 동시에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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