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 24)
미시시피에서 한 칸 위로 올라가면 좌우로 길쭉하게 펼쳐진 테네시 주가 나옵니다. 납작한 주의 모양 덕분인지 주변의 9개 주(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아칸소, 미주리)와 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주입니다. 11만 제곱킬로미터 정도의 넓이에 6백9십만 명 정도의 인구가 있어서 면적 기준으로는 미국에서 36번째 주지만 인구로는 16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의 이름은 유럽 탐험가들이 북미 대륙에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체로키 인디언 마을의 이름인 “Tanasi”에서 왔는데,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다네요.
테네시의 별명은 “자원병의 주(Volunteer State)”입니다. 그리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812년에 발생한 미. 영 전쟁에서, 앤드류 잭슨 장군과 1,500명의 테네시 출신 자원병들의 활약 덕분에 붙은 것입니다. 미국이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좀 어리바리하던 시절에, 영국이 프랑스와의 전쟁을 이유로 미국의 유럽 교역 선박들에 대한 강제 검열과 심지어 미국인을 자국 해군에 징발하는 등의 횡포를 일삼자, 미국이 영국에 대해서 전쟁을 선언하고, 당시 영국령 북아메리카였던 캐나다를 침공한 전쟁입니다. 영국군이 워싱턴 D.C를 기습해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불태우기도 했지만, 워낙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부담을 느낀 영국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전쟁은 2년 반 만에 끝나게 됩니다.
이 평화조약 소식을 듣지 못한 영국군은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에 상륙 작전을 시도했지만 당시 미군을 지휘하던 앤드류 잭슨에게 대패하고 퇴각했습니다. 앤드류 잭슨은 이를 계기로 전쟁 영웅으로 떠올랐고 이를 발판으로 미합중국의 7대 대통령에 오르게 되는데, 이 양반은 (11대 제임스 폴크, 17대 앤드류 존슨과 더불어) 테네시가 배출한 3명의 대통령 가운데 한 명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주는, 태어난 곳을 기준으로 하면 버지니아(8명)이고 대통령 당선 당시의 근거지를 기준으로 하면 오하이오(6명)와 뉴욕(6명)이 동률이 됩니다. 위의 테네시 “출신” 대통령 3명도 근처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혹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테네시로 옮겨와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주로 농업에 기반한 경제였던 테네시 주는 20세기 들어서 좀 더 다양한 산업을 개발하게 됩니다. 연방 정부의 어마 어마한 투자로 2차 대전중에 진행된 오크리지(Oak Ridge) 시에 본부를 둔 맨해튼 프로젝트가 한 가지 예인데, 이곳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기반으로 개발된 개발된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되면서 일본제국의 무조건 항복으로 이어진 거죠.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는 그 후에도 기초과학 연구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하는데, 2010년에 발견되어 가장 최근에 주기율표에 추가된 원자 번호 117번의 테네신(Tennessine:Ts)은 바로 이 오크리지 연구소와 내쉬빌(Nashville)에 있는 밴더빌트 대학의 공로를 인정해서, 테네시 주의 이름이 붙여진 원소입니다.
내쉬빌은 인구 대략 69만 명 정도로 테네시의 주도이자 가장 큰 도시입니다. 독립 전쟁에서 전사한 프란시스 내쉬 준장의 이름을 따서 1779년에 설립된 도시인데, 컨트리 음악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디트로이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자동차 제조 산업 지역으로 남부가 떠오르고 있는데 내쉬빌에도 GM과 닛산의 공장이 있습니다. 밴더빌트를 비롯한 대학교도 많이 있고요. 테네시 제2의 도시인 멤피스는 63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데, 1968년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곳이며, 1977년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42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 마비로 별세한 곳이기도 합니다. 페덱스의 본사가 멤피스에 있는데, 페덱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죠. 톰 행크스의 신들린 무인도 연기, 극적인 생존과 귀환, 그리고 무인도에서 스스로를 버티게 해 준 힘의 원천이었던 부인(헬렌 헌트)과의 가슴 아린 만남과 이별,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입니다.
테네시는 미국에서 11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주입니다. 그중에서도 그레이트 스모키 국립공원(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이 유명한데, 2020년에 총 방문객 천 2백만 명으로 가장 방문객이 많은 국립공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옐로우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이 같은 해 방문객 3백8십만 명, 그랜드 캐년은 2백9십만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방문객 수를 자랑하네요.
테네시는 또한 제가 즐겨 마시는 잭 다니엘스(Jack Daniel’s) 위스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특유의 달착지근한 맛과 향 때문에 즐겨 마시는데, 코스트코에서 Old No.7 1.75리터를 30불 살짝 넘는 정도에 팔거든요. 근데 이거 한번 사다 놓으면, 병이 워낙 어마 무시하게 커서 일 년 내내 마셔도 다 마시기 힘들지요. 콜라에 넣어서 잭콕으로 마셔도 좋지만, 그냥 얼음에 살짝 적셔서 먹는 게 원래 맛을 잘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주 옛날에 모시던 회사 부사장님은 싱글 배럴만 드셨는데 저는 뭐 막 입이라 그런지 한번 마셔봤는데 차이를 잘 모르겠더군요. 잭 다니엘스를 포함한 테네시 위스키는, 테네시에서 만들어지고, 51% 이상의 옥수수가 증류에 사용되어야 하며, 반드시 단풍나무 숯에 여과하는 과정을 거쳐서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30도가 넘는 덥고 습한 여름과, 0도 정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을 갖고 있습니다. 멕시코 만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허리케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대량으로 발생해서 남부지역에 큰 피해를 준 토네이도의 영향권에 들어있던 주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고요. 테네시에는 한인 인구가 2만 명 정도 있다고 나오네요. 내쉬빌과 클락스빌에 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