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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Feb 26. 2022

1. 멍청한 앵무새 기법

벽에 대고 이야기 할 사람은 없다.

A : 너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니? 그래도 내가 너보다 연장자인데 예의를 갖춰야지
B : 왜? 


Why?


아이들이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무렵부터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며 모든 것에 이유를 묻기 시작한다.

부모라면 이 과정이 너무나도 짜증날 때가 있는데,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를 알려주면 아이는 "그건 또 왜 그래요?"라며 간단한 한 마디로 대화의 시작점으로 되돌려버리기 때문이다.


아이 : 엄마! 하늘에 새는 어떻게 날아다니는 거에요?
엄마 : 그건 새가 가볍기 때문이란다.
아이 : 새는 왜 가벼워요?
엄마 : 밥을 덜 먹어서 아닐까?
아이 : 왜 밥을 덜먹는데요?


부모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아이의 "왜 질문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선수를 쳐서 "왜?"라고 이유를 탐색해버리면 된다.


아이 : 엄마! 하늘에 새는 어떻게 날아다니는 거에요?
엄마 : 그래? 너가 생각하기에 왜 그럴거 같니?


이는 아동을 대하는 경우와 같이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에게 친근히 대할 때,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반대로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분노를 표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 질문에 대한 원인이 아닌 질문을 던진 객체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다음과 같다.


A : 당신이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요.
B : 그걸 왜 당신이 알아야해요?
A : 저는 이 일의 책임자니까요. 협력하지 않으면 좋게 끝나진 않을 겁니다.
B : 내가 왜요? 


이는 문법적으로 교묘히 계산된 대답인데, 상대방이 설계한 질문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틀어버린다.


A : 당신이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요. (B의 행동원인에 대하여 질문)
B : 그걸 왜 당신이 알아야해요? (A가 던진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
A : 저는 이 일의 책임자니까요. 협력하지 않으면 좋게 끝나진 않을 겁니다. (B가 제시한 의문에 대한 대답)
B : 내가 왜요? (B가 제시한 대답 자체에 관한 의문)




"왜?" 질문은 단순히 왜라는 한 문장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말장난처럼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되, 교묘하게 질문에 대한 이유를 다시 타인에게 되돌려버리는 과정이다.


멍청한 앵무새 기법의 핵심은 주체와 객체의 전도과정에 있다.


A : 당신이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요.
= 당신이 (주어) +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다 (동사)


일반적인 대답 양상으로는 질문의 주어가 내가 되므로, A가 예측하는 대답양상은 다음과 같다.


A : 당신이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요.
= 당신이 (주어) +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다 (동사)
→ 나는 (주어) + ~ 때문에 그랬어요 (동사에 대한 인과관계 설명)


멍청한 앵무새 기법은 주어의 대상을 뒤집고 동사에 대한 인과관계를 질문으로 "왜?"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A : 당신이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요.
= 당신이 (주어) +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다 (동사)
→ 네가 (객체) + 왜 그걸 알아야 해?(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을 건너뛰고 대답을 요구함)


자신이 의도한 것과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데, 이는 객체의 언어화 과정의 인지부조화에 있다.

한 사람이 질문을 던질 때,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듣게 된다면 언어형성 과정에서 뇌는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때 일정 시간내에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언어 처리과정을 전전두피질에 맡기게 된다.

전전두피질에 맡겨진 대답은 흔히 "편두통" 또는 "앞이마의 발열증상"으로 나타나며 신체적 고통을 유발한다. 


만약 전전두피질이 해결하지 못한 대답은 베로니카 영역과 브로카 영역 사이의 '궁상영역'에 맡겨지며 후두부로 전달이 되는데, 후두부에서는 언어기능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생리적 반응인 "웃음" 또는 "울음"과 같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의 질문에 대해 헛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마가 아프고 헛웃음이 나오는 것이 위와 같은 언어처리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멍청한 앵무새 기법'은 질문을 던진 상대방에 뇌에 과부하를 의도적으로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대방의 언어적 혼란을 유도하여 전전두피질과 후두부에 언어기능을 맡기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된다.

본래 언어기능을 하지 않는 뇌의 영역이 대답을 유추해내려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며 헛소리를 말하게 되는데 이것은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며 파고드는 기회가 된다.


특히 토론과 같은 타인과 의사소통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질문의 의도 자체를 흐리게 만들어 타인에게 혼란을 주고, 언어적 혼란에서 이끌어지는 실수를 꼬집어 낸다면 토론장면에서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연습


다음 질문에 대해 '멍청한 앵무새 기법'을 활용한 올바른 대답은 무엇인가?.


A와 B는 부부관계이며, 최근에 들어 서로 다툼이 늘고 싸움이 잦다.

이에 대하여 이혼에 대해 논쟁이 이어지며 양육권에 대한 다툼이 핵심이다.

 

A : 솔직히 말할게. 너는 좋은 엄마가 될 성격은 아니잖아.
그리고 충분한 돈도 벌 여력도 아니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
지금 막 걸음마를 뗀 아이 돈 양육비를 내기도 벅찬데 이혼한다면 네가 돈을 낼 수 있겠어?
만약 애가 아프면, 유치원에 입학하게 된다면 그 돈은 전부 어떻게 해결할거야?


1. 넌 그럴 말 할 자격없어.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돈 이야기 꺼내지마.
2. 돈이 문제야? 애 키우는 것에 있어서 누가 맡을지 이야기 하는 거잖아.
3. 왜 돈 얘기를 하냐? 네가 무슨 자격으로?
4. 너도 돈 많이 벌지도 못하면서 돈 있는 척 유세떠는게 참 꼴 뵈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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