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얼마 안 되는 준비를 걸쳐 출근을 하면 오전, 점심, 오후 시간이 지나 퇴근을 준비하고 꿀 같은 주말을 만나게 되는 "일상"을 반복하게 된다. 똑같은 일상, 똑같은 사람들에 지쳐갈 때쯤 무료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행"이 제일 절실하게 생각나는 때이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멀리 떠나는 것을 상상케 하지만, 사실 주변을 조금만 벗어난다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여행이 가능하다.
매일 똑같은 길로 퇴근을 했다면 오늘은 다른 길로 퇴근을 해보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했다면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해보거나 버스나 지하철에 내려서 집으로 가는 길을 다르게 가보며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카페나 음식점이 있다면 새로운 곳에서 잠깐의 여유를 누려보는 것, 이것이 바로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는 방법이다.
주말에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날만큼은 지도를 보지 않고 발길이 닿는 대로 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걷다 보면 익숙한 동네에서 언제 생겼는지 모를 건물들에 새로움을 느끼고 새로운 동네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익숙함을 느끼며 여행을 온 것 같은 마음을 선물해 준다.
멀리 떠나는 여행은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해서 좋고 멀리 떠나지 않는 여행은 일상에서 새로움을 경험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어떤 여행이든 그 자체로도 좋지만 일상에서 오는 의무, 책임,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집안일, 업무, 자기 계발 등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집에서 떠날 수 있어 여행을 한다.
결국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마음의 무게에 지쳐 잠시라도 마음의 짐을 덜고 싶은 것이다. 한창 여행을 많이 다니던 시절 어떤 친구들은 이것을 "도피"라고 부르며 지금 도망쳐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도피 혹은 도망이면 어떨까?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면 나오지도 않았던 아이디어들이 샤워를 하거나 산책 혹은 친구와 대화를 할 때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처럼 잠시의 도피 혹은 도망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하기 위해서 잠깐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나는 이러한 일상의 여행을 선택하였듯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것들을 길게 사랑하기 위해 오늘 자신에게 일상의 여행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