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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킴 Feb 01. 2021

미국이 합중국이 된 사연

미국 공휴일 이야기하려다가 갑자기 미국 독립사가 된...

미국에 온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 개념이 바로 이 연방 국가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나라는 5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자랑스러운 단일민족이면서 하나의 민주 공화국입니다. 잘 알고 계시는 대한민국의 헌법 1조 1항이 바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입니다. 그 바로 다음에 나오는 2항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고요. 저는 이 두 번째 조항을 보면 항상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 선언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항의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에서, 민주(民主)라는 말은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말이죠. 국가의 주권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갖지 않고 그 국가에 속한 모든 국민이 갖는 정치 형태를 말하고, 영어로는 Democracy라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Democratic Party가 민주당으로 번역이 되는 거고요.


공화(共和)라는 것은 한자대로 해석하면 여러 사람들이 서로 화합한다는 의미이죠. 정치적으로는 군주제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주권을 국민이 가지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면 그걸 공화주의라고 합니다. 공화국을 republic이라고 하고, Republican Party는 공화당으로 번역이 됩니다. 나무위키의 공화제(https://namu.wiki/w/%EA%B3%B5%ED%99%94%EC%A0%9C) 설명에 보면, 제가 좋아라 하는 Merriam-Webster 사전의 관련 항목이 나오는데요, 미국이 민주주의인가 공화주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자기들의 입장을 밝힌 것인데, 별 내용은 없지만 짧은 내용이니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republic#note-1) 귀찮은 분들을 위해서 한마디로 요약을 해 드리면, 둘 다라고 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다입니다.


저에게는 대한민국의 헌법처럼 웅장하고 가슴 벅찬 의미로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좀 사무적인 느낌마저 드는, 미국의 헌법에서 그 유명한 첫 구절인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로 시작하는 서문에 United States라는 말이 나옵니다. 길지 않으니 그 전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말 해석은 나무위키의 관련 항목(https://namu.wiki/w/%EB%AF%B8%EA%B5%AD%20%ED%97%8C%EB%B2%95)에서 퍼왔습니다: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in Order to form a more perfect Union, establish Justice, insure domestic Tranquility, provide for the common defence, promote the general Welfare, and secure the Blessings of Liberty to ourselves and our Posterity, do ordain and establish this Constitution for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우리 합중국 인민은 더 완벽한 연방을 형성하기 위하여, 정의를 수립하고, 국내의 평안을 보장하고, 공동방위를 제공하고, 일반적 복지를 증진하고, 우리들과 후손들의 자유에 대한 축복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합중국 헌법을 제정한다."


United States는 합중국(合衆國)이라고 번역이 되는데, 여러 나라가 합쳐졌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하나의 나라이므로 그 안에 또 다른 나라가 있을 수 없고, 그래서 State는 주(州)라고 지금은 일상적으로 부르지만, 미국이 건국이 될 당시에는 참여했던 각 주가 별도의 나라와 같이 독립된 존재라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고,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각 주의 독립된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매우 오랜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1775년부터 1783년까지 8년간 진행된 영국과 미대륙에 있던 13개 식민지 사이에 벌어진 독립 전쟁을 통해서 미국이 결국 독립된 나라로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되잖아요? 그런데 식민지 시절에, 각 13개의 식민지 지역이 서로 출신 국가들도 다양하고, 문화도 다르고 돈을 버는 산업 분야도 다르고 해서 그렇게 똘똘 뭉쳐서 시작을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대륙 회의라는 것을 열어서 식민지 대표들을 모았지만 참여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고, 굳이 독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었다네요. 전쟁을 하는 초기에도 각자 자기 식민지를 지키는 민병대 수준이었다고 하죠. 


