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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Feb 27. 2022

2. 조용한 연막탄 작전

침묵은 암묵적 거짓말이다.

A : 어제 회비 계산을 해보니까 누군가가 한명이 돈을 덜 냈더라고!
B :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한다) 이상한 일이네, 제대로 확인해 본 거 맞아?
A : 당연하지, 내가 몇번이고 계산했는데 총 금액이...
B : (말을 끊는다) 금액이 모자라면 이번에 계획한 여행 가기로 한 것도 차질이 생기는거 아니야?
A : 내 말이! 다시 모임 단톡방에 연락을 해 보아야...
B : (말을 끊는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네가 의도해서 돈 빼돌린 건 아니지?



침묵 또한 훌륭한 대화기술 중 하나이다.


우리가 가장 착각하는 것 중 하나인 것은 심리학은 수학처럼 정확히 떨어지는 학문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1+1=2와 같은 정확한 산수계산처럼, 인간의 내적인 부분은 똑 맞아떨어지지 않을때가 있다.

이것은 자신이 의도한대로 계획하여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곤 한다.


반대로 이도저도 아닌 마음속의 애매한 부분을 자신의 입맛대로 활용하는 것은 꽤나 강력한 무기로 돌변하곤 한다. '조용한 연막탄 작전'또한 사람의 이도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심리과정을 독특하게 풀어낸 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사실대로 말한다.
2. 거짓말을 한다.


이분법적으로 진실을 말하느냐 마느냐 정도로 간단히 대답을 구분한다면 이것은 순박한 사람이다.

우리는 사실을 일부만 공개할 수 있고, 반대로 사실과 거짓말을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


'조용한 연막탄 작전'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책임으로부터의 회피"에 있는데, 거짓말을 하지 않되 자신에게 누가 되는 진실을 언급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것에 있다.

이후 진실이 밝혀졌을 때, 타인이 해당 사건에 대하여 언급을 하면 침묵한 사람은 거짓말을 한 나쁜 사람의 역할이 아닌 조용히 사건을 방관한 관찰자의 시점이 되기 때문에 사건의 무게가 어느정도냐에 따라 진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진실의 무게만큼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의 책임을 회피하도록 만든다.


이것은 방관자는 특정사건에 영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청소년 또래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에 개입되는 학생의 유형은 총 세 가지이다.


1. 가해자

2. 피해자

3. 방관자


우리가 일방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전적인 책임과 잘못이 있다고 넌지시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폭력이 일어나게 되는 상황을 조성하는 "조용한 방관자"들이 상황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음에도 이를 알고 침묵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유도한다고 밝혀졌다.


"조용한 방관자"가 만들어낸 학교폭력의 비율은 무려 학교폭력의 83%이상이나 차지하는데, 여기에는 청소년 또래집단의 특수한 발달적 특징이 존재한다. 가해자는 한 명이 아닌 단체집단으로 활동하며 피해자를 탐색하며 폭력을 가할 수 있는 또래무리 중 약자를 선택한다.


또래무리가 약자 중 피해자를 선택하게 됬다면 폭력을 가할 "가해자"를 선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언어폭력, 신체폭력, 정서폭력을 조장하며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도록 유도한다. 청소년 가해자 또래집단은 이것을 마치 일종의 놀이 과정과 같이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약자를 폭행한다.


이후 학교폭력이 이루어졌음이 밝혀지고 교사 및 학부모가 개입하여 해당 또래집단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가해자를 선발한 또래무리들은 침묵하며 "그저 놀고 떠드는 장난인 줄 알았다" 정도로 자신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언한다.

실질적으로 처벌을 받는 것은 폭력을 행하게 된 "선택된 가해자"인데, 이것은 어쩌면 가해자 집단의 책임을 뒤집어 쓸 대표자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해자 역할을 맞게 된 학생 또한 또래집단 속에서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고 싶다고 능동적인 과정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가해자 무리 속에서 서열이 낮은 또래 집단이 피해자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가해자 집단이 아닌 가해자 역할을 맡은 사람만 책임을 지게 되며, 다른 가해자 또래들은 침묵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이것은 현재 학교폭력 조사 및 처벌 건수가 년도 별로 증가하지만, 실제적으로 학교폭력의 비율은 줄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 조성되는 핵심적인 원인인 또래집단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파악하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 책임을 진 가해자 한 명을 처벌하는 과정이 학교폭력이 유지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학교폭력 과정에서 침묵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특정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내가 해당 사건에서 면책을 받기 위해서 어느 부분을 얼만큼 침묵하느냐"는 자신의 활로를 만드는 엄청난 심리기술의 일종이라고 언급하고 싶으며, 침묵은 적절한 순간에 사용한다면 무엇보다 강력한 대화기술로 작용할 것이다.


"조용한 연막탄 작전"의 핵심은 무엇보다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책임면책을 위한 활로 구축을 우선시한다.

이를 위해 사실을 말하지 않고 마치 방관자가 된 듯 행동하며 발을 내뺌과 동시에 사건에 개입하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연습


다음 상황에서 '조용한 연막탄 작전'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어떠한 것을 목표로 의사소통을 이어나가야 하는가?


A는 B와 사귄지 3년 째 되는 연인관계이다.
A의 친구 C는 최근 A가 최근들어 B와 사이가 소홀해진 것만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C는 B가 바람을 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C는 A와 오래 알고 지낸 관계이지만 A와 B가 다투는 상황을 바라고 있다.
A에게 골탕을 먹이고 싶은 마음도 있거니와, B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C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A와 대화해야 하는가?


1. A와 B가 다툼을 유발하도록 분쟁거리를 넌지시 언급한다.
2. A에게 공감을 하는 척 하며 상황을 지켜본다.
3. A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며 행동을 부추긴다.
4. A에게 B가 바람을 핀다고 사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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