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17)
텍사스 주에서 시작해서 오클라호마, 캔자스, 네브래스카 그리고 사우스 다코타 주를 거쳐서 드디어 프런티어 스트립의 가장 북쪽에서 캐나다 국경과 마주한 노스 다코타 주까지 올라왔네요. 지난번 캔자스 편(https://brunch.co.kr/@tystory/81)에서, 미국 본토의 지리적 중심이 캔자스주의 레바논이라는 곳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North America)를 놓고 보면, 북미 대륙의 지리적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노스 다코타 주의 럭비(Rugby)라는 인구 3천 명 정도의 조그만 도시에 있다고 합니다. 노스 다코타 주의 중간에서 살짝 위쪽에 위치한 도시네요.
캐나다는 10개의 주(Provinces)와 3개의 준주(Territories)가 있는데 그중에 알래스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콘 준주를 제외하면 7개의 주가 미 본토와 경계를 맞대고 있습니다. 그중에 노스 다코타는 새스캐취원(Saskatchewan) 및 매니토바(Manitoba) 주에 500킬로미터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노스 다코타는 18만 3천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으로 대한민국의 두배가 살짝 안 되는 크기에 78만 명이 살고 있다니 사우스 다코타와 도긴개긴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매우 드문드문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의 주들 가운데 가장 추운 곳이라고 합니다. 연평균 기온이 화씨 40도(섭씨 4~5도)인데, 평균 기온을 보면, 주 최대 도시인 파고의 7월 평균기온은 28/15도이지만 1월 평균기온을 보면 최고기온이 영하 7도, 최저기온은 영하 17도입니다. 주도인 비스마르크도 대략 그 정도 수준이니 겨울에는 정말 못 견디게 추운 곳이라고 하겠네요. 집사람이나 저처럼 추운 거 잘 못 참는 사람들에게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추운 당신입니다.
다른 미국의 많은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수천 년 전부터 미국 원주민들이 살던 곳입니다. 저도 들어본 적이 있는 수(Sioux)족을 비롯해서 다양한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는데, 이 추운 곳에서 어떻게들 잘 버티면서 살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유럽에서 탐험가들과 상인들이 18세기 초반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주로 돈이 되는 모피를 거래하기 위해서 왔다고 하죠.
그러다가 모피 산업 위주의 경제가 밀 농사를 기반으로 한 농업 경제로 전환되었고, 20세기 중반부터 풍부한 천연자원의 개발로 주의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게 됩니다. 덕분에, 미국에서 실업률이 매우 낮은 주들 가운데 하나라고 하네요. 농업이 여전히 노스 다코타 경제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 전체의 땅에서 90% 정도가 농장이라고 하지요. 좀 오래전 데이터이긴 하지만, 2011년 기준으로 미국 국내에서 가장 많은 콩과, 카놀라, 꿀, 해바라기 기름, 그리고 마카로니나 스파게티 등의 재료로 쓰이는 듀럼(durum) 밀과, 봄에 파종을 해서 늦여름에 수확을 하는 봄 밀 (Sprint Wheat)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그다음으로 주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천연자원은 석탄과 석유인데, 그중에서 노스 다코타 서부지역에서 나는 갈탄은 한때 주내 전기 생산의 90%까지 맡았었다고 합니다. 석유는 1951년에 발견이 되었고 80년대 중반 무렵 일 년에 5천3백만 배럴씩 생산을 하게 되었고, 2020년 자료를 보니 4억 3천5백만 배럴을 생산해서, 압도적인 원유 생산 1위인 텍사스 주에 이에서 미국 내에서 2위를 지키면서 주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텍사스에서 임신 6주 이후의 낙태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말들이 많은데요, 텍사스 못지않게 보수적인 주답게, 노스 다코타에서는 이미 2013년에, 여성이 첫 월경을 거른 뒤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통과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내의 유일한 낙태 시술소가 이에 반발해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에서 이겨서 보상을 받고 법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을 보면서, 역시 공화당에 의해서 강력한 낙태 금지법이 다시 시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과 노르웨이계 이민자들이 많은 곳이라고 하죠. 비옥한 땅에 이끌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대량의 유럽계 농부들이 이주를 해 봤답니다. 이런 역사 때문인지 인구의 90%가 백인이라고 하죠. 인구의 77%가 기독교인데, 51%가 개신교, 26%가 가톨릭이라고 합니다. 개신교 종파 가운데 루터교회가 가장 큰 신도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민자들의 구성을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그 유명한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반박문을 발표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비롯해서 개신교가 기존의 가톨릭에서 분리되는데요, 루터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초기의 개신교 교단을 루터교회라고 했으니, 개신교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성공회와 더불어 천주교와 전례, 교리, 교회의 구조가 비슷하다고 하네요.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그리고 독일 북부와 동부 전역에서 국교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인구의 절대다수가 루터교회 교인들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당연히 북유럽 이민들이 많은 노스 다코타에도 루터 교회가 가장 강력한 교단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겠죠.
검색을 해보니 한인 교회가 있다고는 나오는데 막상 홈페이지나 구글 맵에도 잘 안 보이는 것으로 봐서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우스 다코타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한인 인구가 거의 없지 않을까 짐작만 해 볼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