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찾다가 주 정부 구성까지 공부를...
지난 글(https://brunch.co.kr/@tystory/64)에서 미국이 연방제의 정치 형태를 갖게 되고, 각 주의 권한이 거의 독립된 나라와 비슷하게 된 사연을 살펴봤습니다. 연방 헌법을 만들 때도 연방 정부가 필요 이상의 권한을 갖지 못하도록 매우 고심을 했다고 하고요, 따라서 국제협약이나 이민법, 군대 창설 등 연방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결정은 연방 정부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외의 일들 (사법이나 공공 교육, 보건, 등)에 대해서는 서로 협의해서 하거나 혹은 주정부 고유 권한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주마다 헌법이 따로 있고, 연방 정부 기구와 비슷한 주 정부 기구가 있습니다. 행정부의 장으로 주지사가 있고, 주 의회는 1934년에 주 헌법을 개정해서 단원제가 된 네브래스카를 제외하고는 연방 의회와 같이 상원과 하원이 있습니다. 임기도 연방 의회와 같이 상원 6년, 하원 2년을 채택한 주가 대부분이고요. 주의 판사와 검사는 주지사가 임명하기도 하고 선거를 통해서 선출하는 주도 있지만 하여튼 행정, 입법 그리고 사법의 3권이 분리되어있는 형태입니다.
주 행정부의 수장인 주지사는 governor라고 부르고, 직접 선거로 선출이 됩니다. 주 의회에서 만들어진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19개 주의 헌법에는 시민들이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끌어내리고 재 선거를 할 수 있는 리콜(recall)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 책임을 물어서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를 리콜하자는 서명을 받고 있는데, 리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150만 명 가운데 140만 명 정도 서명에 참여했다고 나오던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숫자인지는 모르겠으니, 리콜 선거라니 참으로 알아듣기 쉬운 영어네요.
주 행정부의 또 다른 중요한 직책이 법무 행정 기관인데, 연방 정부와 마찬가지로 주 정부에도 법무부(겸 검찰청)이 있습니다. 주 정부의 법무부 장관(겸 검찰총장)은 State Attorney General이라고 부릅니다. 주지사로부터 임명되기도 하고 선거를 통해서 뽑기도 하는데, 정치인으로 지역에서 기반을 닦는 중요한 발판이라고 합니다. 작년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미 대통령 유고시 승계 서열 1위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자 아프리카계 + 아시아계) 정치인인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 알라메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Deputy District Attorney)로 시작해서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 법무부 장관(겸 검찰 총장)으로 근무하고 2017년에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된 후에 이번에 부통령이 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주 의회의 임무는 당연히 주의 법을 만드는 것과 예산 승인 권한이 있습니다. 의회 멤버나 주지사가 제안한 법안에 대해서 심사를 하는 것 외에,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에 대해서도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법을 통과시킬 수 있고, 연방 의회에서 제안한 수정 헌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권한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 총 7,383명의 주 의회 의원들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주에서는 파트타임 일이고 10개 주에서는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고 하네요. 땡전 한 푼 받지 않는 뉴멕시코 주에서 9만 불 정도 주는 캘리포니아 주까지 다양한 형태의 봉급을 받고, 그 외에 각종 일당이나 마일리지 등의 혜택이 있다고 합니다. 피자 배달하시는 분에서부터 학생이나 보모, 혹은 사슴 농장 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 의회에서 주 입법 활동을 하시는 의원님들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이 글을 보시면 재미있을 듯합니다: https://publicintegrity.org/politics/state-politics/the-unexpected-jobs-your-state-lawmakers-have-outside-the-office/
주의 사법부는 당연히 주 법에 관련된 사건을 다룹니다. 연방 법과 관련된 사건은 연방 법원 (Federal Courts)에서 다루고 주 법과 관련된 사건은 주 법원(State Courts)에서 다루는 거죠. 대부분의 주는 3 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2 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주들 (델라웨어, 하와이, 워싱턴 DC, 네바다, 등)도 있습니다. 3 심제의 경우에도 각 단계를 부르는 이름이 주마다 제각각인데,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심 법원을 Superior Courts, 2심 법원을 Courts of Appeals 그리고 3심 법원을 Supreme Courts라고 합니다. 반면에 뉴욕주에서는 1심 법원을 Supreme Courts, 2심 법원을 Appellate Divisions of Supreme Courts 그리고 3심 법원을 Courts of Appeals라고 한답니다. 그니까, Counts of Appeals는 우리말로 항소심 법원이라고 부를 텐데, 이게 캘리포니아에서는 2심 법원이고 뉴욕에서는 3심 법원이 되는 거죠. 아오, 헷갈려…
연방 법원 판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은 후에는 종신직 공무원이 되는데요, 주 법원 판사는 주지사가 임명하기도 하고 선거를 통해 뽑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만, 선거를 통해서 뽑을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임명 시스템을 선호하는 주가 늘고 있다고 하네요. 캘리포니아의 경우, 1심 법원의 판사는 선거를 통해서 6년 임기를 보장받고 6년 더 연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2심과 3심 법원의 판사는 주지사가 임명하고 12년의 임기를 치른 후에는 12년의 연임을 더 할 수 있을지 선거를 통해서 정한다고 하네요. 복잡하죠? 근데 이게 주마다 다 다르다고 합니다. 이렇게 주마다 다른 복잡한 법률 시스템 때문에 미국에 그렇게 변호사가 많지 않을까요?
