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큼이나 멋...
면접(面接)은 한자 뜻으로 보면 얼굴을 접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서류 전형이나 시험을 마친후에 그 사람의 인품이나 언행을 평가하기 위해서 치르는 심사 과정을 일컫는 말입니다. 면접은 영어로 Interview라고 번역이 되는데 이것도 말을 분해해보면, 서로(inter) 본다(view)는 뜻이니 얼굴을 마주 보고 태도를 살펴본다는 의미가 잘 통합니다.
회사에 새로운 사랍을 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내부 직원 혹은 믿을만한 지인의 추천으로, 검증된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어떤 능력과 자질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이미 그런 조건이 잘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추천해서, 면접 과정을 거쳐서 뽑는 것이 좋은 사람을 뽑을 확률이 높겠지요.
물론 이런 경우도 잘못될 수 있습니다. 직원이 보는 어떤 사람의 자질과 회사가 원하는 사람의 자질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추천해준 사람이, 그 회사가 뽑는 포지션의 업무나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맞지 않는 사람을 추천해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필요조건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을 추천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못된 의도가 아니라, 일단 사람이 좋으면 일은 나중에 가르쳐도 된다거나 하는 식이죠. 이해가 가는 면도 있지만, 신입이라면 모를까,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바로 역량을 발휘하기를 원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인 추천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이를 전문가들에게 의뢰하는 것이 헤드헌터의 비즈니스 모델이죠.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을 뽑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고,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확률도 그리 높지 않으므로, 연봉의 20퍼센트 정도나 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라도, 전문가들을 통해서 검증된 사람을 뽑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드는 여러 가지 간접 비용과, 잘못 뽑았을 경우의 추가 비용을 고려해보면 헤드헌터의 수수료가 높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사람을 효과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면 그 정도의 값어치가 있습니다.
제가 미국 온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잘 몰라서 그러는지, 여기는 한국에 비해서 헤드헌터의 활동이 그리 활발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면 제가 노는 물과는 다른, 저 높은 곳에서만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도 지인 추천은 많이 활용합니다.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 뽑힐 경우 보너스도 두둑하게 줍니다. 아니면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채용이 되는 경우도 몇 번 봤습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괜찮으면 채용을 하는 경우죠. 링크드인도 활용을 하긴 할 텐데, 여기에 공고를 올려도 결국 회사 홈페이지로 들어와서 이력서 다시 올리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할 경우, 그냥 링크드인을 광고 플랫폼으로만 활용하는 것이라서, 이럴 경우에 링크드인을 통해서 뽑는다고 하긴 어렵죠. 순수하게 링크드인의 프로필이나 인맥 등을 통해서 사람을 뽑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제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나서 자라고 교육받은 사람이 미국에 와서 일을 하게 되는 가장 쉬운 경우는 직장 내부에서의 전근(Transfer)이겠죠. 한국 회사에서 일하다가 미국 지사로 넘어와서 주재원으로 일을 하는 경우입니다. 아니면 저의 경우처럼, 미국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일을 하다가 미국 본사로 들어와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죠. 같은 회사에서 근무지를 변경하는 경우라 저 같은 경우에는 서류 전형이나 면접이 없었는데, 다른 회사에는 그런 절차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취업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학문에 뜻이 있어서 석·박사 학위를 따던가, 큰돈을 들여서 MBA를 하던가, 아니면 저렴한 커뮤니티 컬리지를 등록하던가, 하여튼 학생으로 미국을 오는 것은 그것을 감당할만한 의지와 비용,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에 취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가장 힘든 것이 신분 문제입니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회사에서 스폰을 받아도 추첨제라 어려움이 있고, 특히 최근에 이민국의 발표를 보면, 기존의 추첨 방식에서 연봉 우선 방식으로 2021년 말부터 바꾸겠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즉, 반드시 외국의 전문가가 필요한 고연봉 포지션에 대해서 비자를 우선 발급해줌으로써, 무분별하게 저렴한 해외인력이 미국에 와서 미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미국 회사들이 이런 수고와 절차를 감수하면서까지 외국 사람을 뽑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취업이 가능할 텐데, 그런 부분이 어렵다는 겁니다. 그 외에도 전문직이나 각종 교환 프로그램 혹은 투자 이민을 포함해서 미국에서 경제 활동이 가능한 신분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잘 모르는 분야네요. 뭐 어떻게 해서든 신분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 문제는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뽑힐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넘어야 하는 큰 산이 인터뷰 과정입니다.
