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병원 내원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전 글에서도 지속해서 얘기했듯이 나는 우울증 환자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우울증 + 불안증인데 무기력함과 심장 두근거림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타입이다. 사실 아주 예전부터 앓았던 것 같은데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부정하다 2년 전에서야 인정하고 병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부정하다가 병원을 다니게 된 건 가까운 사람의 지속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당시 일 때문에 허덕이던 시절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번아웃이나 무력감이나 우울감은 누구나 느끼는 기분이라 내 증상 정도는 병원에 갈 만큼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오랜 기간 꾸준히 보았고 누구보다 진중한 지인이 자꾸 가보라고 해서 등 떠밀리듯 가봤다.
그런데 혹시 나가 역시나였다. 심리검사도 하고 이런저런 상담을 한 결과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이 맞았다. 가보라고 해준 언니에게 매우 고맙다. 아니었다면 나는 상담도 약도 못 받고 속으로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2년째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가고 있다. 행복한 방법을 찾았다면서 왜 아직도 정신과 병원을 다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왜냐면, 그냥 그렇기 때문이다. 행복을 느끼는 와중에도 우울감은 나도 모르게 덮친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나의 우울감은 끝없는 무력감이다. 물속에 잠기는 듯한 느낌, 익사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끊임없이 물 밑으로 빠지는데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나. 지금까지 관찰한 나의 우울감을 이런 느낌이다. 평소에도 마음이 무겁고, 갑갑한 느낌인데 가끔씩 이렇게 물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숨도 못 쉬게 하는 것만 같다.
이전에는 '물'이 나를 덮치면 그대로 맞았다. '물'이 차오르면 차오르게 두었다. 나는 '물'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담+약+내 노력으로 '물'의 힘을 약화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담으로는 왜 물이 차오르는지 알게 해 주고, 약으로는 물이 좀 느리게 오게 해 주고, 운동이나 마인드셋과 같은 내 노력으로는 물이 오다가도 말게 해 준다. 물론 물이 승리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줄었음에, 그리고 약해졌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예전의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안다. 내가 우울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알지만 갈 용기나 기력이 안나는 사람들. 아니면 혼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몸과 마음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내 맘과 다르게 죽어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딱 한 번이라도 병원을 가봤으면 좋겠다. 외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담을 받는 게, 약을 먹는 게 지는 게 아니라 그저 전략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