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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구볼 Jun 06. 2024

30살을 맞이하는 나에게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부끄러워서 다시는 읽지 못할 편지)

곧 만 30세가 된다. 인생의 한 분기점을 지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문득 이 시기의 자신에게 한 마디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다. 나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편지. 

생각만 해도 오글거리고 부끄럽다. 그래도 브런치에서는 최대한 솔직해지기로 했으니 써보련다.


몇 시간 후면 30살이 되는 ty에게,


마침내 30살이 되는구나! 진심으로 축하해.

우리가 원래 워낙 오글거리는 걸 못하고 자기 객관적으로만 보려고 하고 시니컬하잖아? (그런 너를 옳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생일인 오늘만큼은 다르게 행동해보려고 해. 우리 오늘은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생일을 더 다르게 맞이해 보자!


생각해 보니 인생에서 처음으로 직업 없이 맞는 생일이구나. 20대 초반까지는 학생으로, 20대 중반 이후로는 직장인으로 역할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놈의 백수"잖아. 백수로 지난 8개월을 진짜 잘 즐기고 열심히 살았다, 그치?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고 시도해 보고. 지금까지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남들은 학생 때 고민할 자아/자신에 대한 고민들을 우리는 거의 서른이 되어서야 해본 것 같아. 뭐 나에 대한 답도 못 찾았고 이뤄낸 것도 없지만 그래도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앞으로도 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분석하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자.


이 시기를 잘 즐기는 척해도 마음 어딘가 불안함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어떻게든 잘 되겠지, 나를 믿는 마음"의 자신감과 "도태되고 있는 것 아닐까? 게을러서 더 좋은 선택지를 보지 못한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의 충돌. 그런데 진짜 미안한데, 넌 항상 자신감보다 불안감이 더 클 거야. 네 기준에 충족할 만큼 노력할 수 없을 것이고, 네가 만족하는 선택은 없을 거야. 우리 그냥 인정하자.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란 걸 아니, 뭐든지 그러려니 하자. 너 자신이 별로로 느껴져, 그러려니 하자. 남들이 네 맘만큼 안 해, 그러려니 하자. 네가 기준을 너무 높게 정한 거야. 만족이 안된다면 내 기준이 높다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자. 우리가 고능해서 피곤한 거라고 정신승리하면서 살자!


우리는 참 양면적인 사람이야. 추구미는 다정하고 밝은 사람인데, 원래는 그렇지 못하잖아. 무기력하고, 무심하고, 날카롭고. 낯선 사람들에게는 밝은 척 친절한 척 잘만 하면서, 친한 사람에게는 우리의 본성이 나와서 후회한 적도 많지?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우리를 받아줄 있을 만큼 마음이 넓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 정말 인복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당연시해서는 안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감사하고, 귀하게 여겨서 그 사람들 평생 함께할수록 있게 노력하자. 우리 추구미를 주변 사람들에게 발휘하자고!


그리고 우리 계속 운동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건 멈추지 말자. 그게 건강이 됐든, 외모가 됐든, 자기 계발이 됐든! 이런 거에 돈 쓰고 시간 쓰는 거 좋아하는 거 이번에 완전히 깨달았잖아! 우리가 직업이 필요한 이유도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나를 위한 투자를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인 것 같아. 그리고 이런 투자는 미래의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니깐, 바쁘고 힘들어도 나를 위한 건강한 투자는 무조건 무조건 이어가자. 미래의 내가 10살 연하의 애인을 만나도,  자신에게 떳떳할 있을 만큼 안으로도, 밖으로도 관리 열심히 하자!


생일 축하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회고와 반성문이 된 것 같네? 그래도 이렇게 또다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어! 생일맞이로 좀 센티해진 것 같긴 해서 나중에 읽으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 앞으로 이 글을 다시 읽을 일이 없겠구나ㅋ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린 지금까지 좋은 선택을 해왔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서, 좋은 미래가 기다릴 거야. 거기에다가 사주도 좋잖아~ 우리 잘 살 거야!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앞으로는 더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자, 우리!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2024.6.6

만 30살 되기 직전의 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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