미국 회사의 어떤 포지션에 지원을 했고, 본인의 경력이 잘 맞아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고 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출장비를 주면서 얼굴을 보고 하는 경우도 많았겠지만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화상 회의를 통해서 면접을 보는 경우가 더 많겠죠. 컴퓨터로 화상 회의에 접속을 해서 면접관과 일대일로 온라인을 통해서, 대략 30분 정도 이야기를 한다고 하겠습니다. 처음에 간단한 인사 및 본인 소개를 마친후에, 본격적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겠죠. 이 포지션에 지원하는 동기부터, 관련 있는 업무 경험, 가상의 상황에 대한 대처, 혹은 기본적인 업무 태도 등을 물어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접관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볼까요? 질문에 대한 후보자의 대답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질문의 요점을 잘 이해하고, 본인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는 것은 기본이겠죠. 그런데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저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답변을 하는 사람의 말을 하는 목소리의 톤, 속도, 자신감 (혹은 머뭇거림), 얼굴 표정과 몸의 제스처 등을 종합적으로 볼 것입니다.
UCLA 심리학 교수의 이름을 딴 메라비언의 법칙 (The law of Mehrabian)에 따르면 어떤 사람에 대한 인상 (perception)을 결정하는 요소를 3가지로 본답니다. 말과 목소리의 톤 그리고 몸짓(body language)인데, 55%가 바디 랭귀지, 38%가 목소리의 톤, 그리고 겨우 7%만이 말의 내용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상이 정해진다는 겁니다. 비 언어적인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많이 인용하는 연구입니다.
물론 잡 인터뷰 (Job Interview)는 답변의 내용이 7 퍼센트보다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국 어떤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하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는 대화니까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관련 지식이나 전문성도 중요하게 보겠죠.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본인이 그 포지션의 단독 후보가 아닐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도 인터뷰 과정까지 왔을 정도면 어느 정도 전문성에 대한 부분은 다 나름의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죠.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저는 한국에서 일할 때 사람을 꽤 잘 뽑는 매니저였다고 자평합니다. 디너 면접이라는 방식도 한몫을 했습니다만, 사람을 뽑을 때 역량보다도 인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면접을 볼 때, 이런 일 해 봤어요? 저런 일 해 봤어요?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 충분히 납득 가능한 답변을 합니다. 그러니 그것 만으로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고, 그래서 답변을 하는 태도, 목소리, 표정 등을 유심히 보고, 한 시간의 면접으로는 도저히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돼서, 후보자의 동의하에 저녁 식사에 반주를 한잔 곁들여서 두 시간 정도 더 시간을 같이 보내고 결정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느낌이 좋은 사람들을 뽑았고, 거의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미국 회사의 인터뷰 과정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이 된다면, 인터뷰가 잡혔을 때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가이드로 삼을 만합니다.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완벽하게 예상을 할 수는 없지만, 대략 정해진 질문의 패턴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인터뷰 모범 질문들이 많이 있고, 그에 대한 모범 답변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스스로 예상 질문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에 대해서 답변을 미리 만들어서 연습을 해 봅니다. 여기까지는 아마 다들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답변을 준비할 때 너무 내용에만 초점을 맞춰서 준비하기보다는, 그 답변을 얼마나 자신감 있게, 열정적인 태도로, 설득력 있게 할 수 있느냐도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학 경험이 없이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쳤다면 영어로 본인이 원하는 의사소통을 원어민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으로의 취업을 생각할 정도라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영어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미국 취업 인터뷰의 통과라는 어느 정도 한정된 목표가 있다면 이에 최적화된 답변 패턴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다양한 예상 질문들에 대해서, 더듬거나 혹은 불필요한 말 (filler words: ums, uhs, you know, etc) 끼워 넣지 않고, 또 당황하거나 흥분해서 말을 너무 빨리하면서 발음이 뭉개지거나 하는 일 없이,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얼굴에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띠고, 때로 본인의 열정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를 곁들여가면서 자신 있게 답변을 할 수 있다면, 한번 해 볼만한 도전이 아닐까요?
저는 그런 기술 인터뷰를 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혹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처럼 전문직이라서 영어보다는 순수한 전문성 테스트만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곳이라면 이런 준비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미국 회사에 취업을 하고는 싶은데, 미국 주재원 파견이나 혹은 한국 지사에서 미국 본사 트랜스퍼 같은 기회도 없고, 기술만으로 취업이 결정되는 전문직이라기보다는 매니지먼트나 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이, 순수하게 맨땅에서 그냥 다른 미국 구직자들과 경쟁을 통해서 취업 절차를 밟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네요.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라서, 다른 사람보다도 제 스스로에게 하는 당부처럼 쓴 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