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구볼 May 31. 2024

자기 계발 의지인지, 불안감의 발버둥인지 모르겠을 때

불안감, 번아웃, 그리고 자기 포용

요즘처럼 열심히 산 적이 없다. 운동, 요리, 취업 준비, 각종 소셜미디어 활동 (인스타 3개,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까지...), 사람들 만나기, 독서, 비즈니스 영어 공부 등등 정말 매일매일을 꽉 채워서 보내고 있다.

 

그런데 불현듯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진짜 목적인 자기 계발 때문인지 아님 불안감 때문인지 모르겠는 날들이 있다. 요즘이 바로 그런 날들이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불안감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 이런 질문들이 떠오를 때면, 뭘 하다 가도 다른 것이 걱정되고 갑자기 무기력증이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태일 때는 루틴으로 정해 놓은 일들이, 분명 덜 힘들게 살려고 만든 규칙들이, 나를 조여 오는 것만 같아진다. 루틴에 대한 강박이 더 심해져 루틴을 해내지 못하면 실패한 하루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불안감이 나를 휘감아 부정적인 것만 보인다. 현재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용감, 성취한 것이 없다고 느끼는 실패감.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얻었을 금전적 보상과 소속감을 생각하며 후회감을 느끼기도 한다. 거기에 내 미래에 대한 불확신감까지. 이 모든 감정이 눈덩이처럼 뭉쳐져 불안감이라는 눈보라가 되어 나를 덮친다.


생각해 보니 번아웃 때와 비슷한 증상이다. 역시나 한 번 앓았던 병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회사의 삶이 아닌, 내 삶을 살고 있는데도 번아웃이 와버렸다. 그때는 원인이 회사라는 외부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나 자신이 원인이다. 마음이 더더욱 괴로워진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쉬면서 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석했다는 것. 나에 대해 조금 더 안다는 것. 그리고 나를 인정할 줄 안다는 것.


내가 드디어 인정한 나는 태초부터 불안감이 베이스인 사람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열심히 살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성취해 낸 게 많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부지런한 사람뿐만 아니라, 무기력하고 자신이 실패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나치게 불안해지기도, 우울해지기도, 무기력해지기도 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상과는 매우 멀다. 하지만 이런 나를 인지했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나를 다시 뒤돌아보니 이 불안감이 나 자신 전체가 아닌, 하나의 특성과 감정으로 축소됐다. 그저 불안할 뿐이다. 다만, 이렇게 포용하는 게 얼마나 힘든가. 내가 내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야 기껏 30년쯤 산 인생.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번아웃과 불안함이 있겠는가. 쇼펜하우어 말마따나 인생은 괴로움의 연속이고 이걸 피할 길은 없을 것이다. 그냥 불안한 나를 인정하자. 받아들이자. 그리고 지나갈 감정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이 모든 게 크지 않은 해프닝으로 지나간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하루를 통제하는 법: 루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