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극N의 육아

체질까지도 닮아서 나온다.

원산지 하나만큼은 확실

by 유가

콜록 소리에 잠을 깬다. 기침이 목을 잔뜩 긁으면서 나오는 소리다. 또 시작이구만... 깊은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누굴까' 생각하며 애들 방으로 간다. 예상대로 여기다.

금방이라도 피가 나올 듯 거친 기침을 한다. 목소리도 맛이 갔다.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할 수 있지만 안타까움보다 괘씸함이 더 크다. 목이 약한 주제에 왜 그렇게 이불을 차고 자는지 원. 자업자득이다.


혀기는 몸에 열이 많다. 그래서 이불을 죄다 차버리고 잔다. 이불을 안 덮을 걸 감안해서 보일러를 높이면 밤새 잠을 못 자고 짜증을 낸다. 온몸을 다 긁어버리는 탓에 핏자국이 가득하다.

어쩔 수 없이 보일러를 좀 낮춘다. 미적지근한 온도에 이불을 덮으니 혀기도 만족한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그마저도 덥다고 슬슬 시동을 건다. 몸엔 이불을 덮고 발만 이불 밖으로 빼주면 그제야 만족한다.

그런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잠버릇 때문에 이불을 잘 안 덮는다. 추우면 잠결에 이불을 챙길 법도 한데, 몸을 잔뜩 웅크리고 후덜덜하면서 잔다. 춥다고 깨는 일도 없다. 그냥 그 상태로 아침가지 잔다. 새벽마다 깨서 한 번씩 순찰을 돌지 않으면 영락없이 냉동참치가 될 판이다. 그렇다고 두꺼운 수면잡옷을 입혀놓으면 팔다리를 다 걷고 배까지 발랑 까고 주무신다. 주정뱅이도 이러고는 안 자겠다. 이 녀석아!


결국 얇은 잠옷에 목에는 손수건을 감아두고 이불을 잘 덮어주는 게 최선이다. 물론 그래도 다이내믹한 잠버릇 때문에 이불이 날아다닌다. 이불이 벗겨지지 않도록 몸에 칭칭 감아 둬도 끝까지 발로 찬다. 이렇게나 이불킥 할 일이 많은 걸까? 잠결에 차는 다리힘이 제법 세다. 축구를 시켜야 하나? 멘털이라도 붙잡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아내분 께서도 똑같으시다. 굴러다니진 않지만 몸에 열이 많아 이불을 잘 안 덮는다. 한겨울 혹한이 아니라면 반팔을 입고 잔다. 어차피 두꺼운 이불을 덮으니 괜찮다고 말은 하는데, 자다 중간에 깨 보면 어김없이 만세를 하고 있다. 본인도 알까...? 그냥 긴팔이나 좀 입었으면 좋겠는데.


살짝 팔을 만져본다. 팔이 얼음장이다. 혹시나 하고 코에 손가락을 대보니 다행히 숨은 쉬고 있다. 산 송장이 따로 없네.

당장에 팔을 내려 이불속에 넣어준다. 팔을 만져 체온을 올려준다. 차가운 기운이 은근히 개운해서 좋다.

어쨌건 아침이 되면 목이 푹 잠겨있다. 코는 또 얼마나 훌쩍대는지... 그럴 거면 긴팔을 입고 자라고 해도 아내분께서는 비염 때문이라고 한다. 아니. 비염인 걸 감안하고 봐도 평소보다 심하게 훌쩍이는데 괜한 고집을 부린다. 하여간 둘 다 왜 저러나 몰라.


다행히 효니는 날 닮아서 이불하나는 기갈나게 챙기고 잔다. 잠결에 차버려도 추우면 알아서 끌어 덮는다. 손발이 차고 추위를 잘 느끼다 보니 이불을 엄청 챙긴다. 새벽에 가서 보면, '저 정도면 숨 막혀서 못 잘 것 같은데?'싶을 정도다. 나도 두꺼운 겨울이불에 기모잠옷까지 입고 자는 입장이라 이해한다.


애들을 보면 참 별 걸 다 닮는다고 생각한다. 둘이기 때문에 더 신기하다. 가위바위보해서 하나씩 닮을 걸 골라 가진 것처럼, 서로 다르게 엄마 아빠를 닮았다. 완벽하게 엄마를 닮고 아빠를 닮은 게 아니라, '이 부분은 엄마고 저부분은 아빠고'하는 식이다. 그리고 동시에 한 사람을 닮은 게 없다. 효니가 먼저 닮고 나와서, 혀기는 남아있는 닮음을 챙겨 나온 것 같다. 좋은 것만 닮아 나오면 좋을 것을, 안 좋은 것까지 하나씩 챙겨 나와 골치다.

딴 집 자식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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