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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미네소타 (Minnesota: MN)

(미국의 주: 18)

by 타이킴

텍사스에서 노스다코타까지 프런티어 스트립을 따라서 올라왔으니 이제 오른쪽으로 한 칸 이동하면 미네소타주가 나옵니다. 주의 이름은 다코타 원주민의 말로, 미네소타 강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인데 뿌연 물(혹은 푸른 물)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주의 별명이 10,000개의 호수가 있는 땅이라고 할 정도로 호수가 많은데 실제로는 14,000개 정도의 독립적인 민물 덩어리가 있다고 하니 정말로 물이 많은 동네라고 하겠습니다.


17세기에 프랑스의 탐험가들과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프랑스령 루이지애나의 일부였다가 1803년에 미국에서 구입한 땅의 일부입니다. 1858년에 미연방에 가입한 32번째 주이면서 주의 공식적인 모토가 프랑스어로 되어있는 유일한 주라고 합니다. 주의 모토는 “ L'Étoile du Nord”로 북쪽의 별이라는 뜻이랍니다.


미국 지도를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미대륙 본토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미국의 영토라고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은 총연장이 8,891 킬로미터로 전 세계의 국경 가운데 가장 길지요.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당시 영국령이었던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정할 때, 미네소타에 있는 우즈 호수 (Lake of the Woods)의 북서쪽 끝 지점부터 서쪽으로는 북위 49도를 국경으로 삼기로 했는데, 그때 지도(혹은 측량?)의 착오로 우즈 호수의 북서쪽에 있는 땅이 미국의 영토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땅은 북위 49도 16분에 있는 대략 삼백 제곱킬로미터 정도의 땅인데, 지도를 보면 북위 49도 선이 우즈 호수 중간을 가로지르지만, 호수 건너편 북쪽에 있는 이 조그만 땅만 미국 영토로 되어있어서, 미국 본토에서 북위 49도 이북에 있는 유일한 마을이라고 하네요. 2010년 인구조사에서 119명이 이 조그만 땅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2020년 조사에서는 54명이 살고 있다고 나왔답니다. 좀 알박기같은 느낌도 있고 그러네요... ^^


북위 49도가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지만 재미난 사실은,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들이 49도 아래에 위치한다는 점입니다. 온타리오의 주도이자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에는 2백7십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북위 43도 44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몬트리올은 1백7십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고 북위 45도 30분에 있습니다. 같은 퀘벡주의 주도인 퀘벡 시도 53만 명의 인구에 북위 46도 48분에 놓여있고요.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에는 93만 명 정도의 인구가 있고 북위 45도 25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들의 특징은 북위 49도 경계선이 시작하는 미네소타보다 동쪽에 있다는 건데요, 아무래도 미국이 독립하고 아직 북미대륙의 지도가 완성되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처음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던 동부 지역이라서 영국과 국경을 정하는데 좀 더 정밀하게 제대로 할 수 있었던 반면에, 당시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중서부 지방은, 그냥 지도에서 북위 49도를 기준으로 정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쪽이 정말 추워서 사람들이 어떻게든 좀 더 남쪽으로 내려와서 도시를 이루고 살고 있다는 좀 짠한 사실도 알겠습니다.


캐나다도 그렇지만 미네소타도 춥기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대륙성 기후로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1996년 2월에 기록된 영하 51도가 가장 낮은 온도였고 1936년 7월에 기록된 46도가 가장 높은 온도였습니다. 트윈 시티라고 불리는 미네아폴리스와 세인트폴은 1월 평균기온이 낮에 영하 4도에서 밤에 영하 14도라고 합니다. 7월 평균기온은 낮에 28도, 밤에는 18도 정도이고요.


미네소타에는 여름, 가을, 봄, 겨울 그리고 공사 이렇게 다섯 가지 계절이 있다는 농담이 있는데요, 매년 예산 심의가 끝나고 나면 망가진 도로와 교량 등을 고치고 개선하는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2021년에는 4월부터 10월까지 261개의 프로젝트가 진전을 보았거나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디트로이트에 사무실이 있어서 가끔 출장을 가보면 항상 그렇게 도로 공사를 많이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추운 지방에 있는 도시들은, 겨울에 낮은 기온과 눈 그리고 얼음 등으로 도로가 많이 망가지게 되고, 그걸 봄부터 가을까지 보수를 하는 거죠. 제설 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은 도로에도 피해를 주지만 그 위를 달리는 차에도 부식을 일으켜서요, 자동차를 아끼는 사람들은, 눈이 오고 제설 작업이 이루어진 도로를 주행한 후에는 하부 세차를 해야 차의 부식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처럼 차를 이동 수단으로 대충 타는 사람은, 그런 동네에 살 경우 절대 좋은 차를 사지 않겠죠.