참고로 주 법원의 판사 연봉은, 가장 많이 주는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도 20만 불 살짝 넘는 수준입니다. 이 돈이 절대 적다고 할 수 없고 어느 정도로 품위를 유지하면서 생활을 할 정도의 봉급은 맞습니다. 하지만 로스쿨 갓 졸업하고 로펌에 들어간 신출내기도 연봉 19만 불 정도는 받는다고 하고요, 이렇게 판사까지 할 정도로 경력이 된 사람들은 사기업에서 일하면 연봉 100만 불도 받는다고 하니, 꼴랑 20만 불 받고 판사라는 직업을 지키고 있는 분들의 사명감이 대단할 것이라고 짐작을 할 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막판에 대법원 판사 지명에 대해서 논란이 많이 있었잖아요? 그 엄청난 정치적인 논쟁의 한가운데 있던 연방 대법원 판사의 연봉은 2021년 기준으로 정확하게 $280,500입니다. 공무원에 종신직이고 딱 정해진 월급을 받기 때문에 아주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2회에 걸쳐서 미국 연방 및 주의 정치 시스템을 간단하게 살펴봤는데요, 사실 저는 왜 주마다 그리고 심지어 회사마다 공휴일이 다른지 그 이유를 이해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주 법원 판사 연봉까지 알아보게 됐네요. 하여튼 이렇게 배경을 이해하고 나니까, 공휴일이나 노동법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제도와 법은 연방법보다는 주법에 의해서 정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미국에서 말하는 공휴일(Public Holidays)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직장을 다니고 따라서 주 5일 근무를 해야 월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의 규정에 따라서 유급휴가, 즉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는 날이 주어집니다. 오래 근무할수록 조금씩 더 주어지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유급 휴가 외에,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이 날도 정해져 있습니다. Paid Time Off라고 하는데, 직계 가족이 사망한 경우, 응급상황이나 아픈 경우, 배심원으로 뽑힌 경우 그리고 휴일(Holidays)이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휴일 규정이 회사마다 다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인정해주는 유급 휴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New Years Day (1월 1일)
MLK Day (1월 18일)
Good Friday (4월 2일)
Memorial Day (5월 31일)
Independence Day (7월 5일)
Labor Day (9월 6일)
Thanksgiving (11월 25, 26일)
연말 셧다운 (12월 24일 ~ 31일)
MLK (Martin Luther King Jr.) day는 작년까지 회사에서 인정하는 휴일이 아니었는데, 올해부터 사장님이 통 크게 휴일로 선언해서 직원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연말 셧다운은 이 회사의 전통이라고 하네요. 전에 다니던 회사랑 비교해보면, 전 회사는 President’s Day를 쉬고 대신 Good Friday를 쉬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말 셧다운이 없고 대신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Floating Holiday를 하루 줍니다.
이렇게 회사마다 휴일 규정이 다른데, 그럼 미국의 공휴일은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에서 공휴일이라고 하면
보통 연방 휴일 (Federal Holiday)를 말하는데, 엄밀하게는 연방 공무원들이 쉬는 날이라고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도 이것을 기준으로 휴일을 정하게 됩니다. 연방 휴일은 10일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New Years Day (1월 1일)
MLK Day (1월 세 번째 월요일)
President’s Day (2월 세 번째 월요일)
Memorial Day (5월 마지막 월요일)
Independence Day (7월 4일)
Labor Day (9월 첫 번째 월요일)
Columbus Day (10월 두 번째 월요일)
Veterans Day (11월 11일)
Thanksgiving Day (11월 4번째 목요일)
Christmas Day (12월 25일)
그리고 4년에 한 번씩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날인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1월 20일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으로 연방 휴일이었죠. 선거하는 날은 공휴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부재자 투표들을 많이 하나 봅니다. 연방 휴일은 미국의 모든 주에서도 공휴일이고, 거기에 더해서 주마다 별도의 휴일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캘리포니아주의 공휴일 리스트에는 연방의 공휴일에 비해서 Cesar Chavez Day (3월 31일)와 Day after Thanksgiving이 추가로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버클리시에는, 급진적인 도시의 색깔답게, Malcolm X Day (5월 21일)를 비롯해서 관공서가 문을 닫는 휴일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워낙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섞여있는 나라답게 각 종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들이 많습니다만 어떤 특정 날짜가 어느 기관이나 학교 또는 회사가 열지 닫을지는 너무나 자기들 정하기 나름이라서 잘 살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미국의 공휴일은 그때그때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