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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캔자스 (Kansas: KS)

(미국의 주: 14)

by 타이킴

캔자스는 미 대륙의 중앙을 가르는 세로 띠를 이루는 프런티어 스트립에서도, 오클라호마주의 바로 위에 있으면서 세로줄의 한가운데 위치한 주입니다. 미 대륙의 좌우에서도 중간이고, 상하에서도 중간을 이루는 주이고,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포함하지 않고 미국 본토의 48개 주만 놓고 봤을 때 지리적으로 중심을 이루는 곳이 바로 이 캔자스주의 북서쪽에 있는 레바논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친구랑 다섯 시간 정도 운전해서 해남 땅끝마을의 한반도 최남단 기념비에 가서 사진 찍었던 생각이 나서, 혹시 샌디에이고에서 운전해서 가면 얼마나 걸릴까 하고 구글맵에서 찾아봤더니 20시간이 넘게 나오네요. 라스베이거스를 거쳐서 I-70번을 타고 가는 경로가 21시간 정도 나오고요, 제가 얼마 전에 애리조나 투산 갈 때 탔던 I-8 고속도로로 출발해서 가면 22시간 나오네요. 여기서 시카고까지 10시간이고,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다시 12시간 정도 나오니까 미대륙 본토의 한가운데라는 것이 대략 맞아떨어집니다.


미국에는 레바논(Lebanon)이라는 이름을 갖는 동네가 많은데, 백향목 (혹은 개잎갈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진 거라고 하죠. 구약 성경에도 많이 등장하는 나무로, 레바논을 비롯한 지중해 동부의 산림 지역에서 자라는 수종입니다. 매우 천천히 자라기에 재질이 촘촘하고, 삼나무 특유의 향기와 약간의 방부, 방충 기능도 있어서 오래전부터 귀한 건축 자재로 인정을 받았다고 하죠. 레바논의 국기 한가운데 그려져 있는 나무가 바로, 영어로 레바논 시더(Lebanon Cedar)라고 불리는 이 나무입니다.


유럽인들이 오기 전까지 캔자스주에는 위치타 족과 카우족이 원주민으로 살고 있었답니다. 카우족은 또한 칸자(Kanza or Kansa)라고도 불렸는데, "남쪽 바람의 사람들" 혹은 "물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미주리 강의 지류인 캔자스 강 연안에 살던 부족이면서, 캔자스주의 이름이 지어진 연원이기도 하지요.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온 미국 사람들은 1827년부터 이주를 해오기 시작했고, 1854년에 캔자스-네브래스카 법령에 따라서 공식적으로 준주로 지정이 되면서, 이주가 허락되었죠. 캔자스주는 그때부터 북부의 자유주의자들과 남부의 노예주의자들의 각축장이 되었고, 혼란과 폭력이 얼룩져서, 1854년에서 1859년 사이를 Bleeding Kansas, Bloody Kansas 등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미국의 노예제도는 남북전쟁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고 미 합중국이 탄생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생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데, 노예제는 이 사상에 매우 반하는 제도인 거죠. 그래서 공업 위주의 북부에서는 노예제가 점차로 폐지되고 있었고, 남부에서도 담배나 목화 등의 상품 작물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노예제 폐지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습니다.


목화를 보시면 보송보송한 솜이 씨앗을 감싸고 있어서 이 씨앗을 솜에서 빼내야 하는데 그걸 전부 사람이 수작업으로 빼 주어야 하므로,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고, 그래서 남부주들도 노예제도 폐지에 별로 반대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1793년에 이 목화 씨앗 분리를 해주는 기계인 조면기가 발명되면서 남부의 목화 농장의 수익률이 급등했고, 따라서 목화 재배를 위해서 노예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된 거죠. 이 시기에 노예의 숫자가 65만 명에서 400만 명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남부주에서는 입장을 바꾸어 노예제도 철폐를 적극 반대하게 된 겁니다.


1820년에 통과된 미주리 협정에 따라서 북위 36도 30분 이북에서는 노예제도를 금지하고 이남에서는 노예제도를 인정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협상을 하면서 자유주와 노예주의 숫자가 12대 12로 균형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주들이 자유 주로 가입하면서 저울이 기울기 시작했고, 1854년의 캔자스-네브래스카 법령으로 미주리 협정에 따르지 않고 주민들의 투표로 연방 가입할 때 자유주인지 노예주인지를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캔자스에서 노예제 반대와 찬성을 위한 이주민이 유입되고 그들 사이에 서로 학살을 벌이면서 몇 년간 극도의 혼란을 겪은 슬픈 역사가 있는 주가 된 거죠.


캔자스주의 모토가 참으로 멋집니다. 1858년에 캔자스 지역으로 이주해온 법률가인 존 인걸스 (John Ingalls)가 제안해서 1861년에 승인을 받았다는 캔자스주의 문장을 보면 "Ad Astra per Aspera"라는 라틴어 모토가 들어있는데, 영어로 "To the stars through difficulties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라는 진취적이면서도 시적인 표현입니다. 법률가이자 연방 상원의원이면서 작가이고 은행가이자 부동산에도 성공을 한 사업가였다는 이 분은 캔자스주에 대한 사랑이 아주 극진했다고 하지요.


캔자스의 주도는 인구 13만 정도의 토피카(Topeka)로, 이는 원주민 말로 "우리가 감자를 캐는 곳"이라는 아주 전원적인 어원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162 제곱킬로미터 정도의 크기이니 경기도 성남시보다 약간 큰 정도입니다. 실제로 가장 큰 도시는, 도시 인구 40만, 주변 인구 포함해서 65만 명 정도가 되는 위치타(Wichita)라고 하네요. 크기도 430 제곱킬로미터 정도로 훨씬 크고요.


캔자스 땅의 90% 정도가 농업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주 경제의 대부분이 농업과 목축업이고, 밀농사를 많이 짓는다고 합니다. 중부 대평원 지역에 있어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데, 오즈의 마법사의 배경이 되는 곳이 캔자스주인 이유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대 평원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토네이도를 볼 수 있다는데,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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