미네소타에 근거를 둔 프로야구단의 이름은 미네소타 트윈스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 있습니다. 박병호 선수가 2016년에 잠깐 뛰었던 구단인데, 박병호는 LG 트윈스에서 1차 지명을 받아서 2005년에서 2011년까지 선수생활을 하기도 했었죠. LG 트윈스의 팀 이름은 여의도에 있는 LG 쌍둥이 빌딩에서 따 온 것입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이름은 미네소타주의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 지역인 미네아폴리스-세인트 폴의 별명인 트윈 시티에서 온 것입니다. 미네소타는 인구 5백7십만 명으로 미국에서 스물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인데, 이 트윈 시티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3백7십만 명이 넘는다고 하네요. 주의 수도는 세인트 폴로, 대략 3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재미난 것은 이 도시가 속한 램지 카운티(Ramsey County)에 55만 명의 인구가 170 제곱 마일 (400 제곱 킬로미터)에 살고 있어서 제곱 마일당 인구밀도 3,634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복닥거리는 카운티로 뽑혔다고 합니다. 제곱 킬로미터당 인구밀도로 환산하면 1,400명이 되는데, 참고로 대한민국 서울의 제곱 킬로미터당 인구밀도는 거의 2만 5천 명이니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1,400명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경남 창원시가 750 제곱 킬로미터 정도에 백만 명 정도가 살고 있어서, 기초 단체별 인구밀도 순위에서 87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트윈 시티의 형 격인 미네아폴리스에는 43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시카고와 시애틀 사이를 잇는 비즈니스 센터 역할을 하면서, 13개의 호수와 습지, 미시시피 강과 폭포 등 다양하고 풍부한 수자원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미네소타의 이름과 같이, 미네아폴리스의 이름 앞부분은 다코타 원주민 말로 물을 뜻하는 mni에서 온 말이고, 뒤의 polis는 도시를 의미하는 그리스 말을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물의 도시답게, 미시시피 강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세인트 안쏘니 폭포(Saint Anthony Falls)의 수력을 이용해서 목재를 가공하는 제재소가 많이 생기면서 발달한 도시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기술을 이용한 밀 제분업이 발달해서 한창때인 1900년에는 미 전역의 14%의 곡물이 미네아폴리스의 제분소를 거쳐갔다고 합니다.


미네소타는 스칸디나비아 계통의 인구가 많아서 특유의 내성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속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을 미네소타 나이스(Minnesota Nice)라고 한답니다. 그것과는 약간 느낌은 다르지만 미네소타 패러독스(Minnesota Paradox)라는 것도 있습니다. 미네소타는 굉장히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주입니다. 반면에 미국에서 가장 심한 흑백 인종 간의 불평등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소말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곳이자, 캘리포니아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은 몽족이 트윈 시티 지역에 모여 살고 있을 정도로 난민을 잘 받아준 곳입니다. 몽족은 베트남 전쟁때 미군을 도와서 같이 싸워준 중국 남부,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에 살고있는 소수민족인데,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한후 베트남 통일 정권에 의해서 대대적인 소탕을 당하게 됩니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공산 정권의 승리로 끝나면서 반공 주의의 남베트남 사람들과 더불어 미국에 협조했던 사람들의 베트남 탈출 러시가 보트 피플의 원조입니다. 이런 몽족을 품어준 곳이지만, 반면에 2020년 5월에 백인 경찰에 의해서 잔인하게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로 인해서 전국적인 인종 차별 반대 시위의 도화선이 된 곳이 바로 미네아폴리스이기도 합니다.


미네소타에는 2010년 인구조사에서 인종 기준으로 대략 2만 명 정도의 한인 인구가 있다고 하는데, 이중 한국어 사용자는 5천 명 정도라는 이상한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로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들의 숫자는 (2011년 기준) 대략 20만 명이고, 그 가운데 미국으로 입양된 숫자가 12만 명 정도입니다. 한국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미국의 인도주의적인 동기에 의한 입양 장려, 그리고 박정희가 쿠데타를 통해서 집권한 후 처음으로 통과시킨 법인 고아 입양법에 의해서 한국 아이들의 해외 입양이 촉진되고 장려되었습니다. 미네소타는 겨울이 아주 매섭다고 하죠. 그래서 그런지, 주 인구 비율 대비 한국전에 가장 많은 참전용사를 보낸 곳입니다.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전투력이라고 여겨졌나 봅니다. 그리고 참전 용사들은 한국전 고아들의 입양에 매우 적극적이었고, 그 결과로 미네소타에 그렇게 많은 한인 입양아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살게 된 것이고요.


전 세계에서 난민과 고아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또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흑인 인종 차별의 뿌리가 깊은 곳... 미네소타의 날씨만큼이나 추우면서도 따듯한 곳처럼 느껴지는 주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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