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22)
루이지애나 주는 아칸소 주의 아래에 있으면서 멕시코 만에 접해있는 주입니다. 아칸소 편에서 잠시 나온 영화 머드(Mud)의 마지막 장면이, 톰과 머드가 고친 배를 타고 미시시피 강의 하구까지 내려와서 바다를 바라보며 감격해하는 장면입니다. 루이지애나 주의 왼쪽으로는 거대한 텍사스 주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오른쪽은 미시시피강을 경계로 미시시피 주가 있습니다. 면적 13만 4천 제곱킬로미터로 대한민국보다 좀 크고 인구는 465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의 주를 연재하면서 여러 번 언급했던 루이지애나 구입(Louisians Purchase)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주입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1,500만 달러에 자기들이 갖고 있던 북미의 식민지를 쿨하게 넘겨준 사건을 말합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현명한 거래이고,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즉흥적으로 진행된 최대의 영토 거래라는 명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시 미 대륙의 동부 해안에 머물던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미국이 이를 계기로 북미 대륙의 한가운데 3분의 1 크기의 땅을 확보하면서 영토가 거의 두배로 늘어났고, 미 대륙의 서부로 진출을 하는 계기가 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죠. 미시시피 강 서쪽은 머나먼 서부라고 생각하던 당시 미국 동부의 사람들 덕분에 이 지역이 중서부(mid west)라고 불리면서 저 같은 외국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는 이야기도 했었죠.
16세기에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서 발견되었고, 17세기 프랑스 탐험가들에 의해서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미시시피강을 따라서 멕시코 만까지 내려온 프랑스 탐험가들이 루이 14세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루이지앵(La Louisaine)이라고 불렀고, 나중에 거대한 루이지애나 지역에서 별도로 올리언스(프랑스식으로 오를레앙)라고 불리다가 1812년에 18번째로 정식으로 미합중국의 주로 가입하면서 루이지애나가 됩니다.
2020년의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백인이 57%, 흑인이 31%의 인구를 차지할 만큼 흑인 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1900년의 조사에서는 거의 절반이 흑인 인구였는데 그나마 이들이, 전편에서 나온 바와 같이 흑인을 공공연히 차별하는 짐 크로 법을 피해서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해서 흑인들 인구가 줄어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멕시코나 푸에르토리코 혹은 쿠바 등에서 유입된 히스패닉 인구도 많습니다.
루이지애나의 다양한 인종 구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케이준 혹은 루이지애나 크리올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1756년에서 1763년까지 벌어진 7년 전쟁의 여파로, 캐나다 동부 지역과 퀘벡 지역에서 살던 프랑스 사람들이 루이지애나로 피난을 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들이 살던 캐나다 동북부 지역의 프랑스 식민지를 아카디아(Acadia)라고 불렀고, 그래서 루이지애나로 이주해온 사람들을 아카디아 사람들(Acadians 혹은 les Acdiens)이라고 불렀는데, 앞에 A가 빠지고 발음이 변해서 케이준(Cajun)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케이준이라는 말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는 특정 인종 그룹 및 그들의 문화를 가리키는 말이 됩니다. 이들이 남부의 루이지애나로 와서 궁핍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재료를 듬뿍 넣고, 이를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강한 향신료를 마구 때려 넣은 것이 케이준 요리의 원조라고 하네요. 마늘이나 양파, 칠리, 후추, 겨자, 셀러리 등의 강한 맛을 내는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것을 케이준 스파이스라고 하고, 이를 베이스로 만든 음식을 케이준 스타일 음식이라고 합니다. 채소와 닭고기, 햄을 넣고 만든 잠발라야, 채소와 고기를 넣고 스튜처럼 끓인 검보 등이 대표적인 요리이고, 케이준 치킨 샐러드나 혹은 파파이스/맥도널드 등에서 파는 케이준 프렌치프라이나 케이준 버거 등도 있습니다.
루이지애나에서 가장 큰 도시가 뉴올리언스(New Orleans)인데, 원래 프랑스 식민지였고 새로운 오를레앙(La Nouvelle-Orléans)이라는 프랑스식 이름이 영어로 그래도 사용된 것입니다. 오를레앙은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당시의 치열한 싸움터로 잔 다르크가 빼앗아낸 도시로 유명합니다. 1718년에 뉴올리언스라는 도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당시 오를레앙 공이던 필리프 2세를 기리기 위해서 신대륙의 이 새로운 도시에 그의 직위를 상징하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2020년 인구조사 기준으로 38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백인이 12만 명으로 32% 정도인데 흑인이 20만 명으로 훨씬 더 많은 5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나왔습니다. 남부의 도시답게 평균 33도의 온도에 80% 정도의 상대 습도를 보여주는 길고 덥고 습한 여름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남부 도시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 소수자(LGBT) 인구를 갖고 있고, 2017년 기준으로 시카고와 디트로이트를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총기 사고율을 보여줄 정도로 높은 범죄율도 있는 등 걱정거리도 많은 도시지만, 그래도 뉴올리언스 하면 재즈의 발상지로 더욱 유명합니다. 유럽 사람들과 흑인들의 혼혈인 크레올들이 많이 있었고, 그들이 들여온 유럽 음악과 노예 흑인들이 교회에서 부르던 영가를 비롯한 아프리카 음악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재즈가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루이 암스트롱이 1920년대 재즈의 초창기부터 1970년대의 모던 재즈까지 큰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1920년대에 미시시피 강을 따라서 캔자스 시티나 시카고 등으로 번져나갔고, 1930년대에 뉴욕으로 이동하면서 빅 밴드 스타일의 스윙 재즈로 발전했으며, 1940년대의 비밥을 거쳐서 현대의 재즈가 되었다고 하네요. 일본 명작 애니메이션인 카우보이 비밥의 제목이 여기서 온 것인데, 애니메이션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OST가 정말 대박이죠.
지난번 아칸소 편에 나왔던 영화 머드의 여자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비중이 좀 너무 작지만) 역할을 맡았던 리즈 위더스푼이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서 테네시에서 자랐다고 하네요. 남자 주인공 역인 매튜 맥커너히는 구수한 남부 사투리를 보여주지만 그건 전형적인 텍사스 사투리라고 합니다. 맥커너히는 얼마 전 나온 여론 조사에서 2022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면 현직 주지사인 그렉 애봇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 출마설이 한동안 돌았는데 한 달 전에 트위터에서 자기는 자선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했죠. 만약에 출마하면 민주당으로 나올지 공화당으로 나올지도 사람들이 궁금해했는데, 정치적인 성향도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가 않았습니다.
루이지애나에는 한인 인구가 2010년 인구조사 기준으로는 4천 명이 안되고, 한인사회에서 자체 추정으로는 그 두배 정도 된다고 하네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뉴올리언스가 엄청난 피해를 봤고, 전반적으로 열대성 사이클론이나 허리케인 피해가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일 년에 60일가량의 천둥 번개를 동반한 뇌우가 오고, 평균 27번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데 1월에서 3월 사이에 많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