하지만 공통의 적인 영국을 상대하기 위해서 1777년 대륙회의에서 결정한 연합 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을 만든 거죠. 여기서 사용된 연합(Confederation)이라는 말에도 하나의 나라라기보다는 마치 여러 개의 다른 나라가, 공통의 목적을 위해서 모였다는 의미가 강하죠. 그러다가 천신만고 끝에 전쟁에서 승리를 하고, 파리 조약으로 미국의 독립이 인정을 받은 것이 1783년인데 실제로 미국의 헌법이 규정된 것은 1787년 필라델피아 대표 회의에서였고 1788년에 비준되어 1789년부터 효력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연합을 하나로 묶어줬던 공통의 적이 사라지고 나니, 남은 건 독립전쟁을 도와줬던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강대국에 갚아야 할 엄청난 빚이고, 13개의 식민지는 각자 자기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관심이 있으니 분열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죠. 그렇게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율하고 하나로 묶어서 우여곡절 끝에 합중국의 헌법을 제정하게 되고, 여기에 관여했던 사람들을 "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부릅니다. 그 당시 13개 주의 대표 정치인들과 관련 인물들을 합쳐서 총 147명이라고 하네요. 


자, 이제 이런 미국이 나라로서 기능을 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왜 미국이 우리나라의 지방 자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주정부의 권한이 강한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죠. 원래 이렇게 느슨한 연방으로 묶여있다가 필요에 의해서 하나의 나라가 된 것이므로, 연방 정부에 어느 정도의 힘을 실어주기는 하지만, 반면에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전쟁까지 치러가면서 얻은 자유를, 또 다른 중앙 권력에게 헌납하기는 싫으니,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인데, 어디까지가 균형이고 어느 방식이 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항상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아까 살펴본 미국 헌법의 서문에 이어지는 본문의 제1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Section 1. All legislative Powers herein granted shall be vested in a Congress of the United States, which shall consist of a Senate and House of Representatives."


"이 헌법에 의하여 부여되는 모든 입법 권한은 미합중국 연방 의회에 속하며, 연방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우리나라의 헌법 1조 2항의 가슴 벅찬 선언에 비해서 굉장히 사무적이죠? 근데 헌법을 만들던 건국의 아버지들에게는, 당시 13개 (국가와 같은) 주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인 체제가 매우 중요했고, 그래서 코네티컷 타협(connecticut Compromise) 혹은 대타협(the Great Compromise)라고 불리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그 핵심이 바로 이 양원제의 채택입니다. 모든 주에서 공평하게 2명씩 보내는 상원과, 인구에 비례해서 대표를 보내는 하원으로 의회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방 의회에서 모든 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연방법을 만들게 하자는 거죠.


상원은 주 정부와 주 의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군대의 파병, 관료 임명에 대한 동의, 외국 조약에 대한 승인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일을 처리하고, 하원은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세금과 관련된 법안 등을 처리합니다. 각 주에 2명씩이므로 총 100명인 상원의원에 비해서 훨씬 많은 435명의 하원의원이 있지만, 반면에 6년의 임기를 갖는 상원의원에 비해서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뭐 급변하는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면 임기가 짧은 것도 괜찮겠습니다만, 반면에 2년에 한 번씩 바뀌니까 선거 비용도 있고,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되면 새로 배워야 할 것도 많아서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네요. 근데 현실적으로 보면, 잘하는 사람들은 계속 연임을 하게 되니 2년에 한 번씩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는 괜찮은 제도라는 생각도 들고요. 


연방 상하원 의원들에게는 연임 제한이 없습니다. 잘하면 평생 할 수도 있죠. 2020년 선거의 결과로 상원 다수당이 바뀌었지만, 그전까지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의 원내대표를 14년째 하고 있는 미치 매코넬 의원은 1984년에 켄터키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에 지금까지 쭉 7선을 하고 계시죠. 미국의 대통령 유고시, 상원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부통령에 이어서, 당당히 권력 승계 서열 3위인 하원 의장을 맡고 있는 낸시 펠로시 의원은,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 그중에서도 매우 진보적인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지역구로 두고 1987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로 하원에서만 18선을 했습니다. 미국 상하원에서 힘 좀 쓸려면 한 30년 정도는 연임을 해야 하나 봅니다.


원래 왜 미국이 주마다 공휴일이 다른지에 대해서 좀 조사해서 정리를 하려고 시작한 글인데, 그 뿌리를 캐려고 들어갔다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작도 못하고 글이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고, 제가 미국에 와서 헷갈려하는 주마다 다른 법과 제도들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계속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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