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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의 주

미주리 (Missouri: MO)

(미국의 주: 20)

by 타이킴


아이오와주에서 한 칸 더 아래로 내려오면 미주리 주가 나옵니다. 다른 많은 주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원주민 말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미주리 주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르며 지나가는 미주리 강에서 주의 이름을 따왔고, 그 강의 이름은 미주리 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발음은 두 번째 음절에 있어서 “미저리” 정도로 들리는데 좀 특이하게 “머저라”라고 발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면적은 18만 제곱킬로미터로 남북한 합친 것보다 살짝 작은 정도인데 미국에서 땅 크기 기준으로 21번째 주이고, 인구는 6백만 명으로 19등입니다. 주의 약자가 MO인데 그것은 미주리 주의 이름인 “Missouri”에서 약자를 만들려고 했더니 “MI”는 미시간(Michigan)에서 쓰기로 했고, 그다음의 “MS”는 미시시피(Mississippi)에서 쓰기로 해서 그다음의 글자인 MO를 주 이름의 약자로 썼다고 하네요.


미주리 강은 총연장 3천8백 킬로미터 정도로 북미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몬태나 주 남서쪽 록키 산맥에서 발원해서 동쪽으로 흐르다가, 노스 다코타에서 우회전을 해서 사우스 다코타를 위에서 아래로 가로 지른 후에 네브래스카 주와의 경계를 이루게 되고, 계속 남동쪽으로 흐르면서 아이오와 주와 네브래스카 주의 경계를 만들면서 흐르다가, 다시 미주리 주의 경계를 잠깐 만들고, 다시 캔자스 주와의 경계를 살짝 만들고는, 캔자스시티 동쪽으로 해서 미주리 주를 가로질러서 결국은 세인트 루이스를 통해서 미시시피 강과 합류를 하는 대 장정을 마칩니다.


캔자스 강이 미주리 강과 합쳐지는 부분에는 두 개의 캔자스 시티(Kansas City)가 있습니다. 미주리 주의 캔자스 시티는 약자로 KC (혹은 KCMO)라고 하고, 캔자스 주와의 경계에 있는 인구 50만의 미주리 주에서 가장 큰 대도시로 1853년에 정식으로 도시로 설립이 되었습니다. 캔자스 주의 캔자스 시티는 약자로 KCK라고 하는 인구 16만 명 정도의 도시로, 1886년에 주변의 몇 개 동네를 합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두 개의 캔자스 시티가 모두 포함되어있는 캔자스 시티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넓이 2만 2천 제곱킬로미터에 2백4십만 명의 인구를 자랑합니다. 참고로 경상북도가 1만 9천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인구가 2백6십만 명 정로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캔자스 시티 바비큐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토마토 재료의 소스에 다양한 나무를 이용해서 오랜 시간 훈제를 한 돼지고기, 소고기, 닭이나 칠면조 혹은 양고기나 소시지를 말합니다. 샌디에이고에도 전문점이 한 군데 있다고 하는데 아직 못 가봤네요. 나중에 손님이라도 오면 한번 가 봐야겠습니다.


미주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는 인구 30만의 세인트 루이스(St. Louis)입니다. 미주리 강이 서쪽에서 캔자스 주와의 경계로 미주리주에 들어오는 곳에 캔자스 시티가 있듯이, 미주리 강이 동쪽으로 주를 빠져나가는 곳에 있는 도시가 세인트 루이스이고, 오른쪽의 일리노이 주와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 메트로 폴리탄 지역에는 2백8십만 명의 인구가 모여있습니다. 세인트 루이스는 20세기 초반에 잘 나가던 도시였습니다. 1904년에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지역을 구입한 100주년을 기념하는 엑스포와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죠. 1900년에 이미 인구 58만 명으로 당시 인구가 3백만이 넘었던 뉴욕, 1백7십만의 시카고, 그리고 1백3십만의 필라델피아에 이어서 당당히 미국 전체에서 인구 순위로 넘버 4를 차지했던 대도시였습니다. 그 뒤로 서부 개척이 되고 자동차와 철강 산업이 발달하면서 디트로이트나 LA, 클리블랜드에 밀리기는 했지만, 계속 인구 규모로 미국에서 10위안에 드는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1950년에 86만 명을 피크로 해서, 인구가 계속 감소해서 지금은 30만 명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1950년에 인구 10만 명을 넘었던 모든 도시들 가운데, 64%의 인구 감소율로 가장 빠르게 인구를 잃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도심에서 살기가 불편하고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출퇴근이 쉬워진 외곽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도심 공동화가 되면서 백인들의 도심 탈출 러시가 이루어져서, 결국 세인트 루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순위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곳이 되었습니다.


세인트 루이스는 위스콘신의 밀워키와 더불어 맥주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독일 이민들이 많아서 맥주가 유명해진 밀워키와 마찬가지로, 미주리에도 19세기부터 유입된 독일 이민들 덕분에 미주리 강을 따라서 와인 산업이 발달했고 특히 세인트 루이스에는 맥주 산업이 발달합니다.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앤하이저-부시가 1852년에 세인트 루이스에 문을 연 바바리안 브루어리(Bavarian Brewery)로부터 시작한 회사입니다. 여기서 바바리안은 독일의 동남부 바이에른 사람들을 말하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벌어지는 뮌헨이 바로 이 바이에른 주의 최대 도시입니다. 저도 이 세계 최대의 축제에 몇 번 갔었는데, 하루 종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1리터짜리 옥토버페스트 특제 맥주와 프레첼 그리고 소시지를 먹다 보면 몇 시간 지나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런 상태가 되지요. ^^;


이런 영향 때문인지 미주리주는 미국에서 주류와 담배에 대한 규제가 가장 느슨한 주로도 유명합니다. 2013년의 한 조사에서, 미국에서 알코올 관련된 자유도 3위, 담배 관련된 자유도 1위의 주로 뽑혔다고 합니다. 미주리 주에서는 주류 판매에 대한 별 제약이 없어서, 학교나 교회에서 30미터 이내의 지역만 아니라면 아무 가게에서나 술을 팔 수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술을 마시지만 않는다면 차량 내부에 개봉된 술병 (open-container)이 있어도 처벌하지 않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혹은 술에 취해서 정신 못 차리는 행위(public intoxication)에 대해서도 역시 별다른 법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미주리에서도 음주 운전 (0.08%)은 불법이고 21세가 넘어야 술을 마실 수 있습니다. 흡연에 관해서도 1992년에 통과한 법에 따라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금지되지만, 50석 이하의 식당이나 술집, 볼링장, 개인적인 모임을 위한 실내와 복도, 15,000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하는 스포츠 경기장 그리고 개인의 집 등은 공공장소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습도도 높고 꽤 더워서 세인트 루이스의 경우 7/8월에 32도를 넘기도 하고요, 겨울에는 영하 4도에서 8도까지도 내려간다고 합니다. 한인 인구는 6천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자세한 정보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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